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교양교육 기관인 후마니타스칼리지가 일부 과목을 통폐합하고 오프라인 강의를 온라인으로 전환한 데 반발해 학생들이 검은색 옷을 입고 학내를 돌며 '후마니타스 장례식'을 치렀다.
2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정문에 모인 20여 명의 학생들은 '삼가 고학(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검은색 현수막을 들고 "경희대학교 인문학 필수교양이었던 '우리가 사는 세계'가 폐지되었다"라면서 "경희대학교는 강사법을 성실하게 준수하고 비전임 교수들에게 마땅한 노동환경을 제공하라"라고 외쳤다.
'후마니타스칼리지'는 인문교양 교육을 진행하는 경희대학교 산하 기관이다. 지난 2011년부터 '우리가 사는 세계'와 '시민교육', '배분이수'라는 분야별 교양 강의를 필수교과로 지정해 학생들에게 제공해 왔다.
그러나 경희대는 올해 1학기부터 후마니타스칼리지의 대표 강의인 '우리가 사는 세계'와 '시민교육'을 '세계와시민' 강의로 통폐합 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던 일부 강의도 올해부터 온라인을 접목, 온오프 혼합강의로 전환했다.
"영광 속에 탄생한 후마니타스칼리지... 지금은?"
이날 '후마니타스 장례식'을 선두에서 이끈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박리리씨는 "이름난 인문학 대학, 경희대의 낯부끄러운 현실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라면서 "경희대의 자랑이었던 후마니타스칼리지는 이제 '후마니타스'라는 이름만 남고 인문학적 가치는 거세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마니타스(Humanitas)'는 인간애 및 인류애라는 뜻이다. 경희대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실용학문을 강조하며 인문학을 홀대할 때, 오히려 인문학을 전면에 내세우며 지난 2011년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설립해 큰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2014년 경희대는 100여 개의 강좌를 폐지했다. 2015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에는 67명의 시간강사를 이메일 통보로 해고했다. 2016년에는 126개 강좌를 폐쇄했다. 올해 들어서는 '글로벌 인재 양성'을 이유로 다섯 개 단과대 졸업학점을 130점에서 120점으로 낮췄다. 그러면서 전임교수의 강의를 12학점에서 15학점으로 확대했다.
이에 대해 박리리씨는 "2019년부터 강사들의 입지를 안정시키는 일명 '강사법'이 시행되기 때문에 그간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시간강사를 쓰고 버리던 학교가 이제 마땅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자 강의를 줄이고 강사들을 해고했다"라면서 "학교는 각종 꼼수들로 교육비용을 축소시키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오는 8월 1일부터 적용되는 강사법 개정안은 "대학들이 강사를 채용할 시 반드시 공개임용으로 진행해야 하며 최소 1년 이상의 임용과 3년간의 재임용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방학기간 중에도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로 인해 '시간강사들을 공정하게 임용하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토대가 마련됐다'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대학들은 학생 수 감소와 재정 악화 등을 이유로 전업 시간강사들에 대한 구조조정과 강의 통폐합을 강행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후마니타스칼리지 개편이야기가 나온 것은 2017년부터다"라면서 "2011년 후마니타스칼리지가 생긴 이래로 지금까지 같은 방식으로 교육했기 때문에 시대가 바뀌면서 교육방식을 바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강제적인 교과목 통폐합' 지적에 대해 "'우리가 사는 세계'와 '시민교육'은 학생들에게 확인 결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라면서 "시대의 흐름에 맞춰 글로벌 의식을 길러줄 필요성도 있어 '세계와 시민' 과목을 탄생시킨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강사 해고'와 관련해서는 "강사들을 억지로 줄이지 않았다"라면서 "학교는 지속적으로 소형 강의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후마니타스 장례식'을 진행한 학생들은 캠퍼스를 도는 행진 뒤, 후마니타스칼리지 대부분의 수업이 진행되는 경희대학교 청운관 앞에서 국화꽃을 올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학생들은 "학교의 실질적인 행동이 변화할 때까지 행동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월부터 페이스북 등 SNS에 '후마구조대'라는 페이지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