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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난섬은 타이완섬을 제외하면 중국에서 가장 큰 섬으로 중국인들의 휴가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중국 최남서쪽에 위치하고 동서 300km, 남북 180km으로 제주도의 18배 크기, 인구 930만을 가졌다.

1월은 온화한 아열대성 기후로 시기적으로 겨울에 속해서 한국의 초가을 날씨와 비슷해서 휴양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동남아처럼 붐비지도 않고 음식도 입에 맞고, 원하면 해양스포츠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망고스틴, 체리, 망고 등 열대과일을 싸게 사먹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아침 일찍 호텔 옆 재래시장에 가서 한 1주일 먹을 수 있는 망고를 샀다.

다만 사방이 바다에도 불구하고 랍스터와 킹크랩이 비싸서 먹을 엄두를 못낸다는 아쉬움이 있다. 킹크랩 500g이 8만원이나 한국의 꼭 2배다.

 
 하이난1
하이난1 ⓒ 이재영
 
대동해 비치의 길고 넓은 해변은 많은 관광객들을 다 수용하고도 남을 정도로 넉넉하다. 햇빛은 따갑지만 이곳 주민들에겐 추운 겨울이라 느껴지는 건지 해수욕장을 즐기는 사람들은 적고 나무그늘에 앉자 잡담을 즐기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간혹 러시아인들도 눈에 띈다. 애완견 대신 작고 귀여운 애완돈이 사람들의 주목을 끈다. 크기와 핑크색 피부톤을 봐서 애완용으로 특화된 품종으로 개발된 것 같다.

수영복을 가져갔으나 차마 바닷물로 뛰어 들진 못했다. 대신 긴 해변가를 따라 잘 조성된 야자수와 나무데크로 된 가게 벤치가 이방인의 좋은 휴식공간이 되어 주었다.

이곳도 스마트폰 한개 달랑들고 머리 모양을 괴상하게 꾸민 1인 VJ들이 유튜브 중계에 열심인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유튜브는 자본주의에 눈뜬 젊은 이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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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난2 ⓒ 이재영
 
저녁 식사를 마치고 산야 시내 야경을 보기 위해 별빛투어 보트에 올랐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특이한 것이 없다. 불쑥불쑥 높이 솟은 호텔빌딩과 산능선을 이용해 다양하고 이채로운 야경을 선보였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단일조명으로 중세건물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며 시종일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황홀하게 했다.

대표적 건물이 없는 산야는 단조로운 조명 대신 색의 조화와 역동적인 조명을 이용하여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조명 색이 바뀌고 등장 인물이 다양하다. 심지어는 한자 단어가 흐릇다. 다음 색의 변화는? 사슴과 열대어가 뛰노는 조명 다음엔 어떤 모양이 전개될건지 궁금증이 일게 한다.

넓은 지역이라 불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역동적인 조명의 변화에 걸맞는 음악이 보태진다면 더 극적이지 않을까? 음악으로 바다를 덮을 수 없으니 조명변화에 따라 배에서 음악을 블루투스로 내보내고, 관광객은 이어폰으로 들으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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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난3 ⓒ 이재영
 다음 날 오후, 시내로 나가 파인애플몰 4층에 있는 식당에서 샤브샤브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온갖 소스가 있지만 그 중 칠리소스가 야채와 흑돼지 삼겹살, 어묵 샤브샤브에 가장 잘 어울렸다. 땀을 빨빨 흘리며 맛있게 먹었다.

다음 목적지로 이동 중에 도심지 중앙에 대형 나무들이 줄 지어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수천개의 객실을 가진 최고급 호텔 단지를 나무 모양으로 건축한 것이다. 삭막한 콘크리트 빌딩 숲을 나무 숲으로 순화한 발상이 기발하다.

 
 하이난4
하이난4 ⓒ 이재영
 
 하이난5
하이난5 ⓒ 이재영
  
6천석 좌석의 절반 이상을 관객이 자리를 메꾸자 본격적인 송성가무쇼가 시작되었다. 삼아천고정, 이 삼아지역에 얽힌 애틋한 사랑 얘기와 기원전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내용으로 담고 있다.

전체적 스토리 전개가 매끄럽지 않다. 아무래도 수백명의 공연자, 스토리텔링, 놀라운 화면전개와 다양한 색의 전개로 중국내 많은 가무쇼를 연출한 거장 장예모의 작품은 아닐 것이다. 그의 연출작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오래오래 작품의 짙한 장면들을 잊지 못하게 한다.

