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전문가로 악명 높은 정문국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 사장을 신한생명보험의 새 사장으로 내정한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2일 김현정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의 말이다. 노조는 이날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문국 현 오렌지라이프생명(옛 ING생명) 대표를 신한생명 신임 대표로 내정한 것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그가 알리안츠생명 대표 등을 지내면서 노조를 와해하고, 많은 노동자들을 해고시킨 전력을 되짚어보면 신한생명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노조 쪽 우려다.
김 위원장은 "회사는 지난해 12월21일 정문국 사장을 신한생명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며 "인수를 당하는 기업인 오렌지라이프의 현 사장을 인수기업의 사장으로 내정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작년 9월 신한금융지주는 오렌지라이프생명 지분 약 60%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신한생명 대표 내정자, 과거 우량기업임에도 대규모 희망퇴직"
이어 그는 "아직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인수기업의 사장을 인수기업의 사장으로 내정하는 것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례적인 행태"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면에 어떤 저의가 있지 않고서는 이런 일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정 내정자의 노동자 구조조정 이력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정문국씨는 2008년 알리안츠생명 사장 시절 일방적인 성과급 제도 도입과 노조파괴로 234일이라는 (생명보험업계) 최장 파업을 유도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내정자는) 그 과정에서 160명을 해고하고 7명을 징계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또 (정 내정자가) 오렌지라이프 사장 시절, 약 1000억원의 이익을 내는 우량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희망퇴직으로 1000명에 중 260명을 내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임산부 직원에게까지 강제로 퇴직을 종용해 (직원이) 엠뷸런스에 실려갔던 일이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다"며 "이런 사람을 어떻게 인수기업 사장으로 내정할 수 있나"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지금 당장 정문국 사장 내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 김일영 사무금융노조 생명보험업종본부장도 "(정 내정자가) 알리안츠생명에서 200일이 넘는 생보업종 최장기 파업을 주도했던 지점장을 해고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정문국 사장 부임 이전 ING생명의 성과는 생명보험사 가운데서도 우수했다"며 "5년이 지난 지금 지표는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다시 구조조정을 통해 고용불안을 실현시킬 정 사장을 신한생명 대표로 생각한다는 것이 개탄스럽다"며 "사장 지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마이크를 든 유정식 사무금융노조 신한생명지부장은 "신한생명은 1990년 창립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도 인수합병 없이 유일하게 유지된 생명보험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당기순이익을 1000억원 이상 유지하는 건실한 회사로 성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신한금융은 이같은 회사를 구조조정 전문가 정문국에게 맡긴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인사를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지부장은 "정문국씨는 보험업계에서 누구나 알 수 있는 악명 높은 해고 전문가"라며 "그를 신한생명에 보내는 것은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하려는 의도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보험업계는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이라는 큰 폭풍에 직면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보험전문가가 아닌 구조조정 전문가가 온다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유 지부장은 "대표 내정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