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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호-홍기탁 굴뚝농성 408일을 넘길 수 없습니다 - 스타플렉스(파인텍) 고공농성 및 무기한 단식 해결 촉구 사회원로(중진) 비상시국선언'이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스타플렉스 서울사무소앞에서 열렸다. 건강이 좋지 않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기자회견 도중 자리에 앉아 끝까지 참석하고 있다.
'박준호-홍기탁 굴뚝농성 408일을 넘길 수 없습니다 - 스타플렉스(파인텍) 고공농성 및 무기한 단식 해결 촉구 사회원로(중진) 비상시국선언'이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스타플렉스 서울사무소앞에서 열렸다. 건강이 좋지 않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기자회견 도중 자리에 앉아 끝까지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75m 굴뚝농성. 파인텍. 나 같은 사람까지 들어본 정도면 그만큼 싸움이 치열하고 처절하다는 얘기다. 긴 싸움에 단 한 번도 농성장 지지방문을 가보지 못해서 굴뚝에 올릴 저녁 도시락을 싸서 찾아갔다. 한 번만 가고 그치기엔 미안해서 뜨문뜨문 두어 차례 갔다가 오체투지 소식을 접했다.

청와대에서 파인텍 모회사인 스타플렉스 사무실이 있는 목동 CBS 건물 15층까지. 장장 20km를 4박 5일에 걸쳐 기다시피 가는 거였다. 청와대도 뒷짐 지고 있지 말라는 요청과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이사가 해결에 나서라는 요구가 담겼다.

하지만 청와대 100m 앞은 집회 시위 금지 구역이라며 경찰이 길을 막아서는 것이 시작이었고 찬 바닥을 밀며 건물에 도착한 이들을 맞이한 것 역시 현관 앞에 도열해 있는 경찰이었고 서러운 밀어냄이었다. 논의 요청 공문을 보내놓았는데도 김세권은 물론 책임자 한 사람 없는 사무실, 무참한 무심함이 그 응답이었다.

내내 그랬다. "비정규직으로만 공장을 돌리고 싶다"던 처음부터 시종일관 그랬다. 스타플렉스 김세권. 그이는 파산한 한국합섬을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헐값에 인수했다. 스타케미컬로 이름을 바꾸고는 노동자들에게 퇴직금 대신 위로금으로 퉁치며 권고사직을 요구했다. 폐업, 분할매각으로 매매차익만을 챙기기에 급급했다. 반발한 구미의 스타케미컬 노동자들이 단전, 단수된 공장을 지키고 차광호가 공장 굴뚝에 올랐다.

굴뚝농성 408일 만에 김세권은 고용 승계, 노조 승계, 단체협상 승계라는 3승계의 약속을 했지만, 오늘까지도 지키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그사이 설비매각을 한 상태에서 굴뚝의 노동자가 내려오면 공장을 철거해서 분할로 매각하려는 꼼수를 숨긴 위장의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그이는 고용 승계의 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하며 남은, 당찬 노동자 10명끼리만 따로 일하라고 달랑 기계 2대 놓아둔 아산의 파인텍으로 보냈다. "거기 가서 하자"던 단협 협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수용소 격리였다. 회사식당도 없이 이불 한 채 없는 방에서 자고 먹으며 10개월 일하고 손에 쥘 수 있는 급여는 1천만 원이 되지 않았다. 빠르게 합의를 해서 고용 조건을 보장하겠다던 약속을 지키라며 파업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기계 2대를 팔아버렸다. 그뿐이었다.

약속을 지켜라.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인 아이들에게도 우리가 타이르며 이르고 가르치는 말이다. 파인텍의 노동자들이 외치는 말도 하나다. "김세권은 약속을 지켜라." 하지만 누군가에게 약속이란 임시방편으로 해놓고 깨면 그만인 허언만 같다.

주면 주는 대로 받고, 자르면 잘린 대로 제 밥벌이하러 뿔뿔이 흩어지는 근로자. 누군가의 머릿속에 있을 이상형이다. 누군가는 불온한 노동자 따위는 구미에서 아산으로 멀리 유배 보내 다른 순결한 근로자들을 물들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을 게다. 제풀에 지치고 힘들어 떨어져 나가기를 기다리는 마음이었을 게다.

진짜 노동자. 사업주와 노동자가 수평의 관계로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음을 아는 노동자. 기계를 가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동시에 멈출 줄도 아는 노동자.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고 모진 탄압에도 굴하지 않는 노동자. 밟아도 밟히지 않는 인간정신으로 우뚝 일어서는 노동자. '뺏으면 화내고 때리면 맞서서 싸우는' 웹툰 '송곳' 같은 노동자를 혐오하면서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일 거다.

