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자영업자는 약 570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약 21%에 달합니다. 우리나라의 고용환경에서 자영업의 중요도를 알 수 있는 수치죠. 하지만 최근 자영업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지속적인 경기 침체에 대표적인 자영업 분야인 '음식·숙박업'의 5년 생존율은 27.5%(2015년 기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2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기존에 지급되던 일자리 안정 지원금의 인상과 대출이자 혜택, 카드수수료 인하 등 37가지의 자영업자 지원 방안이 담겼습니다. 이는 그간 자영업자들이 꾸준히 제기해왔던 여러 문제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발표에 긍정적인 분석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단기적인 대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있고 프랜차이즈 가맹 본부가 가맹점주의 최소 수익을 보장하는 프랜차이즈 부문의 근본 대책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문제는 일부 언론에서 장기적, 근본적 대책을 강구하는 대신, 또 모든 문제의 원인을 '최저임금'으로 돌리는 보도가 나왔다는 겁니다. 방송사에서는 TV조선·채널A·MBN이 앞장섰습니다.
문제는 무조건 '최저임금'일까정부의 자영업자 대책 발표를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도 보도했습니다. 7개 방송사 중 이 소식을 전하지 않은 방송사는 MBC뿐이었습니다. 나머지 6개 방송사의 보도량에서는 KBS·SBS(3건), JTBC·MBN(2건), TV조선·채널A(1건)순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중요도를 알 수 있는 보도 순서에서도 15번째로 보도한 채널A를 제외하면 나머지 방송사 모두 7번째 또는 9번째로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6개 방송사는 논조에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KBS·SBS·JTBC는 정부가 발표한 정책의 내용과 실효성에 대한 검증을 중점으로 보도를 진행한 반면 TV조선·채널A·MBN은 정부가 발표한 정책에 '최저임금 차등 지급'이 빠져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입니다.
즉 TV조선·채널A·MBN 종편 3사는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이 꾸준히 요구해온 '최저임금 차등 지급'을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정책처럼 보도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최저임금이 자영업자를 죽인다'는 왜곡된 프레임의 연장입니다.
TV조선·채널A·MBN은 같은 주장을 펼쳤습니다. 특히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자영업자들이 핵심적으로 요구했던 대책'으로 묘사했다는 공통점이 두드러집니다.
TV조선과 채널A는 앵커 멘트에서부터 '자영업자들이 요구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빠졌다'고 지적했고 기자 리포트에서는 세 방송사 모두 같은 내용을 지적했습니다. 채널A
'자영업자 요구 빠진 재탕 대책(8/22 이현수 기자)', MBN
'최저임금 인상 근본적 해결책 빠져(8/22 이상은 기자)'은 보도 제목에 '자영업자가 해결을 요구한 근본적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입장을 명시했습니다.
TV조선·채널A·MBN의 보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결과부터 보자면 세 방송사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이 한 목소리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했다는 스스로의 주장을 보도 안에서 제대로 뒷받침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TV조선
'37가지 지원 대책 발표…"미봉책 불과" 반발(8/22 장동욱 기자)'과 채널A '자영업자 요구 빠진 재탕 대책(8/22)'의 경우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하거나 최저임금이 자영업 불황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 자영업자 인터뷰조차 하나도 없습니다.
TV조선의 경우 기자가 "자영업자들이 강하게 주장해온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전할뿐 정작 보여준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의 인터뷰는 "상당히 미흡하다 느끼고,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서 결여되어 있다"는 내용입니다.
채널A 역시 기자가 "핵심 요구 사항이었던 사업장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빠졌고, 편의점주들이 요구했던 근접 출점 제한 조치도 강제성이 없다"면서 편의점주 이성종씨의 "너무나 미약하다고 생각해요. 확실한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으면 언 발에 오줌누기식이 되는 것"이라는 인터뷰를 보여줬습니다. 그나마 채널A는 '편의점주들이 요구했던 근접 출점 제한 조치'를 언급해 TV조선과는 차별점을 보였습니다.
자영업자들의 다양한 입장은 어디로...
MBN '최저임금 인상 근본적 해결책 빠져(8/22)'이 유일하게 최저임금 문제를 거론한 인터뷰를 보도했습니다. MBN 보도에 등장한 왕경숙 씨(음식점 운영)는 "인건비는 (12년 전하고) 지금 하고 150% 정도 올랐어요. 이 상황에서 인건비가 올라간다고 치면 이제는 방법이 없는 거예요. 폐업이에요"라고 말했습니다.
TV조선·채널A·MBN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마치 모든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 요구한 것처럼 왜곡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모든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며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고 있지도 않습니다.
같은 날 같은 이슈를 다룬 SBS
'폐점, 또 폐점.."손님 발길 뚝 끊겼다"(8/22 정혜경 기자)'의 경우 "정부가 오늘 자영업·소상공인을 위한 추가 지원책을 내놨지만 상인들은 손님이 줄어 수입이 감소하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입을 모읍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보도에는 "예전에 비해서 한 10~20% 정도는 아무래도 매출이 좀 다운된 거 같습니다. 경기가 조금 더 활성화될 수 있는 정책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식당 운영자 양승명 씨의 인터뷰, "매출이 절반으로 줄다 보니까 확신할 수가 없어요"라는 익명의 자영업자 인터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 내수 불황으로 인한 매출 감소가 근본적 원인이라는 입장입니다.
이처럼 자영업자의 입장은 다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조선·채널A·MBN은 마치 최저임금만이 모든 문제의 근원인 것처럼 보도한 겁니다.
이렇게 최저임금만이 자영업자들의 가장 큰 고민인 것처럼 묘사한 TV조선·채널A·MBN의 주장은 현실과도 동떨어져 있습니다. 같은 날 KBS가 이를 짚었습니다. 최저임금이 모든 자영업자들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KBS
'1인 자영업 400만 명… 한계 상황 호소(8/22 신선민 기자)'에서 김솔희 앵커는 "570만 명에 이르는 자영업자 중 400만 명은 종업원 없이 혼자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선민 기자 역시 리포트에서 "1인 자영업자는 400만 명, 전체 자영업자의 70%가 넘는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러한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자영업자 대부분은 직원 없이 홀로 일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받는 자영업자는 30% 남짓이라는 의미입니다. 이것도 TV조선·채널A·MBN가 짚지 않은 현실입니다. 최저임금이 일부 자영업자들에게 고민인 것은 사실이나 유일한 근본 문제라 보기는 어려운 겁니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은 직원을 둔 170만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사안입니다. KBS 역시 "매출도 부진한 데다 각종 수수료 지출에 인건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늘어나는 빚은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자영업자의 근본적인 문제를 최저임금으로 판단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