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된 현직 판사들이 증거인멸 의도로 보이는 황당한 진술을 늘어놓고 있다. 법원은 여전히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잇달아 기각하며 수사에 빗장을 건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일어난 재판거래·법관 사찰 의혹과 관련해 현직 판사들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당시 대법원과 행정처에 근무했던 판사 상당수가 휴대폰을 파기하고, 업무일지를 파쇄하는 등 증거인멸에 나선 사례를 확보했다. 그러나 판사들은 납득하기 힘든 진술을 내놨다.
이들은 과거에 사용했던 휴대폰을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렸다" "뒷판을 열고 송곳으로 찍은 뒤 내다 버렸다" "절에 갔다가 잃어버렸다"고 진술했다. 심지어 "항상 그렇게 휴대폰을 버려왔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당한 변명에 계속되는 영장 기각다른 쪽에서 법원은 계속 영장을 내주지 않으며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의 관심 재판에 적극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지만, 법원은 '문건 작성자가 관련 사실을 다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등으로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관련 소송에 법원행정처가 개입한 부분을 수사하며 고영한 전 대법관 등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박범석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부장판사는 "고 전 대법관이 직접 문건을 작성하거나 보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압수수색을 통해 취득하고자 하는 자료를 생성하거나 보관하고 있을 개연성이 부족하다", "재판연구관실 압수수색은 재판의 본질적인 부분 침해가 우려된다"라는 사유를 들며 기각했다.
검찰은 영장판사가 사실상 '수사 지휘'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 심사 단계에서 증거자료가 그 장소에 있을 가능성을 넘어 '개연성'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통상 이런 식으로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고 반박했다. 또, "비상식적인 이유로 영장을 반복적으로 기각하는 것은 '재판개입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달라는 노골적인 요구와 다름없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