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들이 더불어민주당을 경남도의회 다수당으로 만들어줬다. 진주의료원 폐업은 경남도나 도의회 모두 잘못이 있는 것이 명백하다. 그런데 이에 대한 반성이나 진상조사도 하지 않으면 도의회가 너무 무기력한 게 아닌가."
"진주의료원 강제폐업은 법치와 민주주의를 짓밟은 행정폭력이었고 경남도의회의 날치기 통과로 이에 대한 면죄부를 주었지 않느냐. 도민 대표기구인 도의회가 이에 대한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강수동 '서부경남공공병원 설립 도민운동본부' 공동대표가 지난 1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옛 진주의료원 재개원'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는 이들은 먼저 폐업의 진상규명부터 하자고 요구한다.
옛 진주의료원은 홍준표 전 경남지사(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직하고 있던, 2013년 2월 26일 경남도가 폐업 발표를 했고, 그 해 5~6월 사이 완전히 문을 닫았다. 오는 26일이면 폐업 방침 발표가 있은 지 6년이 된다.
옛 진주의료원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민주노총 경남본부, 시민사회단체는 '서부경남공공병원 설립 도민운동본부'를 결성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경남도는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 지역의 공공병원 설립과 관련한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올해 안에 용역 결과가 나오면,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시작될 걸로 보인다.
강수동 공동대표를 만나 옛 진주의료원 폐업 과정의 위법·부당성에 대한 진상규명이 왜 필요한지,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사건'으로 지난 1월 30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되었다. 공공병원 설립 등 여러 가지 도정 현안 추진에 차질이 있지 않을까 걱정인데.
"우리들도 법정 구속까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경남도정이 또 권한대행체제로 되었지만 김경수 지사가 도민과 한 약속은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도 늦추어서는 안될 것이다."
- 현재 서부경남 공공병원 추진 현황은 어떠한지.
"옛 진주의료원을 대체할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과 관련해서 보건복지부나 경남도의 정책은 사실상 결정되어 있는 단계라고 본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전국 70개 진료권역으로 설정하는 것과 이에 따른 공공병원 설립에 대해 1월에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경남도에서도 이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 경남 진료권 설정이나 공공병원 설립 후보지와 관련해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아마도 오는 6월이면 용역 최종 결과가 나오고, 앞서 4월 쯤이면 중간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 공공병원 설립과는 별개로, 옛 진주의료원 강제폐업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한다는 요구가 있는데.
"103년 동안 서부경남 도민의 건강지킴이 역할을 해왔던 진주의료원이 하루 아침에 폐업되었다. 폐업 결정 과정에 대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당시 경남도청 안에 진주의료원 폐업을 위한 'TF팀'이 있었다. 그 때 도대체 누가 어떻게 해서 폐업을 결정했는지 지금이라도 알아내야한다.
당시 진주의료원 휴업과 폐업과 관련한 이사회의 소집과 결정 과정에서 불법성이 드러났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인권침해라는 결정이 있었다. 당시 경남도는 입원 환자를 강제 퇴원시키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고 회유했다. 그 과정에서 압박과 종용, 약품 공급 중단, 의사계약 해지도 있었다.
당시 국회 국정조사에서 지적된 원장 직무대행과 관리과장의 배임 혐의, 그리고 옛 새누리당 절대다수인 경남도의회에서 폐업 조례안의 날치기 통과와 공무원 부당 개입, 또 조합원이 농성하고 있던 진주의료원에 용역깡패를 투입하려고 시도했던 일 등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온갖 의혹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세월이 흘렀다. 진상조사를 해서 위법과 부당한 사항이 드러나면 그 관련자에 대해 행정적,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2016년에 나온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문에 보면, 절차 등에 대한 위법성이 드러나 있었는데.
