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3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세 가지 안을 발표했는데, 그 안에 독소 조항이 있다. '우리 실정에 맞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표현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말 아니냐. 이건 '한국식 연동형'이라는 건데, 그렇다면 유신독재를 '한국식 민주주의'라고 포장했던 유신 독재를 닮으라는 것인가."
마이크를 쥔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졌다. 정 대표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야3당이 함께 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결단 촉구대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연동형이면 연동형이지, 수식어는 필요 없다"며 "김대중 대통령의 철학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염원이었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더불어민주당이 좌절시킨다면 그건 개혁세력이길 포기하는 일"이라고 외쳤다. 정 대표를 비롯해 손학규·이정미 대표 등 야3당 대표는 문 대통령과의 영수회담도 제안했다.
정 대표는 이날 농성 뒤 <오마이뉴스>와 만나 한 인터뷰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제2의 민주화운동'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나타나는 사표(死票) 현상이 사라진다"라며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의 전격적인 입장 선회를 촉구했다. 민주평화당은 전날(3일)부터 '민심그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관철을 주장하며 국회 본청 건물 바로 앞에 천막당사를 차리고 투쟁에 돌입했다.
다음은 정 대표와 만나 나눈 인터뷰를 1문1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사표 없애고 '내 표 살리기'... 소수자 목소리 대변 가능해져"
- 야3당이 본청 로텐더홀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다시 한 번 '연동형 비례제'가 중요한 이유를 설명한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제2의 민주화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의, 주권자의 권리를 확대하자는 거다. 지금처럼 지역구·비례를 따로 뽑는 병립형의 경우, 투표의 절반 이상이 사표가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소수 정당에 가야할 표도 사표를 피하려는 마음에 거대 정당으로 몰린다. 그런 사표 심리에 기대어 기득권 정당만 집중적으로 수혜를 본다."
-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때 국민들에게 좋은 점은 뭔가.
"연동형 제도로 바뀌면 사표가 없어진다. 뉴질랜드의 경우를 보자. 환경 문제를 주창했던 녹색당이 이전엔 투표율이 1% 미만이었지만, 선거제도를 연동형으로 바꾸자 10%까지 수직 상승했다고 한다. 내 표가 사표가 안 된다는 판단 하에 국민들이 '소신 투표'를 마음껏 할 수 있었던 거다. 이렇듯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내 표 살리기'라고 할 수 있다.
청년과 장애인, 농민·여성들이 자기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에 투표할 수 있다. 일례로 현재는 국회의원 300명 중에 20~30대 청년 의원이 2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제도를 바꾸게 되면, 청년 유권자들이 청년 세대를 대표하는 정당을 뽑아서 자신들 요구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당사자 정치'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 마지막 본회의(7일)가 코앞이라, 정기국회 내 처리될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게 정치 아닌가. 제가 지난 8월 5일 전당대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명운 걸겠다'고 했을 때, 믿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오늘 여기까지 왔지 않나.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지지를 요청했고, 시민사회와 야당과도 연대했고, 민주평화당이 천막당사를 펴는 지금까지 오게 된 거다. '선거제 개혁-예산안 동시처리'라는 것은 명분이 있다."
"문 대통령이 링컨의 길을 따라 걷길... 망설일 필요 없어"
- 민주당·문재인 대통령에게 따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본인들이 야당 때 환호했던, 선거제 개혁과 관련한 원래의 초심으로 돌아가 주길 바란다. 민주당은 과거 2015년 중앙선관위가 내놓은 안에 환호했는데, 그게 바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 지금은 전혀 다르게 얘기한다. 그렇게 개혁정체성을 헌신짝처럼 버리면 국민들이 뭘 기대할 수 있겠나.
유일한 기대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 문 대통령이 링컨 대통령의 길을 따라 걷길 바란다. 예전 미국 노예해방 때도 국회는 비협조적이었지만 링컨 대통령이 여야 설득과 지도력으로 돌파해냈다. 문 대통령이 개혁가라면, 개혁 대통령이라면 지금 여기서 망설일 이유가 없다. 저는 문 대통령의 정직성을 믿는다. 그게 실천으로 이어지리라고도 믿고 있다."
야3당은 의원·당직자 등 80여 명이 국회 계단 앞에서 "선거제 개혁 더는 늦출 수 없다, 기득권 양당은 결단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이후 "기득권 양당의 욕심이 정치개혁 발목을 잡고 있다. 이제는 결단할 때"라는 결의문을 채택, 국회 본회의장 앞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무기한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야3당은 이날(4일) 오후부터 각 정당 의원들이 돌아가며 4인 1조로 릴레이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