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열린 '대통령-자영업자·소상공인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자영업은 우리 경제의 매우 중요한 한 축이다"라며 "자영업과 소상공인을 독자적인 경제정책의 영역으로 삼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강조했다.
애초 모두발언 원고에는 "자영업은 우리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이다"라고 적혀 있었지만 현장에서 "매우"라는 단어가 추가됐다. 문 대통령이 자영업자·소상공인 문제를 얼마나 비중있게 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상 처음으로 열린 '대통령-자영업자·소상공인 대화'는 카드수수료·임대료·인건비 등 비용부담, 상권보호와 상생, 성장과 혁신, 규제개혁 등 총 네 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발언이 끝난 다음에는 관련부처 장관 등이 직접 답변에 나섰다.
김성민 회장 "카드수수료 협상권을 자영업자에게 달라"
먼저 비용부담과 관련, 서울 은평구에서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김성민 한국마트협회 회장은 "자영업자들은 풀뿌리 경제를 일구는 주체인데 자영업자들이 10년 넘게 고달팠는데 이번에 카드수수료가 인하돼 오랜 가뭄 속 단비를 내려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에 감사 인사를 건넸다.
김씨는 "그런데 지금 카드사들이 약속을 안 지키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라며 "기존에 (매출) 30억 원 이상이면 (카드수수료가) 1.9% 정도 됐는데 (카드수수료가 인하된 이후에도) 2%가 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카드수수료 협상권을 자영업자에게 부여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면 자영업을 하는 데 좀더 도움이 될 것 같다"라며 "금융위원회에서 이러한 법제화를 추진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가맹점 협상권 부여 문제는 단체 소속 가맹점과 그렇지 않은 가맹점 사이의 공정성 문제가 있다"라며 "영세 가맹점의 협상은 정부가 돕도록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답변에 나서 "노동조합 단체협약의 경우에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도 단체협약의 효력을 미치게 하는 구속력 제도 같은 것이 있다"라며 "그렇게 확장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판단해 주면 좋겠다"라고 주문했다.
최종구 위원장 "하반기 중 자영업자 특화 대출 상품 내놓겠다"
이어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자영업자들이 금융권에서 담보대출을 받아 많이 시작하는데 '은행권에서는 담보대출 연장을 잘 안해준다'는 이야기가 저희들 카톡방에 많이 올라온다"라고 전했다.
이 의장은 "저희들이 계속 장사해야만 돈을 벌어 자식들 키우고 은행이자라도 갚을 수 있는데 (담보대출) 회수가 들어오거나 (담보대출 연장) 중단이 들어오면 어려워진다"라며 "다른 정책들보다 우선해서 (이와 관련한) 체계를 강화해줬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이 의장은 "저희들이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하고 싶어도 4대보험 부담 때문에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한시적으로라도 자영업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2대 보험만을 우선해서라도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특별법을 만들어 지원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이에 최종구 위원장은 "어려운 자영업자 관련 대출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부족한 상황이다"라며 "기업은행이 1.4%의 낮은 대출상품을 운영중이고, 신용보증기금과 기업은행 등이 하반기 중에 자영업자 특화 상품을 내놓으려 한다"라고 전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4대보험 가입 조건이 어려울 수 있다"라며 "사회보험료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병기 부회장 "체크카드를 제로페이화했으면 좋겠다"
이병기 홍천중앙시장상인회 부회장은 '제로페이문제'를 들고 나왔다. 제로페이는 은행이 소비자의 계좌에서 판매자의 계좌로 현금을 이체하는 방식으로 결제해 소상공인들이 카드수수료를 부담하지 않도록 하는 소상공인 간편결제 시스템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 가운데 하나다.
이 부회장은 "제로페이를 상인들은 다 알고 있는데 소비자들은 많이 모르고 있다"라며 "기본적으로 홍보 자체가 소비자 위주여야 하는데 상인들에게만 결제수수료를 내려준다는 식으로 홍보해서 우리한테만 생색낸다고 소비자들은 생각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현재 전통시장에서 장사하는 상인들과 소비자들의 대부분이 노령화돼 있고, 이분들은 스마트폰이 없어서 (제로페이 등이) 무용지물이다"라며 "그래서 체크카드를 제로페이화했으면 좋겠다"라고 제안했다.
이 부회장은 "소비자들은 자기 통장에서 돈이 나가니까 상인들한테 수수료가 안 나간다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이것이 해결된다면 실제 매출도 많이 날 것으로 본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제로페이의 소비자 홍보가 부족한 이유는 가맹점이 많지 않기 때문인데 가맹점 수가 일정 수준이 되면 3월부터 적극 홍보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성윤모 장관 "골목상권 대표성 반영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
상권 보호·상생과 관련,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회장은 '유통산업발전법 시행규칙상 골목상권 대표 협의체 참여'을 요청했고, 마화용 소상공인특별위원회 사무총장은 '라벨갈이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매출, 고용 등 구체적인 수치로 적용하는 시행규칙을 2월 말이나 3월 초에 개정할 계획이다"라며 "골목상권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세부적 내용을 검토하겠다"라고 약속했다.
홍종학 장관은 "합동 단속으로 나아진 것으로 아는데 라벨갈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으니 직접 챙겨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재안 소상공인자영업연합회 대표는 '자영업자 생활보장'과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지역가입자 기준 의료보험 부과', '세금의 카드 납부시 수수료 발생'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대책을 요청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업장 가입자로 고용하면 보험료가 낮고, 고용원이 없으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소득·재산 기준으로 부과되는데 어려운 난제 중 하나다"라며 "퇴직하고 나면 보험료 높아지는 문제점 있다, 언제든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세제 감면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라고 답변했고, 최종구 위원장은 "세금 납부 관련 우대수수료를 적용 중이다, 기존 우대수수료 제도를 잘 운영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 "세금 납부시 카드수수료 부담, 특별한 고려 필요해"
특히 세금 납부시 카드수수료 부담과 관련, 문 대통령은 "세금뿐만 아니라 검찰청의 벌금 납부도 과거에는 카드 납부가 안 되다가 요즘 국민 편의를 위해서 카드 납부가 되고 있다"라며 "검찰청 벌금뿐만 아니라 각종 벌과금, 과태료 또는 여러 가지 공과금들도 카드 납부가 아마 허용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만약에 안 되고 있는 부분이 있으면 국민 편의를 위해서 가능하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라며 "그 경우 카드 수수료를 2% 부담해야 하는 것도 국민의 부담을 높이는 것이니 뭔가 특별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부분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한번 방안도 찾아봐 달라"라고 당부했다.
방기홍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은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재갑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하면서 소상공인 입장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직접 참여하게 했다"라고 답변했다.
최승재 회장 "공정경제는 어느 정권도 하지 못했던 부분"
성장·혁신, 규제개혁과 관련, 곽의택 한국소공인진흥협회 회장은 "10인 미만 소공인들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라고 호소했고, 홍종학 장관은 "소공인을 지원하는 복합지원센터를 만들어 지원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최승재 소상공인 연합회장은 "대통령이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포함해 모두가 잘사는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며 "소상공인들은 척박한 환경과 구조적 문제 때문에 함께 뛰어갈 힘이 없었고, 힘들고 섭섭한 마음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라고 토로했다.
최 회장은 "공정경제는 어느 정권도 하지 못했던 부분이다"라며 "소상공인들은 지원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룰 안에서 열심히 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소상공인연합회는 영세상인들이 혁신기업으로 발전하는 데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라며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주고, 배려해줘 감사드린다"라고 문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정부가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는 아직도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기회였다"라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다고 느끼고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느낀다"라고 소회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