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1일 거제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 때 재해를 당했던 '물량팀장'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아 '업무상 재해' 결정을 받았다.
25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경남지부와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산추련)에 따르면, 진아무개(물량팀장)씨는 지난 24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재심결과 통지서를 받았다.
조선소는 원청→하청(협력사)→물량팀의 다단계 구조다. 협력사 직영은 '본공'이라고 일컫고, 2차 하청이 물량팀이다. 지금까지 대개 물량팀장은 사용자로 규정되어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물량팀장 진씨는 크레인 참사 당시 끊어진 와이어가 다리를 강타하여 부상을 입었고 이로 인해 수개월 동안 치료를 받아야 했다. 또한 사고 이후 트라우마로 정신과치료를 받아왔다.
삼성중공업 하청업체의 지도·감독하에 물량팀장으로 일해 온 진씨는 노동자로 분류되지 않아 초기 치료과정에서부터 '본인이 알아서 치료하라'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불편한 몸으로 치료받지 못한 진씨는 지난해 6월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에 산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각 통보했다.
이에 민변과 산추련은 진씨의 노동자성을 주장하며, 업무상재해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올해 4월 근로복지공단에 심사청구하고, 5월에는 고용노동부 산재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하였다.
고용노동부 산재재심사위는 지난 8월 9일, 진씨의 재심사청구에 대한 심의를 통해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는 재결을 했고, 10월 24일 '재결통지서'를 당사자인 진씨에게 통보했다. 진씨는 재심사일로부터 두 달이 지나서야 비로소 통지를 받게 된 것이다.
"고통은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민변·산추련은 이번 물량팀장의 노동자성 인정 재결에 대해, "죽음의 현장에서 살아온 진아무개씨의 고통은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선업계에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청업체→물량팀 →돌관팀'으로 이어지는 기형적인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일하면서 기본적인 노동권마저 보장받지 못하면서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물량팀장의 경우 하청업체의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받으며 다른 노동자들과 동일한 일을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노동법상 사용자에게 부과되는 각종 책임을 회피하려는 하청업체의 강요로 사업자 등록을 하여 노동법 적용에서 노동자가 아니라는 판단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근로복지공단은 조선업계 하청노동자들이 처한 이러한 기형적인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눈을 돌리고 형식적인 사업자 등록을 이유로 요양불승인 처분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심사일로부터 두 달만에 통지한 것에 대해, 이들은 "물량팀장의 근로자성 인정의 사회적 파장을 우려하여 재결서 발급에 시간을 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민변·산추련은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 노동자들은 고통 속에 있다"며 "매일 매일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의 뉴스를 검색하며 책임자의 진심 어린 사죄가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5월 1일 처참했던 그 현장의 고통이 노동자의 죽지 않고 일할권리를 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며 "우리는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의 진실을 밝히고 피해노동자들의 지원을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노동절'인 지난해 5월 1일 발생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로 하청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