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입당하신 분한테 가서 줄을 선다는 건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2.27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를 준비 중인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전날(15일) 당에 입당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당내 안착과 세 확산 등을 위한, 이른 바 '친황(친황교안)' 모임이 꾸려졌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평가였다. 이날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모임에는 박완수·민경욱·추경호·김기선·박대출 의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황 전 총리와 직·간접적인 연을 맺고 있거나 범친박으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설마 벌써 그럴까, 계파 없애자는 마당에 계파를 하나 더 보태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사실상 황 전 총리가 2.27 전당대회의 유력 당권주자로 부각되는 것에 대한 견제구 성격이 짙었다.
특히 김 의원은 "어제 입당식 어떻게 봤느냐는 질문이 많았는데, 좀 재미가 없었다"며 "정치를 시작하셨으니 보다 확실하게 입장을 밝혀야 했는데 마치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선 총리로서 답변하는 느낌이 들었다. 답변을 피해가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없었다"며 "그런 건 곤란하다. 입장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황 전 총리는) 두 가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어제 입당하고 오늘 당대표 (경선에) 나오는 걸 당원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최근 2년 동안 당이 어려울 때 조용히 계셨다가 갑자기 나와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와 관련 책임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어려운 질문은 황 전 총리에게 하셔야지"라며 "그 분 스스로 답변해야 할 사안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황교안 출마? 나보다 스펙으로 정치하는 분들이 더 걱정할 것"
황 전 총리가 2.27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았다. 그는 "전당대회가 마치 '마이너리그'처럼 되고 대선후보들은 밖에 따로 있는 기현상은 별로 좋지 않다. 다 들어와서 (전당대회를) 뛰는 게 흥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홍준표 전 대표나 김무성 전 대표도 다 전당대회에 나오시길 바란다, 황교안 전 총리도 나오는 데 이거저거 따질 것 없다"며 "다 나와서 자유롭게 경쟁하고 결과에 승복하면서 이제는 정말 이 당에서 지긋지긋한 계파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황 전 총리가 당대표 경선에 출마할 경우 자신과 지지층이 겹칠 것이란 분석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황 전 총리 지지층과) 우파, 이념 기준이 비슷해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사실 저보다 더 다른 분들이 걱정할 것"이라며 "'나는 시장했다, 장관했다, 도지사했다'며 정치를 스펙으로 하려는 분들은 총리했다는 분들이 나오게 되니 한 수 접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나는 아스팔트에서 시작해서 전혀 (황 전 총리와) 겹치지도 않고 (황 전 총리의 출마를) 걱정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황 전 총리의 출마로 2.27 전당대회에서 친박계의 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너무 그렇게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할 게 아니다"며 "당원들은 아주 현명해서 자연스레 당심이 모아질 것이다, 벌써부터 분열이니 단일화니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아울러, "생각보다 (지지자들 사이에서) 동요가 없다. 황교안은 황교안이고 김진태는 김진태다라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의원은 다음 주 중 당대표 경선 출마선언을 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출마 시점이나 비전 등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당대표로서 자신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나는 모든 것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말로만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는 분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