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 터지는 부분은 가차 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 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 기자 말
서울에서 부산까지 방방곡곡을 누비며 서민의 발 역할을 했던 완행열차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전북, 전남, 수도권, 부산 등 통일호가 사라진 자리에서 시민의 안전한 발이 되어주었던 통근 열차가 마지막 운행 구간인 동두천-백마고지 운행을 3월 31일 중단한다.
연천군 일대에서 주최한 주민 공청회 등에서는 경원선 연천역까지 지하철 1호선 연장 공사로 인한 잠정중단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통근 열차 차량의 남은 수명을 고려했을 때 다시 운행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통근열차 차량인 CDC(Commuter Diesel Car)는 1996년 단거리 통일호로 운행을 시작했다. 비둘기호가 차량 노후화로 폐지되면서 구간 수요의 충족을 위해 모든 역에 정차하는 통일호를 만든 것이 시작이다. 이후 전국 곳곳에서 표를 예매할 필요가 없는 자유석 통일호가 다니기 시작했다.
모든 역에 정차하는 이 특이한 열차는 통일호 계통의 폐지 이후에도 통근 열차라는 이름으로 통일호의 모습을 계승했다. 당시 통일호의 가격과 같은 1400원의 요금에 경로 할인까지 되었다. 이로 인해 경의선 일대에서는 출퇴근 시간마다 많은 이들이 이용하고, 군산선 구간에서는 전주 장에 나가는 어르신들이 자주 타곤 했다.
통근 열차는 사람들의 출퇴근에 많은 기여를 하면서도, 모든 역에 의무적으로 정차해야 하는 '임무'를 지니며, 매우 작은 간이역은 물론 승강장만 있는 곳에도 정차하는 등 비둘기호와 통일호가 갔던 길을 15년간 이어왔다. 2000년대에는 도라산역의 개통으로 한국에서 가장 북한과 가까운 곳에 열차가 닿기도 했다.
군인과 등산객 타는 열차, 꼭 타보세요
하지만 통근 열차는 '사람이 꽉 차도 적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터무니없이 낮은 요금에 비해 높은 운영비가 문제였다. 하지만 이용층이 노인이나 주머니 가벼운 통근객과 학생이라 요금을 올리기에는 무리였다. 고령화로 지방 수요가 급감하고 같은 구간에 전철이 개통하는 등의 변화로 통근 열차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졌다.
군산선 통근 열차는 장항-군산 간 철교의 개통으로 사라졌고, 경의선 전철의 개통은 경의선 통근 열차를 사라지게 했다. 목포-순천, 대구-마산 등 지방을 오가던 통근 열차는 고령화와 도로교통의 발달로 무궁화호로 대체되거나 흔적 없이 사라졌다.
남는 CDC 중 상당수는 바다열차나 평화열차(DMZ Train) 등 관광열차로 개조되거나 통일호 좌석을 들어내고 무궁화호 좌석을 매립해 RDC(Refurbished Diesel Car) 무궁화호 열차로 운행하고 있다. 통일호로, 통근 열차로 운행되던 완행열차의 '신분 상승'이 이루어진 셈이다.
마지막 구간인 경원선 동두천-백마고지 구간은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38선을 넘는 노선이기도 하고 의정부에서 신탄리를 오가던 시절부터 군인이나 직장인 등이 타고 내리는 통근 열차였는가 하면 등산객과 안보관광객이 이용하는 관광열차로도 기능했기 때문이다.
여러 간이역도 곳곳에 남아 있다. 신망리역, 대광리역, 초성리역 등 간이역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많은가 하면 한탄강역 등 건물 없이 승강장만 있는 곳도 남아 있다. 연천, 철원 일대와 한탄강 풍경을 한 시간 동안 모든 역을 정차하며 달리는 완행열차에서 감상하는 것도 좋다.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3월 31일까지 통근 열차를 운행하는 경원선에서는 2022년 개통을 목표로 수도권 전철 1호선의 연천역 연장공사가 진행된다. 동두천역 이북에서는 통근 열차를 대체할 대체수송 버스가 운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