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반도 비핵화의 목표를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로 한정한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선 한미 양국의 이익이 일치한다"고 일축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1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의 인터뷰 발언과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하고 있는 미국이 협상 목표를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자국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ICBM 폐기로 한정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강 장관은 "완전한 비핵화라고 하는 데에서는 한미의 공동의 목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 4강도 같은 목적이고 국제사회의 전체의 목적이기도 하다"며 "그런 큰 문맥에서 이런 구체적인 언급들을 보시는 게 좋겠다. 너무 한마디, 한마디에 정책적인 변화의 함의를 읽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고 답했다.
강 장관은 또 "폼페이오 장관의 최근의 발언 관련해서 여러 가지 그런 해석이 많습니다만, 저와 폼페이오 장관은 다양한 소통 계기에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양측의 공동의 목표를 서로 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이어 "기본적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안정이라는 데 있어서는, 그리고 거기에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 여기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의) 이익이 일치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1일 미국 <폭스 뉴스>와 인터뷰하면서 "협상의 최종 목표는 미국인의 안전"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반도 비핵화 목표 변경'으로 해석한 이들도 있었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말을 한반도 비핵화 정책의 변화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은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대북제재가 해제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북한과의 대화에서 여러 가지 결론의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답하면서 "궁극적으로 미국인의 안보를 위한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는 이어진 문답에서 "국제 전문가들이 검증하는 완전히 비핵화된 북한이라는 핵심 과제에서 어떠한 변화도 없고, 여전히 정부의 목표"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강 장관은 'ICBM 폐기'가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단계일 수는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강 장관은 "우리의 접근 방법은 포괄적인 합의, 단계적 이행"이라며 "포괄적인 합의는 분명히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포괄적 합의다. 그렇지만 그 이행에 있어서는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북한과 미국이 '단계적 이행'이라는 비핵화 방법론에 공감을 이루고 우선 '북한 ICBM 폐기'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 강 장관은 "다양한 논의가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뭣 하지만, 예컨대 종전선언을 포함해서, 인도적인 지원이라든가, 또 미북 간에 어떤 상설적인 대화채널(개설)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와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언급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가 우선적인 상응조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강 장관은 "지금은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강 장관은 "우리 국민적인 관심사이기도 하고, 북측의 관심사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다 감안을 해서 한미 간에 '어떠한 비핵화 조치에 어떠한 상응조치가 따를 수 있는가' 그런 여러 가지 조합을 꾸준히 검토하고 있습니다만, 결과는 북한과 미국의 협상 테이블에서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전시 성폭력 피해자 중심 해결 위한 국제회의 준비중"
합의 자체는 파기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파기'가 선언된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와 관련, 강 장관은 기존 정부 입장을 고수하면서 '전시 성폭력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피해자 중심의 해법을 모색하는 국제회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정부 간 합의에 대해서는 재협상을 하지는 않겠다고 말씀드렸다. 따라서 그 합의는 계속 존재한다"면서도 "일본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진정한 조치, 역사적인 사실, 또 정의라는 원칙에 입각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꾸준히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어 "국제적으로 위안부의 아픈 역사적 경험이 그냥 사라지지 않도록 국제사회에서 주어지는 전시 성폭력에 대한 담화 등에 우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올해 상반기에 전시 성폭력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의 뜻에 맞는 방안을 찾을 수 있는 국제회의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일제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기업의 위자료 지급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과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발과 관련해 강 장관은 "정부의 기본 입장은 우리의 최고 법원인 대법원의 판결, 그리고 그로 인해 진행되는 사법 프로세스를 존중한다는 것"이라며 "이건 우리 사법 주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