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님, 내일은 청년 김용균이 죽은 지 정확히 한 달이 되는 날입니다. 신년기자회견에서 가장 먼저 입장을 밝힐 문제는 고 김용균의 죽음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박한 요구에 대한 답변입니다."
지난해 12월 11일 새벽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지 한 달을 앞두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두 달째 문 대통령 면담을 요구해온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9일 낮 서울 광화문광장 고 김용균씨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날(10일) 신년기자회견을 앞둔 문 대통령에게 5가지 질문을 던졌다.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으로 죽음의 외주화 못 막아"
비정규직 대표단은 이른바 '김용균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김용균씨가 맡고 있던 석탄 운반 업무나 2년 전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군의 스크린도어 수리 업무는 외주화 금지 업종에 포함되지 않았고, 지난 4일에도 20대 노동자가 경기도 화성 한 공장에서 자동문 설치 작업 도중 사망한 점을 들어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으로는 죽음의 외주화를 막을 수 없다는 게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 질문도 고 김용균씨 사망 관련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유가족 요구에 답변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어 두 번째 질문은 비정규직 양산하는 파견법과 기간제법 폐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세 번째는 불법파견 사업장 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있는지, 네 번째는 특수고용노동자, 기간제 교사의 노동3권 보장을 보장할 의사가 있는지 등 그간 대표단에서 요구해온 것들이었고,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이 비정규직 대표단과 만나 대화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대표단은 "문 대통령은 사장님들 100명과 호프잔을 부딪히며 화기애애하게 대화했다"면서 "가장 위험한 곳에서 가장 힘들게 일하고 있는 각계각층 비정규직 노동자들 100명이 대통령과 만나 비정규직 문제 해결 방안을 토론하자고 한 지 벌써 두 달이 넘었다"고 지적했다.
"18일 1000명의 김용균이 청와대 앞으로 행진할 것"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화성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100인 대표단은 오는 18~19일 1박 2일 동안 '우리가 김용균'이라고 외치는 비정규직 노동자 1000인이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며 다시 청와대 앞으로 행진할 것"이라면서 "그전에 문 대통령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나 해결책을 찾겠다는 답변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비정규직 노동자 대표 수십 명이 저마다 김용균씨를 비롯해 지난 2016년 5월 구의역 김군부터 지난 4일 화성 공장에서 숨진 20대 노동자까지 노동 현장에서 숨진 노동자들의 영정 사진을 들고 참석했다.
신대원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장은 "세월호, 구의역 사고, 이번 김용균 사고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말만 대책 마련이지 잊히길 바라는지도 모르겠다"면서 "김용균 죽음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남겨진 우리 노동자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노동자에게 '희망고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연말 해고된 황미란 공공운수노조 김천통합관제센터 분회장은 "김천시 통합관제센터는 (정부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규정한) 상시지속적이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일하는 곳이라 정규직으로 전환될 줄 알았는데 김천시는 법이 아닌 지침이라 지킬 필요가 없다며 우리를 해고했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만든 어설픈 가이드라인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정규직 전환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고문을 줬다"고 지적했다.
황 지부장은 "노동자에게 해고는 살인이다, 우리는 죽고 싶지 않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당장 만나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