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자 한겨레 신문에 연재 <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라는 글의 제목이 흥미로웠다. 연재물의 제목은 "보수 기독교계의 '전도사 황교안 대통령 만들기'는 성공할까"였다. 제목에 굳이 의문문을 달지 않은 것은 읽는 이들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성한용씨는 아주 점잖게 글을 마무리한다.
"그러나 정치는 철저히 세속의 일을 다루는 곳입니다.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 문명국가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기득권 세력과 야합한 보수 성향 대형교회의 지원을 받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기독교 근본주의에 기대어 정치와 정당과 국정을 '선과 악의 대결'로 몰아가려 해서도 절대로 안 됩니다. 혹시라도 황교안 대표가 그렇게 한다면 그가 믿는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정교분리, 기득권 세력과 야합한 대형교회, 기독교 근본주의, 그가 믿는 하나님' 등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논문을 써도 모자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결론을 먼저 이야기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긴 글을 읽어야 하는 고통을 덜어 드리고자 한다.
성한용씨도 이미 정답을 가지고 질문했겠지만, 굳이 그 질문에 대해 답한다면 "보수 기독교계의 '전도사 황교안 대통령 만들기'는 실패할 것이다". 그리고 덧붙인다면, "성공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개혁하지 않는 종교는 사회악이 된다
313년 콘스탄틴황제가 그리스도교를 로마의 국교로 삼은 이후, 마르틴루터의 종교개혁이 있기까지의 시기를 '기독교 중세시대'라고 한다. 황제와 교황의 권력다툼은 '정교일치'와 '정교분리'의 싸움을 가져왔고, 이 사이에서 권력자들은 민중들의 맹목적 신앙심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고자 했다.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자신들이 믿는 '하나님(신)'을 이용했던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십자군 전쟁(1905년 시작)이였으며, 십자군과 맞선 이슬람 세력들 역시도 자신들이 믿는 '알라(신)'를 이용했던 것이다. 엎치락뒤치락하는 두 종교세력의 싸움에서 가장 큰 희생자는 권력과 야합한 종교지도자들에게 길든 맹신도들이었다.
그리스도교는 500년 전, 마르틴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새롭게 개혁되는가 싶었지만, 다시 타락하는 길을 걸어왔다. 종교란 것이 끊임없이 개혁하지 않으면 부패하는 속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종교가 개혁의 길을 걸어갈 때에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 걸음을 멈추었을 때에는 언제든지 부정적으로 작용하며, 심지어는 사회악이 된다. 종교의 영역에 포함되는 모든 것들은 이런 속성이 있다.
현재 대한민국 보수 기독교의 행태
현재 대한민국의 '보수 기독교와 대형교회'는 하나님의 이름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급격하게 보수화되고 대형화되며 세속화된 그들을 보면서 나는 그들이 고백하는 '하나님'은 성서에서 고백하는 하나님이 아닌 '맘몬신'(우상)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기들의 세속적인 욕망을 극대화하는 '물신物神'을 만들어놓고 하나님이라 우기는 것이다.
보수기독교는 마침내 거리에서 '야훼 종교를 혼합종교'로 만들어버렸고, 그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정치적인 구호'만 난무하게 되었다. 보수 대형교회의 목사 중에는 교회 설교 시간에도 공공연하게 반공 웅변대회에 버금가는 설교(?)를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금송아지를 하나님이라 부르는 것일 뿐이다.
그들은 결국 '원수도 사랑하라'는 성서의 가르침을 외면하고 이념 가르기를 통해서 '종북과 빨갱이'로 규정한 자들을 혐오했으며, 기독교 근본주의에 기초한 문자주의적인 성서해석으로 통진당 해산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난민 등의 중차대한 사회 문제들을 종교적인 것으로 이슈화해버렸다.
최근에는 현 정부를 '좌파'로 규정하면서 마치 현 정부가 하고자 하는 일을 반대하는 것이 곧 신앙적인 행동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그리하여 '남북평화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시도들조차도 끊임없이 왜곡하고 있다.
'황교안 전도사'의 왜곡된 신앙관
서론적인 이야기가 조금 이야기가 길었다. 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대통령을 꿈꾸고 있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근거하고 있는 기독교 신앙 때문이다. 그는 제1야당의 대표로서 사법연수원 시절 신학교 2년의 과정을 마쳤다고 한다. 그래서 '황교안 전도사'라고도 불린다. 그리고 전도사임을 증명하듯이 수많은 집회(주로 보수기독교회)에서 간증을 통해 자기 나름의 기독교의 복음(?)을 전했다.
그의 간증들은 주로 '기복신앙'에 기초한 것들이지만, 어느 종교든 기복적인 요소는 있기 마련이므로 그것으로 비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나는 그가 성서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짜맞추기 식으로 성서를 인용하고, 때론 자신의 생각을 합리화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게다가 개인적인 신앙체험을 정치적인 사건과도 아무렇지 않게 연결해 자신이 한 일은 모두 하나님이 계획하신 일이라고 주장하는 듯한 발언도 보인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발언한 종교적인 내용을 몇 가지를 살펴보자.
"2015년 국무총리로 있을 때 가뭄이 극심했다. 함께 동역하는 분들과 기도를 시작했는데 2주 후에 비가 내렸다. 또 국정의 어려움 중의 하나가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인데 생명을 살리는 법안이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이 10년이 지나도 통과가 안 돼 기도를 시작했는데 두 달 후에 통과된 일도 있다."(2018년 12월 춘천한마음교회 간증집회)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스도인밖에 없다."(2018년 11월 한국교회평신도총연합회에서)
"우리나라는 기도로 시작한 나라고 하나님께서 지키는 나라인데 어려움이 닥쳐오고 았다. 이 나라를 바로 세우고 다시 하나님의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가 되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독교인들이 마땅한 역할을 해야 한다."(2018년 한기총 '한국교회의 밤' 행사에서)
이런 간증은 주로 보수교회나 보수기독교단체에서 행해진 것들이다. 개인적인 종교신념이야 자유겠지만, 내가 보기에 그가 이해하는 하나님에 대한 이해는 편협하고, 표피적이다. 자신의 뜻대로 된 것은 다 하나님의 은혜요, 기도하면 다 되는 것인가. 게다가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스도인밖에 없다"는 대목이나 "우리나라가 기도로 시작한 나라"라는 대목에서는 실소를 금하기 어렵다.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
종교인은 자신이 발 딛고 사는 역사의 문제에 민감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곧 정치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더더군다나 특정한 종교세력을 등에 업고 정치권력을 얻고자 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건강한 종교는 편협하지 않으며 타 종교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가진다.
자신의 편협한 종교관으로 특정 종교의 표를 얻으려는 시도나 정치권력을 통해서 자신들의 종교권력을 공고히 하고자 하는 시도는 언제나 실패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어정쩡한 행보(정치적인 사안뿐 아니라 종교적인 입장표명에서도)는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나는 보수 기독교계의 '황교안 전도사 대통령 만들기'는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금에 '도로친박당'이라는 조소를 받고 있는 한국당은 잠시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환호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국민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 정권 획득에만 관심을 두는 정당은 위태로울 것이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기독교인이라면 권력욕을 위해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망령되게 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