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래 됐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동안 거리에서 마임을 했다. 그냥 한 두 번의 공연이 아닌 3일간의 축제를 매년 했다. 춘천처럼 '마임'이 명물이 되지도 않았다. 예산도 없이 대표가 자신의 집마저 처분하면서까지 '마임'을 고수했다. 누군가의 표현대로 '참 징하고 바보스럽게' 이어갔다. 대전의 유일한 마임단체인 '현대마임연구소 제스튀스' 이야기다.
유럽 신체연극학교와 프랑스 프로 전문배우학교에서 마임과 연극을 공부하고 고향인 대전으로 돌아온 마임이스트 최희씨가 설립한 전문마임단체다. 프랑스에 있을 당시 자신이 공동대표로 있던 신체연구 및 연극 컴퍼니인 '제스튀스'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했다.
서울에서 활동하지 않고 여전히 '마임'이라는 예술장르를 낯설게 보는 대전에서 꾸준히 펼치는 이유는 자신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어떤 말을 붙이지 않아도 '고향'이라는 자체만으로도 푸근하고 편안해지듯이 '마임'은 말이 아닌 몸짓 하나로도 모든 사상과 감정을 전달해주는 예술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특히 답답한 제도교육 속에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에게 몸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 시작점이 '청소년몸짓대회'였고 이를 중심으로 마임축제를 열었다. '말'보다 자유롭고 강렬한 몸짓언어 '마임'이 청소년들의 창의력을 길러준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였다.
제10회 대전ART마임페스티벌
올해 10회째를 맞이하는 '대전ART마임페스티벌'은 그래서 더 많은 기대와 고민을 했다. 오랜 노력 끝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역대표공연예술제로 선정됐다. 잘 만들고 싶은 만큼 고민도 크다. 청소년 뿐 아니라 대전의 시민 누구나 '마임'이라는 예술에 푹 빠져들게 하고 싶었다.
각종 관공서가 빠져나가면서 공동화현상이 생긴 대전의 원도심을 '몸'을 통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새롭고 자유롭게 변화시키겠다는 의미를 담아 주제도 '마임, 도시를 물들이다'로 정했다.
현대마임연구소 제스튀스와 함께 지역의 마임동호회 격인 '마임공동체 제스튀스협동조합'이 공동주최하고 지역의 시민단체와 사회적 기업들과도 결합한다. '마임'을 중심으로, 예술을 통한 힐링과 문화소통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프로그램에 담았다.
일본마임협회와 교류 협약
10회인만큼 보다 의미 있는 행사가 되도록 첫 날인 5일에 있을 개막공연을 한일교류전으로 기획했다. 장소는 충청남도와 대전의 행정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근대건축물인 (구)충남도청(등록문화재 제18호)이다.
충남도청 건물은 일본강점기인 1932년에 세워진 근대건축물이다. 아픈 역사로 시작됐지만 해방 후 행정의 역사를 통해 대전시의 발전을 이끈 건축물이기도 하다. 제스튀스는 근대부터 현대까지 대전의 역사가 담겨있는 충남도청의 이러한 의미를 되살려 한일간 역사적 반목 관계를 해소하고 예술을 통한 공존과 화합, 상생의 길을 마임을 통해 제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일본마임협회와 한일 간 '마임교류 MOU'를 체결하고 '한·일 국제교류전'을 펼친다. 역사성 있는 근대건축물과 문화예술의 만남이라는 의미도 더할 제스튀스의 계획은 역사성과 장소성, 공간성의 의미를 예술에 담아낸다는 측면에서 대전원도심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도심재생'에 대한 새로운 방향모색에도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마임'을 통한 한일교류에 앞장선다는 협약을 한 후에는 일본 판토마임 1세대인 '고지마야 만스케극단'을 비롯해 일본 마임을 대표하는 '치크리노', 일본서커스마임의 대가 '다이스케' 공연 등 코믹, 익살, 해학, 아크로바틱 등이 있는 일본 거리마임이 펼쳐진다.
우리나라 공연은 현대무용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과 무게감으로 한국현대무용계를 이끌어 온 김선이무용단과 고공에서 아름다운 춤과 퍼포먼스를 펼치는 프로젝트 루미너리, 대전충남북 유일의 마임단체 현대마임연구소 제스튀스의 공연이 펼쳐진다.
마임종합선물셋트
문화네트워킹 단체들이 참여하는 지역공동체부스에서 다양한 전시도 함께 진행되는 10월 6일과 7일은 마임의 종합선물셋트처럼 볼거리가 다양하다. 무대는 대전 젊음의 거리인 우리들공원 야외무대와 그 일원이다.
일상 속 문화예술을 만나는 즐거움이 담긴 Moving Road Show!(거리마임버스킹)를 시작으로 청소년 몸짓대회, '사통팔달ArtSpace' 프로그램, 비보이팀의 퍼포먼스가 가미된 익사이팅한 몸짓, 한국마임협의회 마임이스트 공연, 일본마임팀 공연, AIAE(Asia Improvisation Art Exchange), 현대무용, 에어리얼아트, 비쥬얼아트, 버블마임, 전시영상 등 유쾌하고 신나는 장르와 몸을 통한 실험적인 창작 작품 등이 이어진다.
또 하나의 빼 놓을 수 없는 즐길 거리는 '시민참여 - 노는 몸 프로젝트'다. '놀 줄 아는 마음만 지닌 시민들이라면 누구든 참여 가능한 이 프로그램은 즐겁게 노는 시민을 뽑아서 상품도 주고 마임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는 혜택도 준다. 그야말로 시민참여형 축제다.
올해 처음으로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에 선정돼 다섯 번에 걸쳐 '목척대전 - 대전 In 마임'을 진행하는 등 10년을 거리에 쏟아 부으며 고향 대전을 '마임의 도시'로 만들고 싶었던 한 예술가의 꿈이 올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자못 기대해 본다.
최희 대표의 그런 바람이 귓전에 울린다.
"근원적인 몸의 언어이자 창의적인 기초예술인 마임은 일상 속에서 예술을 체험하고 상상력을 통해 마음의 채널을 여는 힐링의 예술이죠. 시민들과 함께 만들고 즐기는 놀이 같은 축제를 많은 이들이 즐겼으면 좋겠어요."
* 대전아트마임페스티벌 홈페이지(http://daejeonartmi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