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정부는 SNI 차단 방식을 통해 불법 정보를 유통하는 해외 인터넷사이트 차단을 강화하여 피해구제를 확대하고자하면서 관련 논란이 커졌습니다. 정부에 따르면 "SNI 차단방식은 암호화되지 않는 영역인 SNI 필드에서 차단 대상 서버를 확인하여 차단하는 방식으로 통신감청 및 데이터 패킷 감청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에 대한 사이버 성폭력 근절을 위해 노력해온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서는 폭력을 막기 위한 규제는 과잉 규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폭력성, 불법성 명확한 플랫폼에 대한 개입은 오히려 인권을 회복하기 위한 시도라 평가하며 반겼습니다.
수많은 합법 콘텐츠 중 피해촬영물이 껴있고 해외 서버를 두어 책임을 피하고 있단 차단은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포르노 영상물을 볼 권리보다 한 명의 여성이 안전할 권리를 우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첫 시도부터 완벽할 수 없으며 정교하게 다듬어야 하지만 이 조치의 목적 의식 자체를 표현의 자유 침해나 사생활 침해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오랫동안 인터넷 공간에서의 정보인권에 대해 고민해 온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SNI필드는 일종의 보안 허점이며 이를 보완한 표준 방식도 개발된 상황인데, 상업적-정치적 권력으로부터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인터넷 보안을 촉진하기는 커녕 허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SNI가 포함하는 URL 정보는 이용자의 통신 내용을 알 수 있으며 통신 비밀 침해를 확대하는 것이고, 더 큰 문제는 방심위가 불법성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합니다.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대응이 인터넷 보안 위협 정책을 펴거나 자의적 감시 겸열 권한 확대의 구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하는 것은 정부의 SNI 차단 정책에 반대하는 일부 시위대입니다. 2월 16일에 서울역 광장 시위에 참여한 100여명은 '인터넷 검열 말라'며, 리얼돌 및 성인용품 관련 컨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자위왕 찬우박'을 운영하는 유튜버가 주최를 하였고, 참가자들은 야동 볼 권리를 막지 말라며 즐길 권리를 달라고 주장하였습니다.
SNI 차단을 통한 사이트 차단 방식은 여성에 대한 디지털 성폭력을 막기 위한 정부의 대응이라는 차원과 시민들의 자유에 대한 규제의 성격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차원이 교직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수많은 사이버 성폭력의 피해자이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SNI 차단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으로 제기되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이 정부의 검열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어떤 차원인지, 그러한 방식이 아니면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SNI차단 방식이 최선이라면 우려되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세상을 바꾸는 꿈, 바꿈은 '불법촬영물 SNI차단 머리를 맞대보아요' 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오는 3월 28일(목) 늦은 7시, 창비 서교빌딩(서울 마포구 월드컵로12길 7) B2 50주년홀 에서 개최합니다. 발제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랑 대표와, 진보네트워크센터 미루 정책활동가가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한 각 여성단체 및 여성주의 단위, 진보 네트워킹 단위들의 활동가 및 주제에 관심있는 일반 시민들이 다양한 시각에서 토론을 하려고 합니다.
참가 신청은 아래 링크에서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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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t.ly/SNI공론장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바꿈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