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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식소 자료사진.
급식소 자료사진. ⓒ 경남도교육청

2017년 2월 학교 급식소가 교육서비스업에서 구내식당업으로 분류됨으로써 산업안전보건법(아래 산안법)의 적용대상이 되었다. 이에 2018년에는 산안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기도교육청과 대구시교육청에 과태료까지 부과된 상태이다. 영양(교)사인 나는 학교를 일개 음식점업으로 규정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지 묻고 싶다.

산안법 시행령 제10조에 따라 관리감독자의 업무와 책임은 A4용지 한 페이지를 꽉 채울 만큼 무겁다. 그런데 추가 인력도 없이 단체급식 실무주체이며 학생 교육을 담당하는 영양(교)사가 기존 업무에 이를 추가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영양교사 본연의 업무

영양(교)사 본연의 업무는 마치 설계사가 건축물을 정교하게 설계하듯 정밀한 레시피를 연구·개발하고 이를 구현하여 학생과 교직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더구나 건축설계사라면 하지 않는 현장 업무, 즉 작업관리와 위생관리까지 수행해야 한다. 이를 원활하게 처리하느라 영양(교)사는 매일 고군분투한다(건축설계사는 현장 시공을 직접 감독하지 않는다). 즉 지금까지도 영양(교)사는 일인이역을 해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품위생법 제88조제2항에는 '사업주는 영양사의 업무를 방해하지 말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는 영양사의 업무(특히 위생관리)가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영양(교)사에게 관리감독자의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서 영양(교)사의 업무를 방해하는 식품위생법 위반 행위와 다름없다.

그동안 영양(교)사는 함께 일하는 동료 조리(실무)사의 산업재해에 대해 법적 책임은 없어도 도의적인 책임감에 의해 심리적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컸다. 그런데 이제 관리감독자 지정으로 법적 책임까지 지우려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영양(교)사에게 일인이역이 모자라 일인삼역을 수행하라는 규정인 것이다.

학교 급식소가 안전사고의 고위험군이라면 이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먼저이다. 이후에 분석 결과에 따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교육기관으로서의 특성과 무관하게 안전사고 다발 사업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적 규제를 강화(불이행 시 과태료 부과 등)한다면 이것을 영양(교)사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안전사고예방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영양(교)사의 관리감독자 지정은 그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학교 현장의 인적, 물적 근로환경을 악화시키는 꼴이 되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속담처럼 오히려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더욱 치명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향후 많은 급식종사자들이 받아야 하는 법정 안전보건교육 또한 규모(전국의 급식종사자수는 7만명이 넘는다)가 크기 때문에 그 내용이나 방법이 현장과 동떨어진 극히 형식에 그치거나, 교육내용이 안전사고를 개인의 문제로 인지시킬 우려도 있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교육을 받았으니 개인의 부주의로 규정하는 범위를 확대시킬 수 있는 것이다. 제2, 제3의 김용균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다시 말하지만, 안전사고의 방지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데 있다. 현재 학교 급식소 안전사고 다발의 원인은 인력부족이 많다. 급식시설의 개선과 인력의 보강이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학교 급식 사업주인 전국 시도교육감은 단위학교 급식소에 별도의 관리감독자를 채용할 수 없다면 적어도 지역교육지역청 단위에 보다 전문적인 관리감독자를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조리인력도 지금과 같이 단순히 피급식자 인원만을 기준으로 하지 말고 학교급식의 목적, 배식방법(식당, 교실, 병행), 작업장 연면적(조리장 및 식당, 식당이 몇 실인가), 제반 시설·설비 등 여러 조건 등을 충분히 고려함으로써 현실화하여 배치하여야 한다.

영양(교)사를 관리감독자로 지정하는 것은 교육감으로서 학교급식, 나아가 '교육'을 포기하는 중대한 우를 범하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경기 삼성초등학교 영양교사이자 전교조영양교육특별위원회 위원장입니다.


#학교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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