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요즘 젊은 사람들 안보의식이 없다, 맞습니까?"
훈련병들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 "군복무 기간이 단축되고 군 병력이 줄면 우리 안보가 약해진다, 맞나요?"
훈련병들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 "여러분이 책임질 겁니까?"
훈련병들 "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11시 45분께 경기도 연천에 위치한 육군 제5보병사단 신병교육대를 방문했다. 청와대 마크가 붙어 있는 야전 상의를 입은 문 대통령은 이날 훈련병을 포함해 200여 명의 장병들과 함께 식사하고, 대화를 나눴다. 이날 점심 메뉴는 순두부 찌개와 무나물, 계란프라이 등이었다. 문 대통령이 선물로 준비한 치킨 200마리, 피자 200판도 함께였다. 기온은 -10도를 훌쩍 넘었다.
"단절감도 많지만 여러분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점심을 시작하기 전 문 대통령은 "저는 한창 더울 때 신병훈련을 받았는데 매일 옷이 흠뻑 땀에 젖고 온몸에 땀띠가 나서 고생했다"라며 "요즘 혹한기에는 기온이 낮아지면 바깥훈련을 안하는 걸로 규정돼 있는데 그런 규정을 잘 지켜주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기후가 아니더라도 신병 훈련 자체가 여러분들에게는 일생일대의 도전이다"라며 "자신이 속했던 사회와 전혀 다른 새로운 환경에서 생활해야 하고 한번도 겪지 못한 일들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우리가 다 해낼 수 있다, 처음 하는 일이라 서툴기도 하지만 결국은 다 이겨낸다"라며 "신병교육을 무사히 잘 마치는 것이 앞으로 자대생활을 할 때 아주 든든한 기초가 되고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새로운 상황을 겪을 때 잘 할 수 있는 자신감으로 이어진다"라고 격려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아마도 단절감 같은 것도 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놓았다. 그는 지난 1975년 8월부터 1978년 2월까지 특수전사령부(특전사) 제1공수특전여단에서 근무했다.
문 대통령은 "옛날에 제가 원하지 않았을 때에 마음의 준비도 전혀 갖추지 못한 채 입대하게 돼 입대 자체가 막막했다"라며 "그래서 가족, 친구를 다 떠나서 혼자가 됐다는 단절감이나 고립감 같은 게 제일 어려웠다"라고 털어놓았다.
문 대통령은 "여러분은 모바일이 사회의 일부가 돼 있고 그것을 통해 소통하는 세대라 모바일로부터 차단됐다는 게 가져오는 단절감도 많을 것이다"라며 "그러나 여러분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제 아들이 입대했을 때 아내는 길거리에서 군복 입은 군인만 봐도 아들 같아서 그냥 눈물을 흘렸다"라며 "군복 입은 군인만 봐도 아들 같고, 형제 같고, 남자친구가 생각나서 마음이 애틋해지는 것이 국민의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이 그리워하듯 여러분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잊지 말고 여러분이 아주 귀한 존재라고 느껴주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과거의 관계들이 단절된 가운데 새롭게 동료들하고 관계를 맺게 되는데 이게 참 중요한 것 같다"라며 "군대의 모든 훈련이 함께 해야 해낼 수 있으니까 군대 동료가 주는 유대, 전우애, 동료애, 우정이 힘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군대생활을 마친 지 40년도 지났지만 제가 공수부대 출신인데 제 동기들, 후배들, 선배들이 대선 과정에서 참 많이 도와줬다"라며 "유세할 때마다 다니면서 지지해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안보자문단 활동도 같이 해주고, 경호에도 참여해줬다"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그래서 군생활을 함께하는 동료들은 앞으로 그 어떤 관계보다 더 오래 지속되고 굳건해질 수 있는 정말 좋은 관계들이다"라며 "자기 자신도 아끼고 동료들도 아껴주면서 남은 신병훈련 잘 마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국가방위를 위해 청춘을 바치는 것은 소중한 일"
훈련병들과의 점심을 마친 뒤 문 대통령은 취사장을 방문해 급양관으로부터 취사장 현황을 청취했다. 특히 급양관이 쌀을 씻는 기계를 설명하자 문 대통령은 거기에 관심을 보이며 "전군에 보급됐나"라고 물었고, 급양관은 "전방부대에 보급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취사병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취사병이나 급양관 경력이 사회생활로 이어지거나 경력으로도 인정받나?"라고 묻자 급양관은 "그렇다, 이론과 자격증 공부를 같이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여기서 제공하는 음식을 호텔 수준으로 해주라"라고 당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훈련병들과의 대화를 위해 신병교육장으로 이동했다. 대통령이 들어서자 일부 훈련병들은 의자 위로 올라가 박수를 쳤고, 머리 위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환영했다.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는 훈련병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군대생활이 우리 젊은이들에게는 가장 빛나는 청춘의 시간인데 그 시간에 국가의 안보를 위해, 우리 국민과 내 가족의 안전을 위해 국가방위에 청춘을 바친다는 게 참으로 소중한 일이다"라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5사단은 우리 안보의 최일선에 서 있다"라며 "그 위치는 지금 남북관계가 달라지고 있다고 해도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여전히 최일선에 서야 하고 여러분이 굳건하게 안보를 지켜줄 때 남북관계도 더 발전할 수 없다"라며 "강력한 국방력의 뒷받침이 없다면 대화라든가 평화라든가 이런 게 아주 허약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적의 침략을 막아서 우리 국민의 생명이나 안전을 지키는 차원의 안보였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북한과 화해협력을 도모하며 우리가 평화를 만들고 평화를 키워가고 그 평화가 우리 대한민국의 경제로 이어지게 하는, 이렇게 달라지는 안보의 최일선에 5사단이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화살머리 고지에서 (남북이) 서로 유해발굴를 위해 지뢰를 제거하고 남북한 군인이 서로 악수하고, 좀 있으면 본격적인 유해발굴에 들어간다"라며 "이것은 정말로 남북간의 평화에서 대단히 상징적인 일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도 여러분에게 그냥 국가에 무조건 충성하라고만 요구하지 않겠다"라며 "여러분의 군생활이 조금이라도 더 자유로워지고 좋아질 수 있도록 사병 급여도 대폭 인상하고, 군복무기간도 단축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는 외박도 위수지역을 벗어나 할 수 있게 됐고, 평일에도 외출을 허용해서 친구들, 동료들, 전우들간 회식도 PX가 아니라 밖으로 나가 피자집에서 할 수 있게 됐다"라며 "한꺼번에 다 허용하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점차 업무 외 시간에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쌍둥이 훈련병들, 어머니와 통화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특별한 이벤트'를 훈련병들에게 선물했다. 화상통화로 쌍둥이 훈련병과 어머니를, 한 훈련병과 여자친구를, 또다른 훈련병과 가수 홍진영씨를 연결해준 것이다.
