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일당과 댓글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항소심을 준비하고 있다. 1심이 해당 사건을 '심각한 온라인 여론 조작 행위'로 규정한 만큼, 무죄를 주장하는 김 지사의 항소심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1심은 김 지사와 드루킹 김동원씨가 '특별한 협력 관계'인 공모 관계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지난 1월 30일 업무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김 지사가 2016년 6월부터 지난 2018년 2월까지 김씨와 11차례 만남을 가지며 조직적인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을 지시·승인했다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받아들였다. 댓글조작 규모만 총 9971만 건, 그중 김 지사가 공모했다고 보는 공감·비공감 부정 클릭 횟수는 8800여만 건이다. 김 지사는 즉각 항소했다.
2016년 11월 9일의 진실은?
핵심은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봤느냐 여부였다. 재판부는 판결문 170쪽 가운데 김 지사가 킹크랩의 존재와 운용을 알았는지에 관해서만 43쪽을 할애했다.
킹크랩은 드루킹 일당이 개발한 댓글 조작 매크로 프로그램이다.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봤다면 이후 본격적인 여론 조작 활동을 인지하고, 이들과 밀접한 교류를 하며 그 대가로 오사카 총영사 인사 청탁이 오고 갔다는 공소사실이 입증되기 때문이다.
수사단계부터 재판과정까지 김씨, 킹크랩을 개발한 '둘리' 우아무개씨 등은 김 지사가 일명 '산채'인 경기도 파주에 있는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까지 와 약 16분 동안 킹크랩 시연을 봤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킹크랩 개발에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표시를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사무실에 방문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킹크랩 시연은 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들이 운영하는 공동체인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가 온라인에서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선플'을 달고, 상대 후보에게도 '악플'을 달지 않는 '선플운동' 작업으로 알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2016년 11월 9일 경공모 사무실에서 김 지사를 만난 '둘리'와 '드루킹'의 말을 믿었다. 둘리(경공모 ID) 우아무개씨는 2018년 11월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드루킹이 불러 강의실로 들어가니 김 지사가 책상 가운데 앉아 있었다. 3개의 아이디로 킹크랩을 돌렸다"라고 말했다. 우씨에 따르면 김 지사는 '로그인->기사 페이지 이동-> 댓글공감->로그아웃'으로 이어지는 킹크랩 프로토타입(시제품)의 구동 과정을 지켜봤다.
재판부는 특히 우씨의 진술에 무게를 뒀다. 우씨가 시연에 사용한 핸드폰의 기종을 기억해낸 점, 그날 컴퓨터 로그기록이 진술과 일치하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라 김동원씨가 개발 이야기를 꺼냈고, 김 지사가 끄덕였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졌다. 김씨로부터 김 지사의 지시를 전해 들었다는 드루킹 일당의 진술도 '간접증거'로 채택됐다. 킹크랩 시연이 인정되자, 재판부는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온라인 정보보고를 보낸 점까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정황증거로 봤다.
드루킹 일당의 엇갈리는 진술, 항소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은 1심 직후 "증거가 부족한 억지논리"라며 "여러 오염증거를 그대로 인정했다"라고 비판했다. 김 지사의 무죄를 위해서는 드루킹 일당의 진술 신빙성을 깨야 하기 때문이다. 1심은 "드루킹 측의 진술이 직접증거는 아니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라 간접사실 증명에 의한 정황증거로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우선 번복된 진술이 있다. 킹크랩 시연 날, 김동원씨는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문제가 생기면 감옥에 가겠습니다, 다만 의원님 허락이나 동의가 없으면 할 수 없습니다, 고개를 끄덕여서라도 허락해주십시오"라고 말하자,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였다고 진술했다. 다른 멤버인 양아무개씨는 "그날 강의실 내부를 봤는데 김 지사가 휴대전화를 보고 끄덕였다"라고 주장했고, 김씨도 맞다고 동의했다. 그러나 양씨가 서 있던 자리에서는 창문에 붙어 있던 종이로 인해 안을 들여다볼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김씨는 말을 바꿨다. 재판부마저도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인정했다.
또, 우씨 진술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도 허점이 존재할 수 있다. 방문 당일 우씨가 김 지사에게 보여준 기사는 '최순실-고영태'와 관련한 기사였다. 컴퓨터 로그기록에 따르면 기사 공감 추천 수는 사이클에 따라 올라가는 것만 반복하지 않고, 다시 감소했다. 우씨는 '공감·비공감' 관계 없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시연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김 지사 측은 1심처럼 일상적인 테스트로 주장해볼 수 있다.
49차례 온라인 정보보고도 마찬가지다. 객관적으로 전송이 확인된 정보보고는 2017년 1월~3월까지 7~8차례뿐이다. 김씨는 정치권 동향, 온라인 여론 동향 등 당시 김 지사에게 중요한 정보들을 보냈고, 재판부는 '유용한 정보'라고 판단했다. 현재 해당 대화방이 삭제돼 확인할 수 없지만, 김 지사가 2016년 말 정보보고에 반응하지 않은 이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추론했다. 반면 김 지사는 김씨가 경공모 안에서 공유되던 내용을 보냈을 뿐이며 바로 삭제하거나 관심있게 살펴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