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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유성기업 아산공장에서 노조원들이 김아무개 상무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보수언론이 일제히 노조를 비난했다.

지난 4일 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  유성기업 영동지회 지회장 이정훈씨는 "우리 조합원들이 잘못한 점 있으면 죗값을 모두 받을 테니 경찰은 차별하지 말고 제대로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이 지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지금까지 사측은 온갖 폭력을 자행했다"라면서 "노조파괴와 관련해 실형까지 산 유시영 회장은 지금껏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2011년 이후 유성기업 공장은 재난 현장
 
 지난 2011년 6월 22일 오전 충남 아산시 유성기업에서 헬멧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방패를 든 회사측 용역업체 직원들이 출근을 시도하는 노조원들 2백여명에게 쇠파이프, 죽창을 휘두르고 소화기를 던지는 등 폭력을 휘둘러 20여명이 병원으로 실려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2011년 6월 22일 오전 충남 아산시 유성기업에서 헬멧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방패를 든 회사측 용역업체 직원들이 출근을 시도하는 노조원들 2백여명에게 쇠파이프, 죽창을 휘두르고 소화기를 던지는 등 폭력을 휘둘러 20여명이 병원으로 실려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 금속노조 제공
 
"가해자 또는 가해자 권력은 쉽다. 반면 피해자 또는 피해자와 동맹을 맺는 목격자, 그들은 많은 것을 증명해야 하며 싸워야 한다." (주디스 허먼)

충남노동인권센터 노동자심리치유사업단 두리공감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그 심각성은 2014년 국회토론회에서 처음 대중적으로 공론화됐다. 하지만 변한 것이 없었다.

2015년의 조사결과는 이전 해보다 더욱 심각했다. 노동자의 절반 가까이가 우울증 고위험군으로 나타났으며,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노동자가 90%에 육박했다. 노동자들은 두렵다고 말했다. 제발 도와 달라고 이야기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이렇게 방치된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스런 일들이 언제고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도움을 간청했다. 그리고 2016년 한광호씨가 죽었다.

폭력과 유린의 지속적인 경험, 도무지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강력한 외력에 의한 폭력, 그것은 심리적 위기를 만든다. 또한 그 폭력이 반복성, 지속성을 띤다면 인간의 본성과 생명까지도 위협한다.

하지만 이러한 폭력일수록 사회는 피해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가해자가 권력 또는 가진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넘을 수 없는 장벽이며, 그들을 비호하는 세력들은 가해자들의 폭력성까지 두둔하고 나선다. 그 사이 피해자들은 삶의 파괴를 경험하며 몇 개 안 되는 선택의 길에 놓인다. 유성기업의 8년이 그랬다.

2011년 이후 유성기업에서 벌어진 일들은 인간이 만든 '인재'였다. 또한 유성기업 경영진들에 의한 조직적, 계획적 폭력이며, 그것을 기획, 방조, 지원한 국가에 의한 폭력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이 가해자들은 자신의 범죄행위를 인정한 적이 없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현재 경험하는 정신건강상의 고통은 심각하다는 말로도 해석되지 않는다. 2017년 기준 고도우울 53.4%, 사회심리 스트레스 고위험군 86.2%로, 2015년 각 43.3%, 64.5%와 비교해 급격하게 증가한 상태다. 2016년 전국민정신질환 역학조사에서는 18세 이상 성인의 주요우울장애 평생유병률이 5%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1년간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했다는 노동자가 62명(24.3%)에 이르며, 구체적인 자살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는 노동자는 20명(7.8%)이었으며, 한 해 동안 자살을 시도한 노동자는 5명에 이른다. 어떻게 하나의 기업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는가? 적어도 눈이 있고 귀가 있다면 유성기업 경영진들의 잔악한 범죄행위가 만든 참담한 결과라는 것을 모를 리 없다.

정신건강이 악화됐다는 지표들은 사실 별 의미가 없다. 매일 두들겨 맞고, 동료가 피 흘리는 모습을 목격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당하고, 인간 모멸의 차별을 받는 일상이 8년에 걸쳐 자행된다면, 누구도 정신건강을 온전히 유지하며 살 수 없다. 그런 면에서 금속노조 유성지회 소속 노동자들은 참으로 강한 사람들이다. 인간으로의 자존과 존엄을 스스로 지켜가며 죽을 힘을 다해 견뎌내고 있다.

국가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의무' 말할 권리 없어
 
 지난 4일 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성기업 영동지회  노조원들이 회사측의 폭력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지난 4일 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성기업 영동지회 노조원들이 회사측의 폭력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김종훈
 
노동현장에 테이저 건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국가'의 발언이 있었다. 2011년 6월 11일로 기억한다. 유성기업 정문에서 400여 명의 용역깡패들이 금속노조 유성지회 노동자들을 향해 무차별 폭력을 저질렀을 때다. 당시 뒷짐진 채 서 있던 고위급 경찰은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재산권 보호차원에 행해지는 것이라 우리도 어찌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국가와 공권력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한결 같다.

"모든 사람은 그 안에서만 자신의 인격이 자유롭고 완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공동체에 대하여 의무를 가진다."

세계인권선언 29조 1항의 내용이다. 많은 사람이 자유와 방종을 구분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칠 때 사용하곤 한다. 달리 생각해 보면, 개인의 인격이 자유롭고 완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기능하는 공동체일 때 의무를 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격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고 자유가 아닌 극악한 통제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박탈하는 공동체는 더 이상 의무를 져야 할 대상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가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그 범죄를 덮기 위해 또 다른 폭력을 저지르고 있다. 이것이 8년 유성기업 재난의 원인이었고, 진정한 사죄만이 이 재난을 끝내는 시작이 될 수 있다.

유성기업 경영진들의 피해자 코스프레

금속노조 유성지회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실태에 대해 유성기업 경영진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그렇게 좋지 않으면 회사를 나가라는 것. 두 번째는 금속노조 유성지회로 인해 관리자 나아가 경영진들의 정신건강도 악화됐다는 주장이다.

전자는 노동자들의 정신건강마저도 노조탄압의 빌미로 삼아 공격한 것이며, 후자는 본질 은폐와 물타기가 목적이다. 급기야 최근 발생한 일로 유성기업 경영진들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나섰다. 8년간 자행한 자신의 범죄행위를 국가, 공권력, 사법부, 언론이 나서 두둔하고 부추기니 가능한 일이다.

범죄에서의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 가해자는 은폐와 침묵을 강요함으로써 망각을 조장한다. 그런 다음 피해자들의 신뢰성에 흠집을 내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결국 피해자의 말을 차단해 버린다. 이것이 힘 있는 가해자들의 속성이고 패턴이다.

이것이 유성기업 경영진이 절대 피해자가 될 수 없는 증거이며,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장경희 기자는 충남노동인권센터 노동자심리치유사업단 '두리공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유성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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