"어머! 어머! 저걸 어떻게 해?"
"참외와 수박이 모두 말라죽어 버렸잖아?"
"하긴 아무리 식물이지만 저 뜨거운 햇볕을 어떻게 견뎌내겠어?"옆집 축대 위에서 내려다보던 아주머니와 할머니가 혀를 끌끌 찬다. 밭에 나뒹구는 참외와 수박들이 안타까웠나 보다. 이곳 양평에 벌써 2주가 넘도록 비는 내리지 않고, 날마다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참외밭과 수박밭이 그야말로 처참한 모습이 되어 버렸다.
줄기와 잎은 모두 말라버리고 달콤하고 맛있게 익어가던 참외와 수박들이 처량하게 말라가고 있는 모습이라니... 혹시나 해서 참외와 수박 몇 개를 따서 맛을 보았다. 그런데 아직 맛이 들기 전이어서 먹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텃밭을 그냥 방치한 것은 아니었다.
잎과 줄기가 시들해지는 몇 포기에 물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물을 주고 이틀이 지나자 잎과 줄기가 하얗게 말라버리는 게 아닌가. 너무 뜨거운 햇볕 때문에 조금 뿌려준 물기가 오히려 뿌리의 노출된 부위를 삶아버리게 하는 효과를 주는 것 같아 물을 더 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나머지 20여 포기의 참외와 수박들이 모두 말라죽어 버렸다. 다행히 고추와 토마토 오이, 가지는 무사하다. 고구마들은 아직도 싱싱한 모습이다
한참 자랄 때는 아침저녁으로 텃밭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 했다. 콩알만 하게 열렸던 참외나 수박들이 다음날 아침이면 부쩍 커진 모습이 참으로 신기하고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특히 주렁주렁 열린 방울토마토와 오이가 쑥쑥 자라는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시작된 가뭄과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하는 참외와 수박들이 견디지를 못한 것이다. 참외와 수박은 올해 처음으로 심어본 것들이다. 그런데 뜻밖에 많이 열리고 잘 자라는 모습에 흐뭇했는데.... 지독한 가뭄과 너무나 뜨거운 햇볕이 망쳐버린 것이다.
"우리야 몇 포기 되지도 않고 재미삼아 심은 거지만 전문으로 농사짓는 분들은 얼마나 힘들겠어요."아내가 오히려 위로의 말을 건넨다. 정말 그럴 것 같다. 전문으로 농사짓는 분들이야 우리처럼 어설프게 관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혹시라도 우리처럼 피해를 입었다면 참으로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제발 폭염이 꺾이고, 땅을 식혀주고 흡족하게 적셔줄 시원한 빗줄기가 주룩주룩 쏟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