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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인권 활동을 하며 '전과 26범'이 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
장애인 인권 활동을 하며 '전과 26범'이 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 ⓒ 이희훈

"이번 사건도 가해 교사가 자진 퇴사한 것으로 마무리 짓는 모양새다. 매번 가해자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게 문제다."

22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말했다.

그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하루 전 KBS가 보도한 장애인 폭행사건을 두고 "한국은 발달장애인이 자극적인 폭행을 당하거나 죽임을 당해야만 장애인들의 삶에 일시적으로 관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또 "자기 의사 표현을 못하는 발달장애인들을 당연하게 시설로 보내려는 것은 장애인들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박경석 대표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시설 장애인 향한 폭력, 폭행·살인이 전부 아냐"

- 또 시설 장애인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교사가 장애인들에게 "한 대 더 때려! 어제 오줌쌌대"라며 서로 때리라고 강요한 점이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장애인 시설의 폐쇄성 때문이다. 시설은 사회 내 장애인들의 고립을 정당화하고 외부인으로 낙인찍는 역할을 한다. 최소 서른 명 이상의 사람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리가 없다.

시설 내 장애인들을 향한 폭력은 갇혀진 공간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언론에 보도되는 폭행, 살인과 같은 자극적인 내용이 전부가 아니다. 이들은 일상 속에서도 수많은 폭행을 당한다. 언어적 폭력, 위압, 협박.

장애인들의 권리를 개선하기 위해선 이런 전반적인 부분에 꾸준히 관심 갖고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폭행 사건을 잠깐의 해프닝으로 치부하는 것도 문제다. 이번 사건도 가해 교사가 자진 퇴사한 것으로 마무리 짓는 모양새다. 이건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시설에서 교사가 장애인들에게 서로 때리라고 강요한 사건을 보도한 2월 21일 KBS 뉴스
장애인시설에서 교사가 장애인들에게 서로 때리라고 강요한 사건을 보도한 2월 21일 KBS 뉴스 ⓒ KBS 화면 갈무리
 
- 시설 자체에는 또 어떤 문제가 있는 건가.
"근무환경에도 문제가 있다. 한 명이 수많은 장애인들을 오랜 시간 관리하는 구조인데, 이 상태선 어떤 좋은 서비스도 나올 수 없다. 가해자 한 명이 사라졌다 해서 시설의 근본적인 문제가 사라질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이들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인력을 투입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장애인들을 한데 모아 놓은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사건이 발생한 시설은 폐지하고, 그 안에 있던 장애인들에게는 정부 차원에서 개인 서비스를 공급해야 한다. '장애인 탈시설'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 장애인 탈시설을 좀 더 설명해달라.
"장애인들이 대규모 시설이 아닌 장애 당사자의 주거 통제권, 1인 1실 제공, 장애인 개인별 지원서비스 등이 보장되는 장소로 나오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과 같이 수십 명의 장애인들을 격리하는 집단적 사육 방식의 서비스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장애인들을 시설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장애인 거주시설 폐지법을 주장한다. 기존에 있던 (30인 이상의) 대규모 장애인 시설은 국가가 책임지고 폐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장애인 복지 정책과 추가 예산 편성도 함께 요구함으로써 더 나은 삶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주길 촉구하고 있다"

"장애인 복지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 정부는 지난해 12월 특수학교 공익요원의 장애인 폭행사건 이후 장애인 주거권에 대한 대안으로 '장애인 복지법'을 내놓았는데.
"실효성이 없다. 장애인 복지법은 향후 세워지는 장애인 시설이 30명 이상을 수용하지 못하도록 국가가 제재하는 법률이다. 기존에 있었던 대규모 시설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번에 문제된 시설도 80명 이상의 시설이었다. 문제는 기존의 대형 시설에서 나온다. 이 법률로는 해결할 수 없다."

- 그렇다면 어떤 제도가 필요할까.
"정부 차원의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 영국에서는 장애인 복지 시설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할 경우, 시설 자체를 폐쇄한다. 개인이 아닌, 시설 전체의 문제로 판단하는 것이다. 시설 내에 있었던 장애인들과 내부 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지고 배상, 보호해 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한국은 이러한 집단적 조치 없이 하나의 사건으로만 치부한다.

더불어 장애인 복지를 위한 예산도 지금보다 높게 편성돼야 한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장애인 복지 예산 금액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가운데 35위다. 뒤에서 두 번째로 매우 낮다. 수치로 따지자면 OECD 평균에 비해 장애인 복지에 투입되는 예산은 4배정도 낮은 셈이다.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미비하니 이런 문제도 개선되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은 발달장애인들이 자극적인 폭행을 당하거나, 죽임을 당해야만 이 문제에 대해 일시적으로 관심을 둔다. 이런 것들을 통해야만 문제를 해결하고, 권리를 높여나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사건을 하나의 일탈로만 바라보지 않고 지역사회 차원에서 꾸준히 관심 갖고 지원해야 한다. 문제는 개인도, 시설도 아니다. 당연하게 장애인들을 격리하려는 사회다."

#박경석#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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