사회를 맡은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김태호·태훈 훈련병을 호명하면서 "두 분이 쌍둥이다, 가족들 중에 한명만 없어도 허전한데 동시에 둘 다 군대에 와서 어머니 마음이 많이 아프시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김태호 훈련병 "어머니가 한 명 보내기도 벅찬데 두 명을 한꺼번에 보내느라 슬퍼 보였다."
고민정 부대변인 "따로 들어가는 방법은 없었나?"
김태호 훈련병 "따로 들어가는 거를 생각해봤는데 면회 올 때 한번에 오는 게 편할 것 같았다."
몇 차례 시도 끝에 쌍둥이 훈련병과 어머니가 전화 연결됐다.
어머니 "아들은 잘 지내?"
김태훈 훈련병 "밥도 맛있고, 동기들도 다 착하고, 조교들도 다 좋아서 잘 지내. 우리가 보낸 편지 잘 받았어? 우리 둘 다 군대 보내느라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울먹임)"
중간에 쌍둥이 훈련병 어머니과의 통화에 나선 문 대통령은 "아들을 한 명만 보내도 어머니 맘이 아플텐데 금쪽같은 쌍둥이 두 명을 군대에 보냈으니 어머니 맘이 얼마나 애가 탈까 싶다"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다시 쌍둥이 훈련병들과 어머니의 통화가 이어졌다.
김태훈 훈련병 "엄마, 우리 잘 있으니 걱정 말고 수료식 얼마 안남았으니까 그때 보자. 엄마 사랑해."
어머니 "아들 사랑해. 장병 여러분들 모두 건강하세요."
한 훈련병도 화상통화로 여자친구와 연결됐고, 여자친구는 "사랑해, 빨리 보자"라고 애틋한 인사말을 건네 박수를 받았다. 이 훈련병은 "기다려줘서 고맙고, 아직 많이 남았지만 더 기다려줘"라고 부탁했다.
또다른 훈련병은 가수 홍진영씨와 10여 초 동안 통화하는 행복을 누리기도 했다. 홍진영씨는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 국군 장병 여러분들 추위에 몸 상하지 않게 건강 챙기면서 나라 지켜주면 좋겠다"라고 덕담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훈련병들에게 "요즘 젊은 사람들 안보의식이 없다고 하는데 맞나? 군복무기간이 단축되고 군 병력이 줄면 우리 안보가 약해진다고 하는데 맞나?"라고 물었고, 훈련병들은 일제히 "아닙니다"라고 외쳤다.
최현숙 상사 "내년부터는 동계 패딩형 점퍼가 보급된다"
훈련병들과의 대화가 끝난 뒤 문 대통령은 이들이 생활하는 생활관으로 이동해 전투화와 전투용 장갑, 운동복 등 보급품을 직접 살펴봤다. 안내를 맡은 최현숙 상사는 "내년부터는 동계 패딩형 점퍼가 보급된다"라며 "보온성도 향상되고 경량화됐다"라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번 예산에 반영돼서 내년에 지급할 예정이다"라며 "원래는 저희가 (패당 1개당) 6만 원 정도로 산정했는데 품질이 좀 떨어져서 '제대로 된 걸 하자'고 해서 예산이 두 배 정도 소요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일단 내년 예산에는 70억 원 정도 반영돼 전방지역 등 격오지, 추운지방 위주로 지급할 예정이다"라며 "앞으로 예산 협의를 잘 해서 높은 품질의 패딩을 보급할 수 있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신병교육대 격려 방문이 모두 끝난 뒤 문 대통령은 화살머리고지 GP도 시찰했다. 이곳에서는 곧 본격적인 남북 유해발굴이 진행될 예정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 이행의 현장을 확인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항구적 한반도 평화 정착 의지를 확인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