레이저 쇼, 인어공주, 무대의 폭포, 서커스, 해양스포츠, 바닷속 물고기 등 무대와 관객적을 모두 아우르는 연출로 다양하게 공연이 펼쳐졌지만 기억에 담아둘 장면들은 없었다. 음식으로 치면 뷔페와 같다. 많이는 먹었는데 특별히 맛있었던 요리가 있었든가?

시내에서 약 한시간 거리에 있는 원숭이 섬을 향해 달리는 버스 안으로 하이난의 시골 풍경이 들어 왔다. 해바라기가 피었고 장미밭이 길게 뻗어 있었다. 넓은 채소밭 틈 사이로 일년 삼모작하는 쌀농사를 위한 첫 모내기를 막 끝낸 논들이 군데군데 끼어 있었다.

많은 논밭과 낮은 구렁에는 키작은 망고나무들이 즐비하다. 맛있고 모양 좋은 과일을 수확하기 위해 종이봉지를 씌운 망고가 자라고 있었다. 하이난이 관광지로 변한 십수년 전부터 논밭에 벼나 채소를 심는 것보다 망고나무를 심는 것이 농부들에게 더 큰 돈벌이가 되고 있단다. 도로변따라 수백미터 단위로 망고를 파는 가판대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이 망고 수확 시기인 모양이다.

차창 밖으로 높은 아파트가 자주 눈에 띄었다. 국가에서 여기저기 산재되어 있는 옛집 대신 아파트를 지어 중국민들에게 무료로 배분한단다. 시골에도 편리하고 살기좋은 계획적인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중국 정부는 국민의 보편적 삶의 수준을 더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보편적 복지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많은 저항세력을 극복할 것인가? 우리나라에서는 집 하나 마련하려면 얼마나 많은 세월을 헤아려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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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난6 ⓒ 이재영
  
 하이난7
하이난7 ⓒ 이재영

원숭이섬으로 가는 길은 두가지다. 케이블 카를 타거나 배를 타고 가야 한다. 케이블카를 타면 발 아래 펼쳐지는 수상가옥들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물고기 인공양식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삭도를 타기 위해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섬에는 귀엽고 예의바른 원숭이들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즐겁게 해 준다. 크기도 작은 편이라 위협적이지 않고 무례히 물건을 낚아채지도 않는다. 한 곳에서는 원숭이 쇼가 펼쳐진다.

 
 하이난8
하이난8 ⓒ 이재영
 
 하이난9
하이난9 ⓒ 이재영
   
전체 인구 130여만으로 중국 소수 민족 중 하나인 리족의 대다수는 하이난 섬에 살고 있다. 이들은 산야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삥랑빌리지라고 불리는 대규모의 민속촌을 만들어 자신들의 풍속을 알리고, 집단생활을 통해 고유의 전통의 맥을 잇고 있다. 그동안 들려 본 중국의 여러 소수민족 마을 중 규모와 행사진행 측면에서 당연 최고다. 그러나 조금 어설프고 부족한 연출로 오랜 전통문화의 전달이 퇴색해 보였다.

리족의 여자들은 조혼 풍습이 있다. 결혼을 하면 남편이 알려주는 도안으로 손과 발에 문신을 하고 얼굴에도 검은 문신을 한다. 결혼을 했다는 증표이기도 하고, 외침시 이방 남자들로부터 부인을 지키기 위해 흉칙하게 위장했다고 한다. 빌리지 내에는 문신을 한 어르신들이 전통 직조술을 선보이고 있다. 정교한 솜씨로 만든 옷, 가방, 스카프 등이 비싼 값으로 팔린다. 연세가 들었어도 부락 내에서 한가지 역할을 훌륭히 해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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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난10 ⓒ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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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난11 ⓒ 이재영
 
빌리지는 전통가옥과 자연이 잘 어울리고, 관광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전동차를 운영한다. 리족 각자는 민속공연에 어울리는 야자수 잎으로 모자를 만들고, 주먹만한 파인애플을 수확하고, 직접공연을 하고, 과일과 꼬지 등 간식을 파는 매점에서 일하는 역활을 맡아 리족 전통 유지에 기여한다.

4박 6일 여행 마지막에 중국에 왔으니 뭔가 한가지 흉내를 내기 위해 석이버섯과 목이버섯 말린 것 하나씩 샀다. 항공시간을 맞추기 위해 마사지를 받고, 짧은 토막잠을 자다가 새벽 비행기를 타고 내 거주지로 돌아왔다.

음식과 문화와 사람들을 모두 잊고 다만 새롭게 충전된 기운으로 내 본업에 충실하리라.

#하이난#원숭이섬#송정가무쇼#삥랑빌리지#중국소수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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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입니다. 살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함께 생각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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