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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19일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 한국원자력연구원
 

지난 19일 대전 원자력연구원(이하 원연)에 있는 조사후 시험시설(PIEF)의 화학분석 시험시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이곳은 원연에서 사용한 장갑과 덧신 등 중저준위 핵폐기물을 화학적으로 분석하는 시험 시설이다.

알고 보니 이 건물에 있는 시험시설은 하나가 아니었다. 조사후 연료시험시설도 있었다. 이곳은 사용후핵연료처리 연구(핵연료 성능 및 안전성 실증, 손상 핵연료 원인 규명 등)를 위해 지정 받은 용량의 사용후핵연료를 저장수조에 저장해 두는 곳이다.

다시 말해 조사후 시험시설 건물은 고준위 핵폐기물을 연구하는 조사후 연료시험시설과 중저준위 핵폐기물을 다루는 화학분석 시험시설로 나뉘어 있었다.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화재가 커졌다면 조사후 연료시험시설에까지 불이 번져 대형 재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조사후 연료시험시설에 '핵연료봉'이 있었기 때문이다.

원연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하 KINS),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에 따르면, 조사후 시험시설의 조사후 연료시험시설에는 사용후 핵연료(핵연료봉) 1699봉을 보관하고 있다. 불이 난 화학분석 시험시설과 벽을 사이에 두고 고준위 핵폐기물이 있었다는 것. 원연은 지난 1987~2013년까지 전국에 있는 원전에서 사용후핵연료를 가져왔다(관련기사: 대전 시민 모르게 핵폐기물 반입, 말이 됩니까 http://omn.kr/kkvi).

원연 관계자는 "불이 난 건물에 사용후 핵연료가 있었던 건 맞으나 조사후 시험시설 안에 있는 두 시험시설은 사실상 다른 건물로 분리된 거나 마찬가지"라며 "(사용후 핵연료를) 안전하게 보관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경자 핵재처리실험저지 30km 연대 집행위원장은 "불이 난 건물에 핵연료봉(사용후핵연료)이 있었다고 하니 자칫 큰불로 이어졌다면 엄청난 재난이 됐을 것"이라며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원연 시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면적인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고준위와 중저준위 핵폐기물이 밀집해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화재 등 사건·사고가 발생한다면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 조용준 대전환경운동연합 에너지탈핵팀장은 "중저준위 핵폐기물 시설은 (고준위 핵폐기물 시설보다)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출입이 잦아 사고의 위험이 높다"라며 "이런 시설이 밀집해 있으면 대형 재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각각 다른 건물로 분리해 운영하는 게 안전하며 이에 대한 안전대책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KINS 관계자는 "원연의 조사후 시험시설은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지어졌으며, 사용후 핵연료는 저장시설(수조)에 채워진 수조수(탈염수) 안에 안전하게 저장되어 있다"라며 "시설 정기검사, 물리적 방호 정기검사, 방재 검사, 계량 관리, IAEA(국제원자력기구) 핵사찰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점검되고 있다"라고 했다.

지난 19일 화재가 발생한 건물이 노후화돼 전기 합선 등 화재 발생 가능성이 컸던 것으로도 파악됐다. 원연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한 건물이 1977년도에 건설된 오래된 건물로 화재 위험이 큰 것은 맞다"라고 말했다.

원연에는 이렇게 건물이 낡아 화재에 취약한 시설이 또 있었다. 지난 1월, 원연에 있는 가연성 폐기물 처리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외벽 수도배관 동파방지 열선 과열로 인한 것이었다. 이 시설은 지은 지 25년 된 건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9일 화재가 발생한 화학분석실 안의 수거물보관실에는 스프링클러 등의 화재진압 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원연 관계자는 "(수거물) 보관실에 스프링클러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경자 위원장은 "원연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방사능 노출 위험이 높아 초(단위)를 다툰다"라며 "(원연 안에) 자체적인 소방시설을 갖추고, 화재 등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주민들에게 재난 문자로 이를 알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원연에선 최근 12년간 원자로가 자동정지 되거나 방사능이 방출되는 등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6월 원안위 조사 결과, 폐기물 중에 납 44톤과 철제,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등 30톤을 무단으로 실어내거나 잃어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6년에도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무단·불법 폐기한 사실이 내부고발로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해 시민안전검증단의 안전점검에선 자체처분 대상 폐기물을 방사능 농도를 측정하지 않고 외부에 야적해 보관하고 있었던 것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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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연구원 화재#사용후핵연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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