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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은 2016년 8월 22일 학내시위를 이어가던 건국대 학생인 B씨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학위수여식 행사에서 총장 면담을 요구하던 중 벌어진 일을 담고 있다. (제보영상 / 편집 : 박소영)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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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상은 2016년 8월 건국대 서울캠퍼스 학위수여식 행사장에서 찍힌 것이다. 두 남성이 실랑이를 벌이는 와중에 남성 A씨가 갑자기 바닥에 쓰러진다. 남성 B씨는 황당하다는 듯 A씨와 다른 남성들을 번갈아 바라보다 행사장으로 진입을 시도한다. 바닥에 누워 있던 A씨는 머리를 몇 차례 만지더니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B씨의 행사장 진입을 막아선다.

이 영상을 본 1심 법원은 "(A씨가) 자해하듯 갑자기 바닥에 드러누웠다"고 판단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A씨와 B씨는 모두 건국대 글로컬캠퍼스(충주) 소속이었던 인물이다. A씨는 당시 대학본부 학생팀장, B씨는 총학생회장 당선자 신분이었다.
 
2016년 8월 건국대 서울캠퍼스 학위수여식 행사장에서 찍힌 영상. 두 남성이 실랑이를 벌이는 와중에 한 남성이 쓰러져 있다. 쓰러진 남성인 교직원은 "팔을 잡아 넘어뜨렸다"라고, 팔을 잡은 남성은 "갑자기 혼자 넘어졌다"라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자해하듯 갑자기 바닥에 드러누웠다"라고 판단했다.
 2016년 8월 건국대 서울캠퍼스 학위수여식 행사장에서 찍힌 영상. 두 남성이 실랑이를 벌이는 와중에 한 남성이 쓰러져 있다. 쓰러진 남성인 교직원은 "팔을 잡아 넘어뜨렸다"라고, 팔을 잡은 남성은 "갑자기 혼자 넘어졌다"라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자해하듯 갑자기 바닥에 드러누웠다"라고 판단했다.
ⓒ 제보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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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초, 아직 일반 학생 신분이던 B씨는 김경희 이사장 체제의 건국대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학교 재정 적자로 인한 학생의 권익 침해를 해결해 달라"는 취지였다. 뿐만 아니라 B씨는 "이전 총학생회 간부들이 학교의 지원을 받아 해외봉사 명목으로 외유성 여행을 다녀왔고, 이를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대학본부-총학생회 사이의 유착관계를 주장했다.

이후 2016년 3월 치러진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B씨는 단독 입후보해 당선됐다. 그런데 기존 총학생회 측이 이의를 제기하며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쟁점은 '재학생 수를 몇 명으로 볼 것인가'였다.

당초 글로컬캠퍼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총 유권자를 6567명으로 보고 B씨의 당선을 공고했다. 3514명이 투표에 참여해 2746명이 찬성표를 던졌으니 과반수 투표, 과반수 찬성의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의를 제기한 측은 4학년 재학생 수를 포함한 8318명을 총 유권자로 봐야한다고 주장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 의견을 받아들였다. B씨는 "글로컬캠퍼스 선거에서 졸업예정자인 4학년은 실제로 선거에 참여한 사람만 총 유권자 수에 산입하는 관행이 있었다"라고 반발하며 현수막 설치, 인쇄물 배포 등의 방식으로 시위를 이어갔다.

건국대 측 "잠시 의식 잃고 6일 동안 치료" 주장
 
2016년 8월 건국대 서울캠퍼스 학위수여식 행사장에서 찍힌 CCTV 영상. 두 남성이 실랑이를 벌이는 와중에 한 남성이 쓰러지는 모습이다. 쓰러진 남성인 교직원은 "팔을 잡아 넘어뜨렸다"라고, 팔을 잡은 남성은 "갑자기 혼자 넘어졌다"라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자해하듯 갑자기 바닥에 드러누웠다"라고 판단했다.
 2016년 8월 건국대 서울캠퍼스 학위수여식 행사장에서 찍힌 CCTV 영상. 두 남성이 실랑이를 벌이는 와중에 한 남성이 쓰러지는 모습이다. 쓰러진 남성인 교직원은 "팔을 잡아 넘어뜨렸다"라고, 팔을 잡은 남성은 "갑자기 혼자 넘어졌다"라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자해하듯 갑자기 바닥에 드러누웠다"라고 판단했다.
ⓒ 제보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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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속 사건은 몇 달 째 시위를 이어가던 B씨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학위수여식 행사에서 총장 면담을 요구하던 중 벌어졌다. 앞서 한 대학원장으로부터 "2시? 3시? 넉넉하게 4시에 꼭 면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을 들은 B씨는 시간에 맞춰 행정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A씨를 비롯해 여러 직원들이 B씨의 진입을 가로막았다.

