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배치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비용을 한국이 지불하도록 재협상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미국 중부시각으로 9일 오후 아이오와주 카운슬블러프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뒤 외교를 통해 이익을 내려 노력하고 있는 사례로 한국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을 좋아한다. 3만 2000명의 미군 병사들이 거기 있다. 그들은 '미국 감사해요'라면서 돈을 안 낸다. 그들은 돈을 안 낸다"면서 "그들은 아주 성공적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같이 믿을 수 없는(incredible) 걸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걱정하지 마라 이것은 거의 폐기됐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내가 집무실에 간(취임한) 첫 주에 알게 된 것은, 로켓을 격추하고 미사일을 격추하는 이 사드시스템, 여러분들이 본 중에 가장 엄청난 물건일 것"이라며 "97%의 명중률을 보이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제작사에선 미사일 2개를 쏘면 100% 격추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그건 비싸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사드시스템과 관련된 고위 장성 등 책임자들에게 이 시스템의 비용이 얼마인지 물었고 이들은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성대모사를 동원하면서 다음과 같이 당시의 대화를 소개했다.
트럼프 : "우리는 북한에서 한국으로 쏜 로켓을 격추하는 아주 비싼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한국을 방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지만 그들은 왜 돈을 안 내는 것인가?"
책임자 : "모르겠습니다."
트럼프 : "장군, 즉시 가서 누가 돈을 얼마나 내는지 알아오시오."
책임자가 답한 것은 '한국은 동맹이고 따라서 미국이 돈을 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한국에 배치한 사드시스템에 10억 달러가 소요된다는 점을 거론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엄청나게 부유한 나라를 지키기 위해 10억 달러를 내야 할 판이다. 그 나라에서 여러분이 가진 모든 TV를 만든다. 삼성, LG, 나도 주문을 많이 했지만"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책임자에게 "그 나라로 돌아가서 재협상을 하라, 그것은 좋은 협상이 아니다"라고 했으며 책임자에게선 "오바마 정부에서 이미 동의한 것"이란 대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나는 그들이 동의했는지 안 했는지는 상관하지 않는다, 그 집단이 하는 건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다른 나라와 어떻게 협상했는지 상관없이 고쳐나가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몇 년 동안 다른 나라들을 재건(rebuild)하고 나면 결국에는 우리 나라를 재건하게 될 것이다. 그게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라고 자신의 외교 기조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데에 회의적이었다는 것은 지난 9월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의 <공포 : 백악관의 트럼프(Fear : Trump in the White House)>에서도 묘사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들은 사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 혹은 비용 문제에 대해 한미 사이에 재협상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현재 진행중인 10차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미국 측은 분담금을 대폭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드 배치에 따른 비용은 거론하지 않은 걸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