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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3일 오전 울산항만공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벗 노동열사 김원창 민주노동자장 노제”가 열렸다.
 10월 23일 오전 울산항만공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벗 노동열사 김원창 민주노동자장 노제”가 열렸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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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는 '나는 정규직이 되더라도 1~2년 밖에 다니지 않지만, 후손들은 비정규직이 없어야 한다'며 싸우셨다. 이런 아버지 뜻이 지켜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일 새벽 눈을 감은 울산항만공사 비정규직 고 김원창(향년 59세) 노동열사의 아들이 한 말이다. 아들은 23일 오전 울산항만공사에서 열린 "비정규직 노동자의 벗 노동열사 김원창 민주노동자장 노제"에서 유족 인사를 했다.

김원창 노동열사는 '자회사 저지'와 '직접고용 쟁취', '비정규직 철폐' 등을 내걸고 싸웠다. 고인은 청와대 앞 농성 등 1박 2일간 상경투쟁을 마치고 지난 19일 귀가하던 길에 고속철도 안에서 쓰러졌고, 경주에서 병원으로 후송되었지만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청와대 앞에 우리의 요구 전달하러 갔는데..."

강원 태백에서 태어난 고인은 울산항만공사 특수경비직으로 입사해 일했고, 용역계약 만료로 해고되었다가 복직되었다. 고인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대상이 되었지만, 울산항만공사는 자회사를 설립해 전환시키려고 했다.

이에 고인을 비롯한 비정규직들은 '전국 공공부문 자회사 저지 투쟁본부'를 결성해 투쟁했고, 청와대 앞 릴레이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으며, 김원창 열사는 지난 18일 상경해 투쟁했다.

고인은 투쟁 과정에서 울산항만공사로부터 명예훼손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고인은 '후손들은 비정규직이 없어야 한다'며 앞장서 투쟁했던 것이다.

노제에는 울산지역 민주노총 조합원과 시민사회, 진보정당 관계자 등 대거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호상 황의환 공공연대노동조합 울산지부장이 경과보고를 했고, 추모노래과 추모춤 공연에 이어 조사가 진행되었다.

이양진 민주일반연맹 위원장은 조사에서 "사람이 죽었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가 죽었다"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세상이라는 곳에서, 울산항만공사로부터 명예훼손 고소와 탄압을 받던 노동자가 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원창 열사는 청와대 앞에 우리의 소박한 요구를 전달하려고 갔다. 대통령의 말을 듣지 않고 마음대로 하는 울산항만공사가 우리의 길을 가로 막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갔다"고 강조했다.

이어 "열사는 굴하지 않았다.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또 다른 용역 자회사가 아닌 직접 고용을 위해 야간근무하고서 단식농성장을 지켰다"며 "하지만 열사는 집으로 가다 끝내 돌아가셨다. 사랑하는 부인과 자녀들을 뒤로 하고, 노동자 가슴에 염원을 남겨주고 먼 길을 떠났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비정규직 철폐는 누가 우리한테 주는 선물이 아니라 우리가 피눈물 흘려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고인의 영정 앞에 신발 끈을 다시 동여맨다. 노동이 해방되는 세상을 위해, 열사를 가슴에 묻고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한섭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우리는 오늘 한 노동자를 떠나 보낸다. 늙은 노동자는 정년을 1년 앞두고 우리 곁을 떠났다. 청와대 앞 1박2일 농성을 마치고 울산으로 오던 중 열차 안에서 심장은 멈춰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일을 해도 임금은 정규직 절반이고 고용은 언제나 불안한 현대판 노예제도의 멍에를 안고 산 김원창 동지의 꿈이 멈추었다"며 "자신은 비록 비정규직이지만, 후배한테는 물려주고 싶지 않아 투쟁했던 동지다"고 덧붙였다.

윤 본부장은 "자회사 반대, 직접 고용이라는 열사의 바람은 산 자의 몫이 되었다. 반드시 열사의 염원을 이루어내야 한다. 비정규직 없는 사회, 차별 없는 사회, 노동이 자랑스러운 사회를 꼭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일 공공연대노조 위원장은 "고인은 우리들한테 한 가지 가르침을 주셨다. 옳다고 하면 행하라이다"며 "정부 지침대로 하면 울산항만공사는 자회사가 아닌 직접 고용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 지침을 지키지 않은 당신들이 동지를 죽게 만든 것이다"고 말했다.

"기차 탄다는 문자 마지막...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에 가고 싶다"

다음으로 명예장례위원장인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김 부위원장은 "또 다시 노동자가 죽었다. 촛불을 들고 이게 나라냐고 외쳤던 노동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겠다고 할 때 촛불이 나의 삶을 바꾸게 되었다고 기뻐했다"며 "공공부문 비정규직들은 희망을 가졌지만, 지금은 희망이 고문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사는 김원창 동지를 비롯한 비정규직한테 자회사로 가라고 온갖 비열한 짓을 자행했다. 직원 사이에 이간질을 시키고, 노조 힘 빼기로 자회사로 몰아갔다"며 "공사가 김원창 동지를 죽였고, 문재인 정부가 근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가 되도록 집행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정부는 '묻지마 자회사 전환'을 중지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고인의 아들이 유족 대표 인사를 했다. 아들은 "아버지 가시는 길에 함께 해주신 분들게 감사드린다. 아직도 사랑하는 아버지 생전 모습이 눈 앞에 생생하다"며 "아버지는 퇴근하시면 피곤하다시며 작업복도 벗지 않고 턱을 괴고 주무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에 가고 싶다. 다정다감하셨던 아버지 모습을 이제 볼 수 없다. 청와대 앞 농성을 마치고 기차를 탄다는 문자메시지가 마지막이었다"며 "아버지는 노동운동에 열정을 쏟으셨다. 그 열정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인은 양산 솥발산 열사묘역에 묻힌다.
 
 10월 23일 오전 울산항만공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벗 노동열사 김원창 민주노동자장 노제”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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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창#울산항만공사#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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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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