"대법원 판결문에 보면, 지방의료원 폐업은 법률과 조례에 의해서만 할 수 있는데 그 전에 행해진 경남도의 폐업 결정은 법적으로 권한 없는 자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되어 있다. 또 그 집행과정에서 환자들에게 가해진 퇴원, 전원 회유, 종용 등의 조치도 위법하다고 대법원은 판결했다.
그러니까 홍준표 전 지사에 의해 이루어진 강제폐업이 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송 당시 낸 자료를 보면, 홍 전 지사는 방향 제시만 했지 진주의료원 폐업은 공무원이나 진주의료원이 알아서 했다고 얼토당토않은 책임 회피성 주장을 했다."
- 도민운동본부에서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한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만들자고 경남도의회에 제안한 걸로 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당시 옛 새누리당 절대다수였던 경남도의회가 홍준표 전 지사의 거수기 노릇을 해서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를 날치기 통과시켰지 않았는가. 2018년 6월 지방선거로, 지금은 도의회 구성이 완전 역전되었다. 당시 소수였던 더불어민주당이 이제 도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경남도의회가 위법·부당한 진주의료원 강제폐업의 공범이라는 오명을 씻으려면 도의회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그 진상을 조사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래야 새롭게 태어난 도의회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김경수 지사는 "공무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말했지만...
- 경남도에도 이같은 제안을 한 것으로 아는데.
"경남도에도 제안했지만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경수 지사는 지난해 말,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서 진주의료원 강제 폐업 진상규명과 관련하여 '전직 도지사가 정무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지 공무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볼 일이 아니라고 본다.
일단 진상조사를 해서 전직 도지사부터 정무라인,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위법·부당한 사항이 드러나면 그에 대해 행정적·사법적 책임을 물어야할 것이다. 우리들이 진상조사와 관련하여 현재 경남도청 고위 관계자 면담을 했었는데 경남도의 입장은 '진상조사는 도의회 차원에서 진행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다."
- 경남도의회 안에 진상조사특위 구성을 하는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내 분위기는 어떠한지. 도의원 구성을 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안타깝다. 지금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굳이 지나간 일을 들추어낼 필요가 있느냐 거나, 특위를 구성한다고 해도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있는 모양이다. 도민들께서 정권교체를 해서 민주당을 의회 다수당으로 만들어 주었고, 진주의료원 폐업은 경남도나 도의회 모두 잘못이 있는 것이 명백한데, 이에 대한 반성이나 진상조사도 하지 않으면 도의회가 너무 무기력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진주의료원 강제폐업은 법치와 민주주의를 짓밟은 행정폭력이었고 도의회는 날치기 통과로 이에 대한 면죄부를 주지 않았는가. 도민의 대표기구인 도의회에서 이에 대한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하고 그것이 새로운 도의회를 만들어 준 도민의 뜻을 받드는 것이다."
- 도민운동본부가 지난 1월 28일 경남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간담회를 가진 걸로 아는데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류경완 원내대표와 몇몇 도의원들이 참석해 간담회를 가졌다.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찬반 의견이 양분되어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특위 구성의 장단점과 한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고, 도의회 차원에서 진주의료원 강제 폐업에 대한 반성과 재발 방지 관련 선언을 하자거나, 민간 진상조사위원회에 도의원이 결합해서 자료 요구하고 분석해서 진상규명에 접근해보자 등 여러 이야기가 있었다.
이후에, 저희들은 다시 한 번 더 도의회에서 진주의료원 강제폐업 진상조사 특위를 구성하여 진실을 밝혀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오는 3월 열리는 도의회에 '지난 도의회의 반성'과 '강제폐업의 위법·부당함',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그리고 이를 대체할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의 절박성과 필요성을 담은 특별결의문 채택 등을 요청해놓았다. 2월 11일 의원단 워크샵이 있을 예정인데 그 자리에서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옛 진주의료원 건물에는 경남도청 서부청사가 들어서서 그 건물 활용은 어렵다. 그래서 새 공공병원이 만들어진다면 위치를 어디로 할 것인지를 두고 말이 많은데.
