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계절 5월도 벌써 끝나간다. 그동안 녹음이 우거진 산길을 걸으면 아카시아 하얀 꽃과 등나무 보라색 꽃이 등산객들을 반기곤 했다. 그러나 지금 산속에 꽃이라고는 보이질 않는다.
경주 송화산 기슭에도 꽃이라고는 보이질 않더니, 최근에 딱 한그루 하얀 꽃이 피기 시작했다. 피어난 꽃의 모습이 아름다워 지난 22일에는 사진촬영까지 해두었다. 무슨 꽃인지 몰라 물어보기도 하고, 꽃의 모습을 며칠간 관찰도 해보았다. 나무에 매달린 꽃의 모습이 층계 구름처럼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나무 전체를 뒤덮고 있다. 바로 층층나무이다.
층층나무가 자라고 있는 위치를 보니 햇빛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이다. 그리고 바로 아래에는 물이 잘 빠지게 수로도 있다. 꽃은 이팝나무 꽃처럼 처음에는 하얗게 피어나더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간 누런색을 띤다. 꿀벌들이 열심히 꿀을 따는 모습도 보인다. 경주 선도산과 송화산 기슭을 다니면서 보니 딱 한 그루가 있는 걸 알았다. 희소성이 있는 나무이다.
층층나무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다가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가 저술한 <나무에 새겨진 팔만대장경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목재 조직학을 연구한 지은이는 대장경판에서 떨어져 나온 나뭇조각을 분석하여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팔만대장경의 비밀을 풀어낸다.
그는 저서에서 대장경판 제작에 사용한 나무는 산벚나무와 돌배나무가 주를 이룬다고 한다. 그다음으로 자작나무, 층층나무, 단풍나무, 후박나무 등이 사용되었다고 밝혔다. 희소성이 있는 층층나무가 한때는 국보 제32호인 팔만대장경을 만드는데 사용하였다고 하니, 이런 나무들은 임업농가에 많이 보급하여 앞으로도 활용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