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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센터장이 16일 오후 경기도 성남 수정구 세종연구소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북·중 수교 70주년이다”라며 “북·중 사이의 협력이 굉장히 활발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센터장이 16일 오후 경기도 성남 수정구 세종연구소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북·중 수교 70주년이다”라며 “북·중 사이의 협력이 굉장히 활발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지난 8일, 김정은 위원장이 네 번째 중국을 찾았다. 비행기를 타고 2시간이면 갈 거리를 열차에서 19시간을 보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베이징을 찾았을 때 한 방식이다. 김 위원장은 중절모에 검은색 코트 차림으로 베이징에 도착했다. 1953년 11월, 김일성 주석이 베이징을 찾았을 때 그대로였다. 중절모에 검은색 코트는 원래 김일성 주석이 즐기던 복장이다.

중국은 쑹타오 당 대외연락부장을 북-중 국경의 단둥역까지 보내 김 위원장을 영접하게 했다. 김 위원장이 돌아갈 때도 쑹 부장이 단둥역까지 배웅했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는 주로 북한을 비롯한 사회주의 나라들과의 당 대 당 교류를 주관하는 기구다.

김 위원장과 쑹타오 부장은 만나자마자 세 번 포옹했다. 사회주의 국가 정치인들이 만날 때 왼쪽 가슴과 오른쪽 가슴을 번갈아 세 차례 깊이 끌어안는 형식인 '사회주의 형제 포옹'(The socialist fraternal embrace)를 보여준 것이다. 지난해 3월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찾았을 때 하지 않았던 끈끈한 인사법이다.

당 서열 5위인 왕후닝 상무위원은 베이징역 영접과 배웅에 나서며 김 위원장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중 관계의 각별함이 어느 정도인지 마음껏 드러내는 장면이 곳곳에서 펼쳐진 셈이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센터장은 "북·중은 미운정 고운정이 든 사이"라며 "중국이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북한은 무엇을 원하는지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지금의 북·중 관계를 이해하는 데 길잡이가 된다"라고 강조해왔다.

이 센터장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석사를, 중국 칭화대학에서 박사를 하며 두 나라의 정치 생태계를 연구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세종연구소에서 그를 만나 북·중 관계의 속내를 두 시간여 동안 들었다.

다음은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센터장과 한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생일날 방중은 미국과의 협상력 높이려는 의도"
 
▲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센터장 “올해는 북·중 수교 70주년 북·중 사이의 협력 활발해질 것”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센터장은 "중국이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북한은 무엇을 원하는지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지금의 북·중 관계를 이해하는 데 길잡이가 된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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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이 동해안에 있는 원산에서 함흥을 잇는 고속도로 건설 공사를 중국에 맡겼다. 남·북 경협보다 북·중이 한 발자국 앞서나가는 기분이다.
"앞으로는 더 많아질 거다. 연길과 평양 사이에 항공로가 있었지만 2016~2018년까지 끊어졌었다. 그런데 이게 최근 재개될 움직임을 보인다. 원산 쪽으로는 중국의 자본으로 고속도로가 뚫리고 동북지방 거점도시인 연길에서는 평양으로 항공노선을 연결하는 거다. 중국은 이미 북과 접근성, 연결성을 높이며 경제적 진입이 가능할 수 있도록 바닥을 다지고 있다. 그리고 올해 북·중 수교 70주년 아닌가. 북·중 사이의 협력이 굉장히 활발해질 것이다."

- 김정은 위원장이 자기 생일날 방중했다. 김일성, 김정일의 경우 생일날 현지 시찰은 했어도 외국 방문을 한 사례는 없었다. 북의 다급함일까, 북·중 돈독함일까.
"북은 중국과의 돈독함을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 지난 몇 개월간 미국과 혼자 협상해보려다가 자기 힘의 한계를 느낀 거지. 결국 미국은 큰 나라고 북한은 작은 나라다. 어느 순간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 거로 보인다. 내 뒤에 큰 산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했던 거다. 미국이 나하고 협상을 안 해? 나도 대안이 있어, 이런 걸 상징하는 것이다. 북의 대안은 중국이었다.

