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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4대강 사업과 세월호사건, 촛불혁명과 같은 큰 사건들 속에서 그 바람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산골이라고 해서 다를 바가 없습니다. 충북 보은에서는 2010년 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가 단결하여 쌍암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을 반대하여 전국에서 유일하게 주민의 힘으로 4대강사업 저지를 이루어냈으며, 궁 저수지 둑 높이기 반대를 위한 삭발과 20일에 육박하는 단식을 펼친 소중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2018년 5월이 되자, 마을 뒷산의 난데없는 굉음으로 시작된 쌍암 임도 사업은 주민들에게 알리고 의견을 수렴하게 되어 있는 규정부터 위반한 채, 산사태 위험 1등급지, 멸종위기종 서식지, 마을 간이상수원 오염, 주민생활저해요인 등 임도를 절대로 개설해서는 안 되는 요건들을 모조리 위배하면서, 12월까지 암반을 깨고 고목들을 베어가며 3년 예정 공사 중에 1년 구간 공사를 완료하였습니다.

난데없는 굉음
 
 쌍암임도 공사현장. 인근 주민들은 산사태 위험이 있다며 공사 중단과 원상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쌍암임도 공사현장. 인근 주민들은 산사태 위험이 있다며 공사 중단과 원상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 진옥경
 
임도 사업은 환경 저해 사업이므로 엄격한 규정이 적용되게 되어 있음에도 발주처인 보은군청이 관련 규정들을 크게 위배하며 사업을 진행한 것입니다. 더구나 이 사업의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해 구성된 충북도청의 임도타당성평가위원회는 보은군내 다섯 개의 임도 후보지 중에 쌍암 임도의 평가 총점이 2위였음에도 사업 우선순위 1위로 탈바꿈시켜 유일한 사업대상지로 선정하고 공사를 강행한 것입니다.

쌍암 주민으로서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는 이 사업의 원인을 찾아가던 중, 3년 계획의 임도 노선에 보은군수 소유지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군수와 같은 성을 가진 일가친척 소유지 다섯 군데에도 임도 노선이 지나간다는 걸 알게됐습니다. 특혜 의혹이 마땅히 제기될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보은군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우연일 뿐이라고 합니다. 

결국 충청북도에서 '민원이 해결되기 전까지'라는 단서를 달아 사업 중단을 시달하는 공문을 보은군청에 보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환경단체들과의 두 차례 기자회견, 충북 도의원들과의 간담회, 충청북도 건설환경소방위 행정사무감사 방청, 보은군의원들과의 간담회, 보은군 행정사무감사 방청, 관련 예산안 검토 등을 이어간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낱 '민원인'으로서 고충사항을 개진한 것이 아닙니다. 자치단체 사업의 부당한 절차와 규정위반, 직권남용 등과 같은 공공의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충북도는 이를 일개 민원으로 치부하여 유야무야 공사를 중단한 것입니다. 사업 추진 과정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사과나 언급도 없고, 책임소재도 따지지 않은 처사를 받아들일 수 없어, 청주지방검찰청에 진정을 넣었습니다. 청주 충북 일원의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농민, 정의당, 녹색당 등 정당 관계자, 성직자, 교직자 등 100명에 육박하는 도민들이 호응하여 참고인 진술서를 청주지검(지검장 여환섭)에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2월 27일에는 '쌍암임도진상규명대책위'를 결성하고 그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보은군청에서 열었습니다. 관련 자료와 기록들을 모은 다음 카페(lindao)를 개설했습니다. 보은에서 문해활동 등을 펼치고 있는 민들레희망연대와 의회 방청을 통해 대의기구의 활동을 견인해보려는 우리함께참여연대, 그리고 환경운동연합보은지부 등 시민단체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해 함께한 결과입니다. 이어 녹색당충북지부, 청주지역 시민단체들과 함께 3월 21일 보은 장날 거리 집회, 3월 27일 청주지검 앞 기자회견을 이어가며, 군수의 전횡문제, 언론 탄압문제를 성토하였습니다.

불모지에서 싸우는 주민들
 
 지난 3월 21일 보은군 주민들이 쌍암임도 건설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연 모습.
지난 3월 21일 보은군 주민들이 쌍암임도 건설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연 모습. ⓒ 진옥경
 
보은군은 인구도 적지만, 공적인 의견개진을 꺼려하는 지역적 특성에다 지역언론에 관행적으로 주는 홍보비를 비판적 언론에 대한 탄압 수단으로 사용하는 군수의 전횡이 더해져 민주적인 의사개진이 크게 위축된 심각한 실정입니다.

식목일이 가까워 오자 보은군은 지역의 상징인 정이품송의 형질 보존을 위해 솔방울을 따서 자목을 1만 그루나 길렀다면서, 지역 대학 기관에 의뢰하여 정이품송과 유전자 형질 99.9% 가 일치한다는 확인서를 받아두었고, 이후 구매자들에게 혈통서를 지급하는 비용 30만 원을 포함하여 그루당 100만 원의 가격을 책정하였는데, 전국에서 주문이 쇄도한다는 보도가 빗발쳤습니다.

그러나 소나무는 풍매화이자 타가수정 나무이므로 열린 솔방울은 수꽃가루의 출처를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유전자 일치율이 최대 50%를 넘지 못하여, 국립산림연구원과 충청북도 차원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삼척 미인송이나, 보은 정부인송과 인공 수정을 하여 정이품송의 계보를 이어보려는 시도들을 해왔던 것입니다.

이 과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임학과 출신 보은군수가 출처불명의 수꽃가루가 수정된 잡종 나무를 순종이라 광고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더구나 지난해 한 해 전국 21개 기관에 100만 원씩 받고 이미 판매하였으며, 이제는 국가기관의 혈통서까지 첨부하여 민간에도 판매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소식을 접한 대책위 위원들은 4월 17일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관련기사: "형질 99.9% 일치 아들나무 없어" 보은군 정이품송 논란 계속)

이로써 사실상 정이품송 아비 형질 99.9% 자목이 성립할 수 없음은 분명해지고, 사기수준의 판매가 드러났음에도, 보은군청은 용어사용의 문제로 축소하면서 '판다고 한 적이 없으며 언론이 먼저 알고 보도한 것이다. 확인서를 받지 않았다. 확인서를 공개할 시점이 아니다'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발뺌만 하고 있습니다. 그 잘못을 여과 없이 보도한 대다수 언론들은 정정보도는커녕 후속보도조차 외면한 채 침묵하고 있습니다.

지자체는 주민들에게 바른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으며, 전국적인 사안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또한 언론사들은 치밀한 조사를 통해 정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해야 하며, 오보를 한 경우에는 사과와 함께 정정보도를 꺼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런 여건들이 채워지지 않는 불모지에서 속리산의 꿋꿋한 자태를 닮아보려는 보은 사람들은 오늘도 논의하고 행동하며 우리 고장의 문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처리하는 주민자치의 작은 디딤돌을 놓아가고 있습니다.

#보은군#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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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을 하다가 7년 전 보은 회인 산골에 들어와 매실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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