"견해들이 많다. 남해고속도로 사천요금소 입구 쪽 '만남의 광장' 주변에 설립하자는 의견도 있고, 차라리 그럴 바에야 삼천포 쪽으로 더 내려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진주와 사천 경계인 정촌 쪽에 설립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또 가장 적은 예산으로 가장 빨리 공공병원을 설립하는 방법은 옛 진주의료원 건물을 다시 활용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진주의료원 건물에 들어서 있는 경남도청 서부청사는 옛 진주농업기술원 자리에 다시 지어서 이전하고, 서부청사 안에 있는 인재개발원은 지금도 그곳에 있을 게 아니라 이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높다. 그리고 서부청사 안에 있는 보건환경연구원 또한 주로 수요가 많은 창원과 동부경남 쪽 도민들이 접근하기에 불편이 많다는 여론이 있다. 또한 서부청사 1층에 있는 진주시보건소는 접근성이 좋은 곳에 다시 건립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새 공공병원을 짓는다면 현재 서부청사 맞은편에 있는 옛 종축장 부지가 적당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진주혁신도시 안에 공공병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쨌든 공공병원 장소 문제는 연구용역 결과에 따른 진료권 설정과 접근성, 의료인력 수급 등 다양한 요인들을 검토해서 해야 한다. 물론, 이에 따른 도민들의 의견수렴 절차도 거쳐야 한다. 옛 진주의료원을 대체할 서부경남 공공병원은 가장 적합한 장소에 최소 300병상 이상, 양질의 필수의료서비스를 도민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지어야 한다."
"도민 건강권 위해 필요한 예산은 투입해야"
- 서부경남 공공병원을 하나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지어야 한다는 주장을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렇다면 가장 큰 문제가 재정일 텐데.
"서부경남이 의료취약지이고 공공의료 사각지대니까 꼭 한 곳이 아니라 서너 곳을 지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연구용역 결과가 나와 보면 알겠지만, 전국을 70개 진료권역으로 나눈다고 했으니까, 서부경남 시군 숫자로 보면 서너개는 된다.
그것이 신설이냐, 기능보강이냐, 아니면 민간 지정이냐 등으로 나누어지겠지만. 실제 진주를 제외한 서부경남에는 (공공병원으로) 지정할 민간병원 자체가 없지 않느냐. 그래서 당장 한꺼번에는 아니더라도 또 규모 차이가 좀 있겠지만 서너 군데도 가능한 것이다. 재정 또한 한꺼번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니까 별문제는 없으리라 본다. 그리고 도민의 건강권을 위해서 필요한 예산은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 경남도와의 민관협의체 운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도민운동본부의 계획은.
"서부경남 공공병원 선정을 위한 민관협의체가 구성된 지 오래되었는데, 그동안 한 차례 회의 밖에 진행이 안 됐다. 그래서 우리들은 경남도에 이 협의체를 격상시키고 위원들도 확대개편해서 실질적으로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과 공공의료 벨트 구축 등 경남도의 공공의료강화에 대한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경남도에서는 확대개편 작업을 진행 중에 있고 조만간 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민운동본부는 다양한 투쟁과 활동을 벌일 것이다. 오는 2월 26일이 되면 홍준표 전 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발표한지 6년이 되는 날이다. 그 시기에 맞춰 전국보건의료노조, 경남도의회와 함께 도민 대토론회를 개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 6년, 공공의료와 민주주의를 말하다'는 제목과 '2019년의 과제, 홍준표가 파괴한 경남 민주주의 회복, 진주의료원을 대체할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이라는 부제를 달고 진행할 예정이다.
또 우리는 서부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순회 간담회를 통해 도민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 '공공병원 설립 제1호'이면서 지역민의 건강 지킴이로 도민에게 사랑받는 서부경남공공병원 설립에 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