자, 북이 미국에 뭘 요구했나를 생각해보자. 하나는 안보 위협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달라는 거였다. 이건 미국이 할 수도 있지만, 중국도 해결해줄 수 있다. 그리고 더욱 더 원하는 건? 경제 문제였다. 이것 역시 중국이 해결해줄 수 있다. 미국이 우리(북)와 협상을 질질 끈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나(북)는 빠져나갈 방법이 있다,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이런. 북은 중국과의 관계를 미국에 보여준 거다. 미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려는 방법이었다."

- 이번 방중을 계기로 북·중 관계에서 '당 대 당' 관계가 중심이 된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그 의미를 설명한다면.
"사회주의 국가와 아닌 국가를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 우리 같은 경우 누가 방한하면 외교부가 나간다. 그런데 형제주의가 강한 사회주의 국가의 경우 같은 사회주의 국가가 방문했을 때 외교부가 응대하지 않는다. 대외연락부가 나온다. 국가, 외교 관계 이상의 특수함과 끈끈함이 있다는 걸 그런 식으로 보여준다.

김정은의 방중을 중국 어디에서 발표했나. 공산당 대외연락부다. 대외연락부의 위상이 예전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상당하다. 결국 북·중 관계가 끈끈하다, 건재하다는 걸 보여준 거다. 냉전 때처럼 양국의 관계가 중국 공산당과 북의 노동당 채널에 의해 주도된다는 걸 확실히 보여줬다."

-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말하자 '핵 보유국의 길로 회귀한다는 협박'이라 풀이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방중 때 북한이 중국과 논의한 것은 핵무력 병진노선과 같은 과거의 길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길'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만약 '미국이 제재와 협박으로 나간다면' 북한과 중국이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북중관계'를 통해 추구할 '새로운 길'은 어떤 구상이 될까.
"중국이 대북제재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사실상 대북제재는 무너지는 거다. 여기에 러시아까지 합세하면 제재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올해 북·중 고위급교류가 굉장히 활발할 거다. 가장 관건은 과연 중국이 대북 경제제재에서 어느 정도까지 이탈하는가, 이다.

중국은 미국에 신호를 보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도움 없이 절대 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거다. 이번에 김정은과 시진핑의 만남을 중국 CCTV에서 어떻게 보도했는지 아나? 마치 선생이 학생에게 하듯이 시진핑이 말하면 김정은이 받아적는 화면이 나왔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안 나오지만 화면만 보면 시진핑이 김정은에게 조언하는 모양새다. 사회주의 선전에 우연은 없다. 결국 이 말을 하고 싶은거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협상을 재개했는데, 북핵 문제 해결하려면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거. 그걸 제대로 보여줬다."

- 김 위원장이 방중했을 때(8~10일) 미국과 중국은 무역협상(7~9일)을 벌이고 있었다. 미·중 무역전쟁과 북·중, 북·미 간 상관관계가 있나.
"당연하다. 미·중 모두 무역전쟁과 북·미 협상은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건 표면상의 설명이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미·중 무역협상과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조는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중국 루캉 대변인도 미·중 무역 담판과 김 위원장이 중국에 있는 건 관련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게 강대국의 방식이다. 원래 그렇다. 우리가 그렇게 북미 협상과 북·중 관계, 미·중 무역협상을 뒤섞을 정도로 쫀쫀한 나라가 아니라는 거지.

그런데 정말 그럴까? 트럼프는 김정은이 시진핑만 만나고 오면 북핵 협상에 소극적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런데 김정은이 또 갔다. 워싱턴은 자연스럽게 긴장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김정은이 베이징 도착하고 나서 열두 시간 동안 관련 보도가 하나도 없었다. 모두 비공개였다. 이때 워싱턴에서 얼마나 긴장했겠나. 이게 중국의 심리전이다.

김정은이 베이징에 도착했을 때, 미국의 무역협상단도 베이징에 있었다. 원래 7~8일 이틀만 협상할 계획이었는데 하루 연장해서 9일까지 했다. 내 추측이지만, 미국이 무역협상에서 중국을 밀어붙이려다가도 북·미 정상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까 망설였을 거다. 트럼프가 취임 초기에 한 말이 뭐였는지 아나? 중국이 북한 문제에 협조해주면, 무역문제에서 중국에 소프트하게 해주겠다고 했다. 북·미, 미·중, 북·중은 별개의 문제가 될 수 없다."

