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법당국이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을 습격한 이들의 체포에 나섰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로이터>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자유조선'의 구성원인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Christopher Ahn)이 현지시각으로 18일 연방 요원에 의해 체포돼 다음날 로스엔젤레스 연방법원에 출석했다. 크리스토퍼 안측의 요청으로 법원 절차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연방요원들이 자유조선의 리더로 알려진 에이드리언 홍 창(Adrian Hong Chang)의 아파트도 급습했다고도 보도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언론의 사실 확인요청을 법무부로 돌렸으며, 법무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면서 관련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다.
'자유조선'은 북한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지난해 2월 암살된 후 그의 아들 김한솔 등을 보호하고 있는 '천리마민방위'가 이름을 바꾼 단체다.
자유조선 대변인 "미국 시민이 잡혀간 당황스러운 일"
자유조선측은 즉각 반발했다. 이 단체의 대변인이자 아드리안 홍 창의 변호인인 리 월로스키(Lee Wolosky)는 자유조선 홈페이지에 "미국 법무부가 북한 정권이 고소한 미국인들에게 영장을 집행한 데 대해 매우 당황스럽다"면서 "김정일 정권에 억류됐던 한 미국 시민권자(오토 웜비어)는 고문을 당하고 살아남지 못했다, 우리는 미국 정부로부터 안전에 대해 어떤 보장도 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체포된 크리스토퍼 안은 한국계 미국인이고, 자유조선의 리더인 에이드리언 홍 창은 멕시코 국적의 미국 영주권자다.
에이드리언 홍 창 등 '자유조선' 조직원 10여 명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닷새 앞둔 2월 22일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해 직원들을 묶은 뒤 얼굴에 두건을 씌운 다음, 컴퓨터와 이동식 저장장치(USB), 휴대전화 등을 훔쳐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스페인 법원이 수사결과를 발표하자 자유조선은 '범행 직후 FBI와 접촉해 자료를 건넸다'면서 범행 사실을 공개적으로 시인했다.
자유조선이 탈취한 자료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는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FBI는 최근 이 물품을 스페인 법원에 반환, 다시 북한대사관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외국 외교공관에 대한 침범 사건 등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주재국의 위신이 달린 중요한 문제로 간주된다. 미국 사법당국이 범인 체포에 나선 데에는 스페인 정부의 적극적인 요청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사관 습격 사건에 FBI가 연루됐다는 설이 널리 퍼져 있고,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뒤 북한과 미국이 협상 재개를 모색하고 상황에서 사건이 양측 대화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