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건강을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검찰은 9일 오전 9시 30분까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지연시킨 것과 관련해 김 전 실장에게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 측은 이날 오전 문자메시지를 통해 "출석하지 못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건강이 안 좋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외교부 민원을 반영해 대법원에 계류 중이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들을 지연시킨 양승태 대법원의 의혹과 관련해 직접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2일 외교부 국제법률국·동북아국·기획조정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2013년 10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었을 당시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면담한 내용이 적힌 문건을 확보했다.
문건에 따르면 임 전 차장과 주 전 수석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 미쓰비시 중공업 등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의 진행방향과 향후 방향 등을 논의했고, 그 대가로 임 전 차장은 직접 판사의 유엔 파견까지 요구했다. 2010년 폐지됐던 해외 근무 판사인 '사법협력관' 제도는 박근혜 정부 때 다시 도입됐다. 김 전 실장은 당시 청와대 인사위원장이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에게 한 차례 더 재소환을 통보하거나 체포영장 청구를 검토할 방침이다.
한편 김 전 실장은 지난 6일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검찰은 구속이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