"북이 시장 문 열면, 당연히 우리가 들어갈 수 있을까? 큰 물음표"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센터장은 “북·중은 미운정 고운정이 든 사이"라며 "중국이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북한은 무엇을 원하는지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지금의 북·중 관계를 이해하는 데 길잡이가 된다"고 말했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센터장은 “북·중은 미운정 고운정이 든 사이"라며 "중국이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북한은 무엇을 원하는지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지금의 북·중 관계를 이해하는 데 길잡이가 된다"고 말했다. ⓒ 유성호
  
- 김 위원장이 방중하며 정치적인 면에서는 선물 보따리를 많이 챙겼다. 사실 가장 필요한 건 경제 분야 선물 보따리다. 하지만 중국은 UN 대북제재를 철저히 이행하라는 미국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의 북한 경제지원은 어떤 식으로 가능할까.
"중국의 고차원적인 계산이 있을 거다. 중국도 UN 제재를 충실히 따른다고 한다. 제재 때문에 중국이 북을 안 도와줄 것이라는 건 맞는 얘기이고 동시에 틀린 말이다. 중국 정부 차원엔서는 제재를 충실히 따를거다. 시진핑 집권 전부터 중국은 '책임 있는 대국'으로 부상한다고 했다. 국제적인 룰을 지킨다는 거다. 하지만 이건 절반의 이야기다. 공개되지 않은 많은 별도의 움직임도 있다.

중국은 지금까지 매년 50만 톤의 원유를 북에 제공했다. 수치가 들락날락하지만 작년, 재작년 제재 심했는데도 원유 50만 톤을 관용적으로 제공했을 거다. 중국은 제재를 열심히 지킨다고 하지만 제재에는 또 많은 구멍이 뚫려있다.

제재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방식도 있고 제재 예외를 요청할 수도 있다. 관광도 제재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민생을 위한 거라고 할 수 있지 않나. 북의 핵과 미사일 관련된 부분은 제재를 지키겠지만, 일반 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건 해석하기 나름 아닌가. 정치력과 힘이 큰 국가일수록 제재도 자기에게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조일 수도 있고 풀 수도 있다.

그리고 북한은 (웃으며) 정치적인 것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도 선물 보따리 많이 챙겼을 거다. 중국이 어떤 나라인가.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이 북한을 빈손으로 보냈을 리 없다."

- 최근 북한 매체를 보면 북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협상과 북미 비핵화 관계정상화 협상을 함께 추진하려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역할이 한반도 정세에 지금보다 더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텐데, 어떻게 보나. 
"(한숨 쉬며) 쉽지 않은 문제다. 정치적 구도 말고 경제적인 부분에서 이야기를 해보겠다. 일단 남북 경협만 해도 상당히 영향받을 거다. 지금 중국과 북한은 경제협력에 들어설 준비를 차곡차곡 하고 있다. 아까 말한 북의 고속도로를 중국이 하고, 한동안 끊어졌던 항공로를 연결하는 것 등이 그렇다. 

북이 시장 문을 열면, 당연히 우리가 들어갈 수 있을까? 큰 물음표가 남는다. 북은 지하광산 등 물자가 풍부하고 숙련된 노동이 있다. 게다가 싸다. 중국 시장, 노동 가격이 비싸지는 상황에서 동아시아에 남은 마지막 엘도라도, 개척지는 북한이다. 대만도 베트남도, 북에 관심이 많다. 싱가포르에 출장 갔을 때 북한 문이 열리기만 하면, 바로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도 들었다. 

북에 들어가려는 자본끼리의 경쟁이 심해질 거다. 여기에 영원한 협력관계도, 영원한 적도 없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까? 한국이 미국과 북의 이익이 맞닿는 지점, 교집합을 우리가 보여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미국에 북의 가스 매장량, 우라늄 매장량, 희토류 매장량을 수치화해서 북이 개혁·개방으로 가면 얼마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지 알려주는 거다. 개성공단의 경험을 살려 베트남에 비해 하루 몇 명 노동자가, 몇 시간 일해서 생산량이 어느 정도인지 불량품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줄 수도 있고."
 

#중국#북한#김정은 위원장#시진핑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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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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