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 4조 원이 '빵구(펑크)' 나는 마당에 당장 종이 한 장이 대책이 될 수 없다."
자유한국당이 2019년도 정부 예산안 심의를 거부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의 심의 거부로 현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가 파행을 겪고 있다.
이유는 전체 470조 원 규모의 예산안 중 '세입 결손' 4조 원 때문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7일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김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의에 앞서 공개발언을 통해 정부‧여당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나라살림 주먹구구... 헌법정신에도 안 맞아"
김 원내대표는 "이름도 거창한 470조 '슈퍼 예산'을 짜면서 무려 4조 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다는 건 대단히 심각한 예산 착오"라면서 "가정에서 가계부를 하나 쓰더라도 수익과 지출을 면밀히 따져서 살림살이 계획을 짜는 마당에 나라살림을 이처럼 주먹구구로 하려 해서는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야당이 아니라 예산 심사하는 그 누구라도 4조 세수 결손의 대책을 요구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처사"라면서 "가져오겠다는 대책은 안 가져오고 이제 와서 예산 심사가 왜 파행이냐고 볼멘소리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라고 주장했다. "예산이면 소도 잡아먹는다고 하지만 일단 쓰고 보자는 심정으로 예산 심사 임해서는 안 된다"라고도 덧붙였다.
김광림 의원 역시 "대한민국 유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기획재정위원회에서도 지금 소위 하다가 중단시키고 왔는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앞으로의 일정을 진행할 수 없다"라고 못을 박았다. 김 의원은 "(예산안) 던져놓고 대책도 없이 국회가 깎아서 맞춰 넣어라? 헌법정신에도 안 맞고 국가재정법에도 안 맞는다"라고 강조했다.
추경호 의원 또한 "백보 양보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2019년 정부 예산안을 우리가 그대로 통과시켜준다고 치더라도, 구멍난 4조 원은 도대체 어떻게 하실 건지 대통령께서 빨리 답을 주셔야 한다"라며 "그래야 우리가 그 진정성과 사업 필요성을 보고 받아들일지 아니면 그 안에서 검토를 할 텐데, 지금은 (정부가) 숙제를 국회에 넘길 사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예산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결정한 것이니 그 대책 역시 문재인 대통령께서 빨리 제출해주셔야 국회에서 제대로 된 국민 혈세에 관한 논의, 심도 있는 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송언석 의원은 "12월 2일까지 정부 예산안 심사 마무리할 시일이 촉박한 점을 고려해서, 정부에서 어떻게 대처할 건지 그 답을 26일까지 국회에 와서 보고하라고 3당 간사 앞에서 합의했다"라면서 "그런데 애석하게도, 정부 대책은 달랑 한 줄이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런 무책임한 태도 앞에서 심사를 계속 하는 건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꼬집었다.
장제원 의원은 "기재부 차관이 어젯밤에 와서 '정부로서는 대책이 없다'라고 했다"라며 "대책이 없다는 게 뭐냐? 이건 국채를 발행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산 심의 마치고 나면 국채 발행해서 나라 빚을 더 지겠다는 것이고 그 책임을 국회에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정부가 펑크 낸 세수 결손 해결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협의는 없다"라고 선언했다.
김용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앞서 22일 예결특위 예산소위 회의에 참석하여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이후에 추가된 사안이 있다"라며 "현재 4조 원 수준의 세입 결손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는 "재정 분권에 따라서 정부의 부가가치세를 4%p 낮추고 그리고 지방소비세를 4%p 인상하는 조치가 결정된 바 있다"라며 "그와 관련해서 총 세입이 줄어드는 부분이 2조 9000억 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와는 별도로 정부가 유류세를 한시 인하하기로 함에 따라서 세입결손이 발생하는 부분이 1조 1000억 정도 된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이미 제출된 예산안과 별개로 추가 세입 결손이 발생하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정부의 명확한 대책 없이 예산 심의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반발했고, 당시 여야는 정부가 26일까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설명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정부가 26일, 삭감된 세출 총액을 제출하는 데 그치자 야당 의원들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심의 거부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번 예산 심의까지 책임진 후 자리에서 내려오기로 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제6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 개막식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예산안 국회 제출 뒤 변수가 생긴 것으로 정부가 의도한 바가 아니다"라며 "서민을 위한 정책의 일환인 만큼 지연이나 파행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의견을 표했다.
박홍근 "세수결손 아니라 세액변동"
한국당의 '세수결손' 공세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액변동이 보다 정확한 표현인데 정치공세를 위해 한국당이 이를 세수결손이라고 표현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예산소위 위원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이 4조 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했다고 반복적으로 말하는데 세수결손은 세수가 당시 세입예산과 비교해 덜 걷혔을 때 쓰는 말"이라며 "(세입결손 중) 3조 원은 정부대책에 따라 국세가 지방세로 바뀌는 것이고 나머지 1조는 유류세 인하를 통해 유가하락 혜택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오전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예결위 활동시한이 불과 사흘 남았는데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걱정"이라면서 "세수 결손 아닌 세수 변동은 예결소위 통해 여야가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해명했다. 그는 "그런데도 예산 심사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예산을 볼모로 정쟁하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 안 된다"라며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고 도리가 아니다"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