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서대문구갑 3선)이 20일, 지난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불법으로 구청에서 서대문구갑 유권자 정보를 빼내 선거운동을 펼쳤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우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의혹이 사실이라면 공무원이 선거 정보를 뭉텅이로 넘긴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도대체 어떤 공무원이 정치권과 결탁해 이런 일을 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같은 날 <한겨레>는 이성헌 전 새누리당 의원(서울 서대문구갑) 측이 선거를 앞두고 구청 등으로부터 서대문구 전체 유권자의 72%에 달하는 9만 4000여명의 명단과 전화번호, 주민번호 등이 적힌 '서대문갑 지역 유권자 명부'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우 의원은 "평소에 동네 주민들로부터 저쪽(이 전 의원)은 문자 보내고 안부 전화를 하는데 왜 안 하냐는 말을 자주 들었다"라며 "다행히 당시 선거에서 이기긴 했지만 유권자 정보가 있고 없고 차이는 크다. 불공정한 게임이었던 것"이라고 복기했다. 우 의원은 "우리 쪽에서 수작업으로 알고 있는 주민 정보는 1만개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은 또 해당 정보가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도 활용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우 의원은 "우리 당 서대문 지역 구의원·시의원들 중심으로 6.13 지선 때도 그 자료가 활용됐을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라면서 "상식적으로 10만이나 되는 지역구 주민 정보가 있는데 선거에 활용 안 했겠나"라고 의심했다.
우 의원과 서대문구갑 국회의원직을 놓고 각축(우 의원 17·19·20대 당선, 이 전 의원 16·18대 당선)을 벌여온 이성헌 전 의원은 현재도 자유한국당 서대문구갑 당협위원장으로 있다. 우 의원은 이에 "앞으로 있을 선거는 물론, 불법 취득한 정보를 계속 활용하면 계속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 된다"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우 의원과 <오마이뉴스>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6.13 때도 활용됐을 가능성 있다...철저히 수사해야"- 지난 19대 총선을 앞두고 이성헌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 측에서 서대문갑 지역 유권자의 70% 이상의 개인정보를 빼내 불법 선거운동을 치렀다는 <한겨레> 의혹 제기가 있었다."평소에 동네 주민들로부터 '이성헌 의원은 구석구석 전부 문자를 보내고 안부 전화를 하는데 당신은 왜 안 하냐'는 말을 자주 들었다. '내가 선생님 정보를 어떻게 아냐'고 되받으면 '그런 준비도 안 하고 국회의원 나오냐'고 하더라. 나도 자극을 받아 캠프에 연락처를 구해보라고도 해봤지만 잘 안돼서 '그분 참 대단하다' 했었는데... 열심히 하는데도 '저쪽은 부지런한데 우상호는 게으르다'라는 구도가 만들어져 억울하기도 했다. 하는 수 없이 적은 규모로 문자 보냈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공무원이 선거 정보를 뭉텅이로 넘긴 거다. 매우 심각하다. 공정하지 않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얼마나 엄격한 법인가. 도대체 어떤 공무원이 정치권과 결탁해서 이런 일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 공무원이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정보를 넘겼다면 뭔가를 받았다는 의심이 합리적이다.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 당시 선거에서 이기긴 했다."다행히 이겼지만 의혹이 사실이라면 불공정한 게임이었던 것이다. 문자나 전화 홍보는 합법적인 선거운동인데 유권자 정보가 있고 없고 차이가 얼마나 크겠나."
- 차이가 큰가."사실이면 저쪽이 가진 게 10만명에 달한다는 건데, 우리 쪽이 가진 건 1만명도 안 된다. 게임이 되나. 전화번호 등 정보는 기본적으로 수작업이다. 정보 수집 방식이 어떻냐면, 우리 당원이 가입된 친목회 회원 명부들, 예를 들면 배드민턴 클럽이나 축구 동호회 같은 경우에 회원들끼리 공유하는 연락처들, 지인들 정보를 물어 주섬주섬 수집하는 정도다. 대규모로는 절대 못 모은다. 이사를 가거나 전화번호 바꾸는 경우엔 알 길이 없다. 정말 힘들게 1만개를 모아도 죽 문자를 보내보면 틀린 게 한 20%는 된다. 선거 때 정보 싸움이 얼마나 치열한가.
그래서 의원들 사이에선 전화번호 숫자가 정치인 능력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한국당 누구는 8만개 갖고 있더라'하는 소문이 실제 있었다. 우리 쪽이 보기에 그 정도는 엄두도 못낸다. 우리당에선 3만개라고 하면 다들 '와~' 하는 정도다. 수작업으로는 보통 1만5천~2만명이 최대치라고 본다. 그것도 1년 정도 아예 담당자를 두고 온갖 행사에 가서 수집하고 구의원·시의원들 것까지 취합해 얻은 숫자일 거다. 8만? 10만? 말이 안 된다."
- 당시 새누리당이 여당이었다."중앙정부는 그랬지만 당시 서대문구청장(문석진)은 우리 당이었다. 문석진 구청장은 당시가 우리당에서 구청장이 된지 얼마 안 됐을 때니까 그 이전에 새누리당 쪽에 줄 섰던 공무원이 넘겨줬을지도 모르겠다고 추측하더라."
- 법적 조치 등 향후 대응 계획이 있나."방금 이 문제를 두고 서대문갑 지역위원회 운영위원회에서 논의를 했다.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 선거법 같은 경우 이미 시효가 지나버렸지만 개인정보보호법은 아직 적용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얼마나 엄정한가.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듯 구청 등 지방정부에 구멍 뚫린 주민 정보 보안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 공무원 개인이 특정 정치 세력과 이런 식으로 연결돼선 안 된다."
- 의혹을 받은 이성헌 전 의원은 현재도 자유한국당 서대문구갑 당협위원장이다."방금 지역 운영위에서 지역구 구의원·시의원들로부터 나온 말이,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도 구의원·시의원 투표 때 그 자료가 활용됐을 거라는 거다. 상식적으로 10만이나 되는 지역구 주민 정보가 있는데 지방선거에 활용 안 했겠나. 의혹이 사실이라면 큰 문제다. 앞으로 있을 선거는 물론이고 불법 취득한 정보를 계속 활용하면 계속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