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폭염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하는데, 실제 날씨 예보 상의 기온을 살펴보더라도 놀라울 때가 많다. 제주도의 경우는 40도에 육박하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사정이 좀 나은 편이라고 해도, 느껴지는 체감온도는 견디기 힘들 만큼 역시나 무덥기는 마찬가지다. 제주도도 이렇게 무더운데 도대체 '대프리카'(대구와 아프리카의 합성어: 그만큼 무더운 도시임을 표현하는 신조어), '서프리카'(서울+아프리카)라 불리는 다른 지역에선 얼마만큼 덥다는 얘긴지. 도대체 이 무더위를 어떻게 견디고 이겨내고 있단 말인가.
올여름 사상 최악의 폭염에 자녀를 둔 엄마들은 당장 아이들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노릇. 특히 영유아를 둔 가정에서는 더더욱 세심한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는 거다. 특히 매일매일 다양한 온열 질환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에 모든 엄마가 자녀들의 건강에 비상인 상황. 날씨까지 한몫을 더해 신경이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늘 밖에 나가 놀겠다며 떼를 쓰고 있으니.
"엄마, 오늘은 밖에 나가 놀면 안 되나요?"
한창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기에 폭염은 둘째치고 더 힘든 건 밖에서 맘껏 뛰놀 수 없다는 사실. 야외활동을 즐길 수 없다는 사실이 힘겹고 이로 인해 우리네 아이들은 더 지쳐가고 있다는 거다.
"엄마, 그럼.., 오늘은 잠깐이라도 밖에 나가 산책 좀 해요, 네?"아이의 간절한 눈빛에 차마 안 된다 말을 못 하고 조금만 나갔다 오자 얘길 하고 문을 열어 보는데, 하지만 푹푹 찌는 날씨를 마주한 아이는 결국 먼저 항복하고 문을 닫고 말았다.
"아무래도 힘들어서 안 되겠어요."그러고 보니 요즘 아이들은, 참 노는 것조차도 쉽지가 않다.
아파트, 다세대 주택에서는 층간소음 때문에 맘껏 뛰노는 것도 눈치며 그래서 밖으로 좀 나가놀자니 폭염으로 인해 안되네 되네 바깥출입을 제한하니 아이들의 그 넘치는 에너지는 어디다 발산을 해야 한단 말인가.
특히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올여름 폭염은 종일 에어컨 안에서만 생활하게 하고 더욱 무력하게 만들어가고 있다는 거다.
사실 부모들에겐 그렇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볕 아래 해수욕장을 가는 것도 걱정이고, 무엇을 할지 고민이 더 많아졌다는 거다.
폭염경보, 폭염주의보에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한 엄마들은 하루 일과의 출발이 날씨 예보 체크로 누가 뭐래도 깐깐한 엄마가 될 수밖에 없다.
어딜 갈까 고민 끝에 들려온 반가운 소식.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 <헬로카봇 백악기 시대>가 극장에서 개봉했다 하니 엄마도 그렇고 아이도 무척 신이 났다.
"엄마... 영화극장에서 팝콘도 먹고 영화도 보고... 그거 저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예전부터 영화관 체험을 하고 싶었던 아이. 영화관도 구경시켜주고 무더위도 날리고 그야말로 딱이다 싶어 네식구가 영화관으로 향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말인가.
8시를 조금 넘긴 오전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적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벌써 영화관은 사람들로 바글바글.
"사람들이 다 여기 모여 있었네... "영화관에서 피서를 즐기는 '영피서족'들이 가득하더라는 거다.
아이들은 헬로카봇에 신나고, 부모들은 무더위를 날리고.. 각자가 나름 즐겁게 올여름 무더위를 이겨내는 모습들.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다들 사정은 비슷해 보였다.
그나저나 오늘은 이렇게 하루가 지나간다지만, 앞으로는 아이들과 또 뭘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지 여전히 걱정이 많은 엄마. 아마 다른 부모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오늘은 너무 더워서 안돼"
"오늘은 미세먼지 때문에 안돼"확실히 예전 내 어린시절과는 너무나도 달라진 고민과 풍경들. 노는 것 또한 날씨로 인해 쉽지가 않은 요즘의 아이들을 보며 한편으로는 참 측은할 수밖에 없다.
무엇이 우리 아이들을 푸르른 자연이 있는 밖에서 맘껏 뛰놀 수 없게 만들었단 말인가. 이상기후가 전하는 경고 메시지에 앞으로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먼 미래... 우리 아이들이 부모가 되는 그 시대에는 또 어떤 풍경이 펼쳐지게 될지, 먼 미래에 대한 걱정이 스멀스멀 밀려오는데, 그런 중에 들려오는 울음소리.
아이는 폭염으로 인해 밖에 나가지 못해 울며불며 난리가 났고, 깐깐한 엄마는 오늘도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