살려는 것이다. 모두가 다 살려는 것이다. 400일 가까운 굴뚝살이에 심각한 저체중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가면서도 버티는 것도. 북극 한파가 절정인 날들에 차가운 아스팔트에 몸을 던지며 걸어간 것도. 곡기를 끊고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것도. 무심한 세상에 알리려는 발버둥이고 모두를 살리려는 몸부림이다. 나만 살려는 것이 아니라 노동이 존엄하고 인간이 존중받는 현장을 만들며 더불어 살아가려는 것이다.

박준호 동지는 '힘드니까 나 하나 이 일에서 벗어나면 되지'하는 마음이면 당하기만 하는 노동자의 문제는 반복될 거라 굴뚝에 올랐다고 했다. 나는 신의 아들 예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스스로 약자였고 약자의 편이었던 인간 예수는 알고 있다. 누군가는 오지도 않는 예수의 부활을 2000년이 넘게 기다리고 있다며 웃었지만. 종교가 없는 난 이미 인간 예수의 현신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다.

나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포함한 더 큰 나로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는 예수, 십자가에 매달려 피 흘리는 예수들을 본다. 나의 오체투지는, 바닥에 몸을 낮추어 엎드려 올리던 절은 사실 그 노동자들에 대한 경배였다.

내 일이 아니지만 공감하는 마음으로 함께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돌아보니 정작 내 일이고 우리의 일이었다. 이 사회는 노동자를 머슴처럼 부리다가 맘대로 내쫓을 수 있는 신분제 사회가 아니어야 한다. 이 사회에 살아가는 나를 비롯한 우리는 모두 개·돼지가 아니라 인간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파인텍의 노동자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인간적인 모습일 수 있도록, 우리가 숨 쉴 수 있도록 하늘을 열기 위해 굴뚝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도. 김세권은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 한다. 한국합섬을 인수해 스타케미칼을 운영한 주체가 스타플렉스였다. 파인텍을 만들 때 합의의 당사자가 김세권이었다. 그런데도. 파인텍에 아무런 지분투자를 안 했으니 파인텍과 스타플렉스는 관련이 없다고 한다.

정의의 싸움. 양심의 싸움. 200억의 순수익을 내고도 해고를 일삼아 노동자는 거리로 내몰며 주머니를 불리는 먹튀 기업과 목숨을 건 한판 대결. 이런 와중에도 정부는 형식적 중립만을 자처하고 있다.

굴뚝 위에서 싸우고 있는 박준호, 홍기탁 동지. 밑에서 싸우고 있는 김옥배, 조정기, 차광호 동지. 민주노총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노동자 전원의 숫자는 다섯이다. 이 다섯 명이 모기업인 스타플렉스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해결이다. 노동자가 있을 곳은 고용 승계를 약속한 현장이다.

24일이면 굴뚝농성이 다시 408일이 된다. 청와대가 해결해야 하고 김세권이 해결해야 한다. 바로 우리의 관심과 연대가 그 해결을 가져올 수 있다. 잔혹한 뻔뻔함을 우리의 치열함으로 함께 넘어서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의 내일이 열린다.

(전 416연대 상임위원)
 
파인텍 강민표 대표 "노조가 무리한 요구"
회사측의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지난 12일 파인텍 강민표 대표와 한 전화 인터뷰 내용을 싣습니다. - 편집자말


파인텍 강민표 대표는 1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단체협약 약속이 깨진 이유는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회사가 망해서 신설법인(파인텍)을 만들어 새롭게 출발하는 상황인데 상여금 400%와 노조 사무실, 거기에 전임자와 명절 떡값 등을 (노조가) 요구하고 있다"라며 "회사가 매달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익이 나면 30%를 상여금으로 지급한다고 했는데도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어 "회사에 들어오면 평생 책임져야 하는 거냐"라며 "아파트까지 팔아가면서 힘들게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떼쓴다고 (회사가) 다 받아줘야 하는 거냐, 억울한 게 많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했다.
 
'먹튀'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강 대표는 "한국합섬을 인수하기 전 이곳 저곳에 알아보니 경영자 잘못으로 파산한 것으로 파악했고 잘만하면 회사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하지만 노조가 파업하면서 생산력이 떨어졌고 결국 문을 닫게 됐다, 그쪽(노조)에선 시무식 당일 갑작스레 폐업을 선언했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얼마나 수많은 아픔이 있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이어 "스타플렉스가 5명을 받아주는 게 뭐가 무리냐고 하는데 그 사람들(노조) 때문에 회사(스타케미칼)가 망해 300여 명이 직장을 잃었다"라며 "한 명이라도 받아주면 또 회사를 무너뜨리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스타플렉스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또 직장을 잃게 된다, 그럴 수 없다"라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12월 12일자 "굴뚝에 올라가고 싶어 간 게 아니다" 중에서

#스타플렉스#고공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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