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가 진실한지는 몰라도 동료들에게 의리는 없네." -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
4일 열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말이다. 엄용수 의원은 지난 2017년 7월 홍 후보자가 박근혜 청와대 '캐비닛 문건' 중 일부를 자신이 작성했다고 일부 언론에 확인해준 것에 대해 "동료에 대한 의리가 없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실 기획비서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 등을 역임한 홍 후보자는 지난 2017년 7월 <연합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박근혜 청와대의 '캐비닛 문건'과 관련, "일부는 (과거) 기획비서관 재임 시절 내가 작성한 게 맞다. 수석·비서관 회의 결과를 정리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엄 의원은 홍 후보자의 시인으로 '캐비닛 문건'의 증거능력이 인정돼 과거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게 불이익을 끼쳤다고 주장한 것이다.
실제로 '캐비닛 문건'은 관련 재판들의 증거로 제출된 바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017년 7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증거로 제출했다. (관련 기사 :
특검, '청 민정실 캐비닛 문건' 이재용 재판에 증거 제출) 그 밖의 다른 캐비닛 문건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서울고법 형사 3부는 지난 1월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에 대한 선고를 하면서 '캐비닛 문건'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엄 의원은 이날 "작년 7월 홍 후보자가 언론과 한 통화에서 캐비닛 문건 일부를 본인 재임 시절 작성했다고 대답했다"며 "이걸 언론에 확인해줄 때 이후 파급효과는, 상사와 동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는 생각을 안 해봤느냐"고 추궁했다. 또 "후보자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소극적으로 답할 수도 있었는데, 확인을 해줬다"며 "진실한지는 몰라도 동료들에게 의리는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러나 엄 의원이 이 문제를 놓고 홍 후보자를 질책한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당시 '블랙리스트' 선고 당시 법원은 "(청와대의 '캐비닛 문건' 검찰 제출은) 범죄수사 및 공소 유지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한 것으로 직무상 비밀 누설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엄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홍 후보자가 '의리'를 이유로 공익적 목적에 반해 행동했어야 한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홍 후보자는 엄 의원의 추궁에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 마음이 아프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제가 일부러 언론에 (먼저) 발표한 게 아니었다. 언론에서 제가 작성한 게 맞느냐고 사실 확인이 왔는데, 당시 수석·비서관 회의 결과는 저만 작성했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주로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 등 문재인 정부 1기 경제정책에 관한 질의가 주를 이뤘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 등 일부 청문위원은 홍 후보자가 과거 만성 간염 판정으로 병역 면제를 받은 데 대해 합당한 사유가 맞는지 의혹을 제기했으나 홍 후보자는 "당시 간염은 법정 전염병이었다. 저는 진단서를 냈고 그 뒤 병무청 판단에 따른 것 뿐"이라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