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김용균씨가 일하다 사망한 지 49일을 맞았지만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민중당 손석형 예비후보는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공개 편지'를 발표했다.

1월 27일 손석형 예비후보는 공개편지에서 "문재인대통령님, 이젠 김용균을 하늘로 보내줘야 합니다"고 했다. 손 예비후보는 오는 4월 3일 치러지는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다.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와 시민,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1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5차 고 김용균 범국민 추모제를 마친 뒤 비정규직 철폐, 위험의 외주화 금지, 사망사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며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 "김용균 죽음에 문재인 대통령이 답하라”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와 시민,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1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5차 고 김용균 범국민 추모제를 마친 뒤 비정규직 철폐, 위험의 외주화 금지, 사망사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며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다음은 '공개편지' 전문이다.

고 김용균님의 49재를 맞아 문재인 대통령님,
이젠 김용균을 하늘로 보내줘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27일은 고 김용균님의 49재입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디찬 몸을 뉘고 있습니다.

명절을 앞둔 어머니의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저도 마음이 너무 시리고 아픕니다. 대통령님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해결책을 찾고 국민의 마음을 위로하고 또 다른 김용균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정치를 하는 이유라고 믿습니다.

대통령님을 비롯해 정부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또 다른 김용균들은 여전히 울고 있고, 차디찬 길거리에 있습니다. 대통령님의 지시와 국무총리의 위로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무엇인가가 가로막고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지난 연말 산업안전보건법이 통과된 후, 김용균님과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발전소에 일하는 김용균의 친구들은 울고 있었습니다. 자신들은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발전소 컨베이어벨트 작업이나 지하철의 스크린도어 작업은 위험 작업이 아니란 것입니다.

안전하게 일할 수 있고 더 이상 죽지 않게 해달라는 외침은 물보라처럼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왜 비정규직은 목소리도 낼 수 없고, 시정 건의도 묵살되고, 위험할 때 벗어날 수 있는 권리를 주지 않는지, 저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노동부 조사 결과로만 1천 건이 넘는 법률 위반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안전조치와 시정 작업을 한후 작업을 재개 해야 할 것입니다.

당연히 진상규명에 따른 책임자를 처벌해야 합니다. 하지만 중대재해를 저지른 원청의 사업주는 여전히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기는 했으나 허술하기 짝이 없는 탓입니다.

이 법으로는 사업주는 과태료 처분 대상에 불과합니다. 또 다른 김용균은 이미 예고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장례를 못 치르는 것입니다. 설 전에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어머니의 마음이 왜 청와대에 가닿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는 아이 보듯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는 대통령님의 말씀조차 무시되는 현실입니다.

또 다른 김용균들인 비정규직에게는 대통령의 말씀조차 희망으로 왔다가 절망으로 가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도 또 다른 노동자가 죽었습니다. 죽음의 사슬을 끊어야 합니다. 그래야 어머니도 용균이를 보고 좀 더 떳떳하게 나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산자부와 발전사가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라 들었습니다. 공공기관부터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라는 국정 방침에 대해 '소송을 당할 수 있다. FTA에 제소될 수 있다'고 버팁니다. 정치의 역할이 이것을 피할 지혜와 방법을 모색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도 시간만 끌고 있습니다.

사람의 목숨을 놓고 이렇게 해선 안됩니다. 정치의 도의가 아닙니다. 정치는 약속이고 신뢰입니다.

지금도 하루 6~7명, 1년에 2천여명이 안전장치 없이 산재로 죽어가는 현실입니다. 비정규직을 양산해 놓고 이들의 입과 귀를 멀게 하고 손발을 꽁꽁 묶어둔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비정규직은 노예가 아니며 당당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김용균의 친구들이 발전소의 정규직이 되고, 김용균님의 장례식이 설 명절 전에 치러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문재인대통령님의 결단을 기대하며, 정치인들도 여야를 떠나 함께 힘을 모아주시기를 바랍니다.

2019. 01. 27. 창원성산에서 국회의원 후보 손석형 드림.

태그:#김용균, #문재인 대통령, #손석형 후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