그렇게 실랑이가 계속되던 중 A씨는 이 장면을 휴대폰으로 찍고 있던 B씨의 동료에게 다가가 촬영을 제지했다. 이에 B씨는 A씨의 팔을 잡으며 말렸고, A씨는 곧장 바닥에 쓰러졌다.

이로부터 약 9개월이 지난 후 A씨는 학내 행사를 통해 "총장 면담이 약속돼 있지 않았다"라며 "우리는 (교직원이므로 학생을 상대로) 소극적으로 방어할 수밖에 없었고, 밀거나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주장했다. 건국대 측은 A씨가 잠시 동안 의식을 잃었고 이후 6일 동안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2017년 4월 건국대는 이 사건과 함께 2016년 4월~2017년 3월에 시위한 것을 묶어 B씨를 퇴학시켰다. B씨가 ▲ 교내에서 허가를 얻지 아니하고 인쇄물을 붙이거나 배포한 자 ▲ 단체행사시 질서를 문란하게 한 자 ▲ 교직원에게 반항하여 그의 위신을 심히 손상시킨 자 ▲ 성행이 불량하여 개정의 정이 없다고 인정된 자 등에 해당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지난 15일 1심 법원은 퇴학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서울동부지법 제11민사부(부장판사 김광진)는 B씨가 건국대를 상대로 낸 퇴학처분무효 소송에서 "피고(건국대)가 원고(B씨)에게 한 퇴학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B씨가 건국대에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가 건국대의 단체행사가 개최되는 현장에서 징계 사유에 해당할 정도로 단체행사의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라며 "또 인쇄물을 붙이거나 배포한 자에 해당한다는 사유는 학생준수규정이 정한 무기정학 사유에 해당할 뿐 퇴학 사유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건국대가 원고를 수차례 지도했다거나 원고의 성행이 불량해 기전의 가망이 없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라고 덧붙였다.

법원 "퇴학은 예외 경우에만 허용"
 
충북 충주에 위치한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충북 충주에 위치한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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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위 영상과 관련해 재판부는 "원고가 사전 약속에 따라 건국대 총장을 면담하기 위해 서울캠퍼스 행정과 2층으로 진입하려고 했다"라며 "(A씨가 B씨 동료의 촬영을 제지하자) 원고가 촬영하는 것을 방해하지 말라며 학생팀장의 팔을 가볍게 당겼고, 학생팀장은 원고의 위 행위와 무관하게 자해하듯이 갑자기 바닥에 드러누운 사실이 인정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퇴학처분은 이미 4년의 교육과정 중 3학년을 마치고 4학년에 재학 중인 원고로부터 교육기회를 박탈하는 것이고, 그에 따라 원고는 사회에 진출할 적절한 시기를 놓치게 되거나 그 시기가 다른 학생들에 비해 현저히 늦어지게 됨으로써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된다"라며 "이 사건의 퇴학처분은 인정되는 징계혐의에 비교해 그 징계양정의 정도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징계의 종류 중 퇴학처분의 경우 대학교육의 기회를 영구히 상실케 할 수도 있는 사실상 교육의 포기에 해당하는 극단적인 징계처분이라고 할 것"이라며 "해당 학생을 계속 재학하게 하는 것이 그 학교의 교육목적에 반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B씨는 이 판결에 따라 복학을 요청했으나 건국대는 이를 거절했다. 법리를 다툴 부분이 있어 항소를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B씨는 "서울대는 시흥캠퍼스 조성 사업 추진에 반대하며 점거 농성을 벌였던 학생들과 징계무효확인소송을 벌이고 있었는데 최근 항소심을 취하하기로 결정했다"라며 "학내 구성원 간 화합과 공동체 신뢰 회복을 위해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인데, 건국대는 이러한 서울대의 행보와 반대로 행동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건국대 관계자는 "1심 결과에 다른 의견이 있어 항소를 결정했다"라며 "1심 재판의 유예 내지는 재판이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므로 (B씨의) 복학이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위 영상과 관련해선 "정확한 정황은 알기 어려우나 당사자는 '(B씨가) 팔을 잡아 넘어뜨렸다'라고 주장하고 있다"라며 "다만 항소의 이유가 꼭 이 부분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태그:#건국대, #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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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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