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저희 엄청 힘들어요. 이건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거예요."
11년째 정왕동 다가구주택단지에서 청소관리일을 하고 있는 A 씨는 기자를 보자 한숨부터 쉬었다.
정왕동 주택단지 쓰레기 무단투기는 시와 지역단체들이 다각도로 고민하고 계도와 여러 방안을 시행했으나, 외국인 거주가 많고 주거가 짧은 1인 가구가 많은 지역 특성상 홍보문 부착과 CCTV설치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이에 시는 2016년 10월부터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주택가 무단투기단속반을 투입하고 단속에 걸렸을 때 '청결유지조치명령서(이하, 청결명령서)를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시 담당자는 이러한 단속 행위를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제7조에 의한 근거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왕동 다가구주택단지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청결명령서가 쓰레기무단배출자에게 경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새벽 2시에 뺨 때리고 허벅지 꼬집으면서 일어나 새벽 3시에 나와서 그 캄캄한 골목에 쓰레기봉투 하나 들고 뛰어 다니는 거예요. 일단 8시 30분이 되기 전에 쓰레기를 담아야 하니까. 걸리면 내 밥 줄이 위험해지는데…, 이 일은 해야 되고 거래처는 떨어지면 안 되고. 새벽에 나와서 일단 내 구역 쓰레기만 죽 담고 집에 잠깐 들어가는 거예요. 애들 밥 먹이고 학교 보내고 신랑 출근 시켜 놓고 다시 또 나와요. 그 담에 다시 처음부터 청소를 다시 시작하는 거예요.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고요." - 청소관리인 B씨
청결명령서가 왜 청소관리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에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을까. 이는 2014년 이전부터 건물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계단이나 방청소를 담당하던 청소관리인이 맡게되어 있는 지역 특성 때문이다.
정왕동 다가구 주택단지는 짧게는 3개월 혹은 6개월 가량만 거주하다 이주하는 1인 가구가 많다. 쓰레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외국인들도 많이 거주하고 있어 계도가 쉽지 않고 책임의식도 많이 부족하다. 결국 해결방안으로 건물주와 세입자로부터 일정 금액의 쓰레기 처리에 대한 비용을 받고 이를 청소관리업체가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
"단속반이 오기 전에 건물 청소를 다 하지 못하잖아요. 우리가 청소하기 전에 이미 그 건물 입구에 단속반 청결유지명령서 스티커가 붙어요. 그리고 나서 건물주에게 그걸 찍어서 사진을 보내면 건물주는 관리업체나 청소관리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한테 연락을 해요. 왜 이런 게 날라오게 하냐, 청소 좀 똑바로 해 주지. 이러면서..."
단속반 근무시간이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이다 보니 청소를 하는 노동자들이 새벽 5시부터 나와서 담당구역을 돌아도 일부 지역은 단속반보다 늦게 청소를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청소를 맡고 있는 C씨는 청결명령서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청소관리인들이 다 청소해 놓은 다음에 청소 안된 건물에만 붙이는 거잖아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쓰레기 무단투기를 뿌리부터 잡겠다는 게 아니에요. 제대로 하려면 사람들 출근하는 아침 7시부터 나와서 단속해야죠. 사람들이 출근하면서 쓰레기를 버리고 가잖아요. 그 때 단속해야 현장적발이 가능하지 않나요?"
이에 대해 시 담당자는 이러한 불만은 알고 있으나 현재 단속반 투입 이후 이 지역의 쓰레기가 많이 줄어 이 제도가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 근거로 정왕본동과 1동의 쓰레기 종량제 봉투의 소비가 과거보다 70%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시민은 그 종량제 봉투를 청소노동자들이 구입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가구주택단지 청소관리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단속반 제도에 대한 입장은 온도차이가 있었다. D씨는 이 제도가 불편하지만 조금만 개선하면 서로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청결유지명령서는 우리보다 그 사람들(단속반)이 조금 먼저 가면 붙이는 거거든요. 예전에는 오전 7시정도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청결유지명령서가 붙기 시작하면서 새벽 5시부터는 나와서 일을 해야 해요. 오후 2시쯤 되면 청소가 거의 다 끝나가거든요. 그때 단속하면 상관 없죠. 건물 입구 문 유리에 청소관리업체 스티커가 붙어요. 단속은 우리가 먼저 가느냐, 그 사람들이 먼저 가느냐 차이지. 우리는 돈 벌려면 매일 청소를 할 수밖에 없어요. 뻔히.. 사실 청소관리업체가 붙어 있는 집은 스티커를 붙이면 안돼요. 왜그러냐면 그 사람(단속반)보다 빨리 못 갔을 뿐이지, 어차피 청소를 해야 하거든요. 우린 너무 억울하잖아요. 청소를 안하면 주인한테 돈을 못 받으니까 죽으나 사나 우린 청소를 해야 해요."
청소노동자 D씨는 단속시간을 오후로 바꿔주면 현재 청소노동시간에 대한 부담도 줄고 시는 시 나름 대로 단속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며 단속방법을 바꿔줄 것을 요구했다.
건물청소업체와 계약된 건물의 무단배출 쓰레기는 단속반의 스티커와 상관 없이 청소업체 노동자가 처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단속 대상은 대부분 청소관리업체와 계약하지 않은 건물에 한 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단속반의 투입은 실제 얼마나 성과가 있는 것인지 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흥시 인터넷매체인 시흥미디어에 함께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