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경의선 철도 북측 구간을 공동으로 조사하려던 계획을 유엔군사령부(유엔사)가 불허한 것에 대해 대전지역 시민단체들이 강력 규탄하고 나섰다. 이는 미국의 명백한 주권침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전본부는 3일 오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남북관계개선에 훼방 놓는 미국을 강력 규탄한다"며 "미국은 판문점선언 이행 방해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유엔사가 '48시간 이전 사전 통보 시한'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를 '불허'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 동안 관행에 비추어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방북을 불허하면서 통일부에 남북철도 공동조사사업 전반에 대한 세부자료를 요청한 것은 '명백한 주권침해 행위'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유엔군사령관을 주한민군사령관이 겸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방북 불허'는 미국이 유엔사를 앞세워 남북정상간의 합의인 '판문점 선언' 이행의 발목을 잡는 행위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이번 유엔사의 주권침해 행위에 대해 공식사과를 요구하는 바이며, 미국은 판문점선언 이행 방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얼마 전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개소도 미국이 유엔 대북제재 위반을 이유로 제동을 걸더니, 남북 철도 연결마저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평화시대를 거스르려는 미국의 행태에 우리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오는 5일 문재인 정부가 대북특사를 파견키로 한 것과 관련, "교착상태에 있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새로운 교두보를 놓겠다는 결단"이라고 평가하고 "이번 대북특사 파견으로 대북제재에 가로 막힌 판문점 선언 이행에 동력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규탄발언에 나선 이대식 대전민중의힘 상임대표는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남북이 길을 내고, 서로 만나고, 소통의 장을 만들고자 하는데, 미국이 가로 막고 나섰다"며 "촛불을 들고 분단적폐청산을 외쳤던 대전시민들은 이러한 참으로 졸렬하고 비겁한 미국의 행태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최영민 대전평화여성회 공동대표는 "전쟁 걱정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염원하는 남과 북의 국민과 정부는 자주적인 힘을 모아 6.15선언과 판문점선언을 이뤄냈다"며 "그런데 미국이 한민족 공동번영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훼방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들은 9월 개원하는 정기국회에서 '판문점선언 국회비준 동의'가 통과되고,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체결·대북제재 해제'가 가결될 수 있도록 대전시민의 여론을 모아내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