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불교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하는 원행 스님에게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를 만드는 데 앞장서 달라"라고 당부했다.
13일 오전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로 출국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열린 새 총무원장의 취임법회에 서면축사를 보내 원행 스님의 취임을 축하했다.
"민족의 평화를 위해 실천하는 불교계의 헌신에 깊이 감사"
문 대통령은 서면축사에서 "원행스님은 늘 스스로를 낮추고 남을 높이는 마음으로 대중과 소통하며 교육, 환경, 국제 구호활동 등 우리사회 다양한 영역에서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해왔다"라며 "지금까지 쌓아 오신 지혜와 경륜으로 조계종단과 한국불교의 새로운 원력(願力)을 세우고, 나아가 한국사회의 갈등을 치유하는 화합의 중심이 되어주리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불교 1700여 년의 유구한 역사 속에는 민족의 애환이 서려 있다"라며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석장을 곧추세워 호국정신을 이끌었고 사부대중이 도탄에 빠지면 육바라밀의 실천으로 중생을 구제해왔다"라고 불교의 역사적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그 크신 부처님의 자비행(慈悲行)을 오늘에 되살려 우리 국민 모두 너나없이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를 만드는 데 앞장서 달라"라고 당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지금 한반도에 평화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 평화의 문을 여는 대역사에 불교계가 길을 내고 있다"라며 "'4.17 한반도 평화기원 법회 봉행'과 4.27 남북정상회담 성공기원 전국사찰 타종으로 부처님의 평화정신을 온 세상에 울렸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에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남북사찰공동발원문을 채택하여 불교에서부터 평화를 향한 남과 북의 염원을 하나로 묶어냈다"라며 "민족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실천하는 불교계의 헌신에 대통령으로서 깊이 감사드린다"라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대자대비 부처님이 일깨워주신 무소유의 가르침으로 우리가 가진 욕심과 아집을 내려놓을 때 온 국민이 함께 잘 사는 번영의 열매를 맺고 남북 온 겨레가 평화의 바다에서 만날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36대 조계종 새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누구?
원행 스님의 취임법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 특설무대에서 열렸다. 이날 취임법회는 원행 스님의 헌화, 종정 진제 스님의 법어, 원행 스님 취임사, 격려사와 축사의 순으로 진행됐다.
원행 스님은 지난 9월 28일 전임(제35대) 총무원장인 설정 스님이 비리문제로 중도에 퇴진한 뒤 치러진 선거에서 새 총무원장으로 선출됐다. 혜총, 정우, 일면 스님이 '불공정한 선거'를 일괄 사퇴한 뒤 치러진 당시 선거에서 단독후보로 나선 원행 스님은 전체 선거인단 318명(315명 투표) 가운데 235명의 지지를 얻었다.
원행 스님은 지난 1973년과 1985년 각각 혜정 스님(법주사)과 자운 스님(범어사)을 계사('불자가 지켜야 할 행동 규범을 일러 주는 승려')로 사미계(불교에서 사미가 지켜야 할 10가지 계율)와 비구계(불교에서 비구와 비구니가 지켜야 할 계율)를 받았다.
이후 제11~13대·16대 중앙종회 의원, 중앙승가대 총동문회 회장, 금산사 주지, 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 중앙승가대 총장, 중앙종회 의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