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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월드타워에서 김주영 한국노총위원장을 만났다. 이날 글로벌외교통상교육원(GDC)가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주최한 강연에서 그는 "우리는 노동을 하지 않고 먹고 살 수 있을 것인가"라는 말로 입을 뗐다. 또 강연 내내 동반성장을 노래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내건 소득주도성장 3종 세트. △최저임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노동시간 단축. 대기업이 이룬 발전은 중견‧중소기업의 노동자들의 노력이 더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성장의 과실은 밑으로 내려와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그는 부의 불공정분배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에서 과실을 강제로 뺏는 행위는 사회의 기틀을 이루는 '사유재산제도'를 무시하는 월권이다. 이 때문에 그는 법제화를 부르짖었다. 자본증식과정에서 기업의 장부를 투명하게 공개해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정당하게 돌려받을 수 있게 하자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법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대기업들의 이익이 증대되면 거기에 속한 노동자들의 임금 또한 같이 높아져야 한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생각이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노총)의 리더로서 연단에 선 횟수만 수백번. 그는 "대학생들과 자주 토론과 담론을 나눈다"며 나이의 고하를 막론하고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 같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세계 석학들도 이 해법을 찾지 못한다"고 말하며 이에 대한 뾰족한 해결법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시인했다.

한노총에서는 지난 몇 년간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했고 지난 19대 대선에서 5명의 대선 후보들이 이를 공약으로 채택했다. 결실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인상이 거듭되면서 시급 만원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주장들이 제기됐다. 실상 시급 1만 원은 한 달에 노동자가 법정근로시간을 꽉꽉 채워도 200만 원 수준으로 높지 않은 액수다. 하지만 지금, 소상공인이 무너지고 학생들이 일자리를 잃으며 손에 잡힐 것 같던 시급 1만 원 공약은 희미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0만 원으로 자식들 공부시키고 노후 준비하는 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1970~90년대에는 아버지 혼자 벌어서 4인 가구 이상을 먹여 살리는 것이 가능했다. 2019년인 올해, 물가 상승과 치열해진 경쟁을 감안하면 1인이 벌어서 4인을 먹여 살리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2018년 국민 소득 3만 달러를 돌파하며 30-50클럽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다. 30-50클럽은 국민 소득 3만 달러를 돌파함과 동시에 국민 5000만 명 이상을 보유한 국가들을 일컫는다. 30-50클럽에 가입한 국가는 총 전 세계 6개 국가로 우리나라가 7번째로 가입했다. 또한 2018년 수출부문에서는 6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수출의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그런데 현재 국내 상황에 대한 김 위원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되레 "어느 나라보다도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며 양극화 해소를 입에 담았다. 최저임금과 탄력근로제, 52시간제 도입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벌써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이어서 "올해 7월까지는 (최저임금)결정이 돼야 하는데 사실 쉽지 않다"고 말하며 "중소기업 중견기업까지는 최저임금 만원이 큰 문제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산입범위 확대를 근거로 들었다.

2019년도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포함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에서 지출하는 비용은 큰 차이가 없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해 현대모비스 사건을 예로 들며 "현대모비스의 문제는 결국 통상임금과 연결됐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잔업을 많이 하는 제조업 특성상 기본급은 적고 각종 수당들과 상여금이 오히려 기본급보다 많은 기형적인 임금체계를 문제로 지적했다. 9000만 원의 현대차 임금에서 잔업특근수당은 30%를 상회한다. 최저임금 문제가 고약하게 얽혀있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산입범위가 작년에 비해 확대돼 중소기업까지도 연봉 2500만 원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반기업을 제외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그 해답이 모호했다.

그는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책으로 △프렌차이즈 본사 수익금 공유 △임대료 인하 △카드수수료 인하 등을 제시했다. 모두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거론되지 않는 방안들이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 문제와 관련해 노조에게도 쓴 소리를 내뱉었다. 노동조합측에서 임금이 인상되는 것처럼 착시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결국은 임금체계가 엉망이 됐다며 노조의 '실적 챙기기' 행태를 비판했다. 작금의 망가진 임금체계에 노조의 기여분이 크다는 것을 시인한 꼴이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문제는 노동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해줄 뿐만 아니라 높은 실업률 해소에도 일조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입장이다. 기존의 노동시간을 줄여 부족한 노동분만큼 일자리를 창출해내겠다는 논리다.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서유럽의 경우 주 35시간까지 내려갔으며 독일에서는 사유가 있을 때는 28시간까지 근로시간이 단축된다. 김 위원장은 근로시간 단축을 선진국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사회가) 분배 문제에 인색하니 갈등이 생기는 사업장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라며 성과에 대한 분배를 촉구했다. 기업이 벌어들인 만큼 사회에 분배하지 않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비정규직은 기업의 비용 절감을 위한 수단"이라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사고를 언급했다.

태안발전소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고 김용균 씨는 아직 숙련되지 않는 상태에서 혼자 작업을 하다 변을 당했다. 규정상 위험한 장소에는 2인 이상의 근로자가 강제되지만 비용 절감 차원에서 김용균 씨 혼자 작업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김용균 씨를 언급하며 "위험한 일일수록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말자"는 입장을 피력했다.

일각에서는 촛불을 등에 업고 출범한 문재인 정권이 약 1년 반 정도의 과도기를 지나 노동계를 지지할 심리적인 저지선이 많이 무너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각종 경제지표가 뚜렷한 하강곡선을 그리다 보니 문재인 정부가 노동계를 지지할 힘이 달린다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의 1월 4주차 정례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46.4%까지 내려앉았다. 지난해 10월 1주차 조사에서 정부 지지율이 63%를 상회했던 것을 볼 때 현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위험 수준에 치닫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김 위원장은 "경제는 심리"라고 말한다. 국민의 심리가 불안해지니 정부정책들이 노동자한테서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복잡한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가 요구된다.

그는 우리 사회가 "정치적 이념의 양 끝으로 치닫고 있다"며 사회적 대화가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2005년 한전의 민영화를 막은 것도 사회적 대화였다. 대화를 택한 그는 유력 정치인들에게 한국전력사업분할 민영화에 대한 정책 질의서를 보냈다.

그 결과 당시 노무현 대선 후보에게 "내가 대통령이 되면 전력산업구조개편계획을 다시 검토를 하겠다"는 답변서를 받았다. 16대 대통령이 들어서고 2년 간의 조사‧연구 끝에 한전의 민영화 계획은 전면 백지화가 됐다. 김 위원장은 이때를 기점으로 사회적 대화를 신봉하게 됐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때를 기점으로 사회적 대화를 신봉하게 됐다고 했다. 현재 한노총은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에 참석해 노사정 위원들과 탄력근로제 문제의 올바른 해결방법에 대해 이견을 좁혀 나가는 중이다. 또한 현장에서 많이 발생하는 작업장 재해 문제도 중점 토의대상이다. 분명 느리지만, 사회적 대화로 계속 이견을 좁혀 나가며 앞으로 한 발 나가려는 계획이다.

#김주영#한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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