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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의 아픔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군함도’뿐만 아니라 일본 곳곳에 그 현장이 많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조세이 탄광, 부관연락 터와 똥굴마을, 타가와 석탄박물관과 휴가 묘지, 오다야마 묘지의 ‘조선인 조난자 위령비’를 4회에 걸쳐 소개합니다.[편집자말]
 재일교포 이성근(66)씨가 조선인들이 묻혀 있는 '휴가 묘지'를 찾아 설명하면서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보였다.
재일교포 이성근(66)씨가 조선인들이 묻혀 있는 '휴가 묘지'를 찾아 설명하면서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보였다. ⓒ 윤성효

   
 조선인 집단 매장지인 일본 '휴가 묘지'에 통일촌 회원들이 한반도기를 꽂아 놓았다.
조선인 집단 매장지인 일본 '휴가 묘지'에 통일촌 회원들이 한반도기를 꽂아 놓았다. ⓒ 윤성효
 
"동포들이 묘비는커녕 무덤도 없이 지하에 묻혀 있다. 이대로 둘 것이냐. 다시는 나라를 빼앗기지 않도록 해달라."

지난 25일, 일본 후쿠오카현 타가와시 소에다조 오아자의 휴가(日向) 묘지를 찾은 재일교포 이성근(66)씨는 '강제징용 유적지 답사'에 나선 '통일촌'․'통일엔평화' 회원들한테 눈물을 보이며 말했다.

'휴가 묘지'는 글자 그대로 '휴가' 성을 가진 일본인들의 집단 무덤이다. 일본인들이 시신을 화장해서 화강석 납골묘를 만들어 조성해 놓은 일종의 '공동묘지'다.

일본인 묘는 화강석으로 반듯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옆에 일본인들이 기르다 죽자 매장한 개고양이 무덤이 있고, 이른바 '동물 묘비'까지 있다.

그런데 일본인 묘 사이에 돌이 여러 개 놓여 있다. 석탄과 함께 반출된 암석인 '보타석'이다. 거기에는 아무런 글자도 새겨져 있지 않다. 이름 모를 조선인 징용자들을 묻었고, 돌로 표식을 해놓은 것이다.

이곳에 묻혀 있는 조선인 징용자는 모두 37명이다. 강제징용된 조선인 노동자들이 타가와 지역 탄광에서 일하다 죽으면 유골을 몰래 가져와 이곳에 묻었고, 그 표식으로 돌을 올려놓았던 것이다.

제법 큰 나무 둥치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전남'과 '망자'라는 한글이다. 나무가 작았을 때 누군가 새겨놓았는데 자라면서 글자 또한 커지게 보이는 것이다.

이성근씨는 "탄광 사고 등으로 죽은 조선인들을 산에 던지고 메운 뒤 돌을 얹어 놓았다"며 "이같은 사실은 해방 이후 주변에 살았던 일본인 할머니가 증언해 주어 알려졌다"고 했다.

그는 "개와 고양이도 무덤이 있고 묘비까지 있다. 그런데 사람인데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느냐"고 했다. 그는 나무에 새겨진 글자 '전남'을 가리키며 "아마도 전남 출신이 있었던 것 같다. 얼마나 고향이 그리웠으면 나무에 이렇게 글자를 써놓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성근씨는 "진짜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는 그런 세상이 오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열심히 살았으면 한다"며 눈물을 보였다.

통일촌 회원들은 조선인 무덤의 표식인 돌 옆에 가지고 갔던 한반도기를 꽂고, 묵념하며 고인의 넋을 달랬다.

통일촌 박광수 회장은 "조선인 유골을 빨리 수습하고, 새로 무덤을 만들고 모셨으면 하고, 이곳에 위령비를 세웠으면 한다. 한국과 일본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선인 집단 매장지인 일본 '휴가 묘지'에 누군가 나무에 새겨놓은 글자인 '망자'.
조선인 집단 매장지인 일본 '휴가 묘지'에 누군가 나무에 새겨놓은 글자인 '망자'. ⓒ 윤성효
  
 조선인 집단 매장지인 일본 '휴가 묘지'에 누군가 나무에 새겨놓은 글자인 '전남'.
조선인 집단 매장지인 일본 '휴가 묘지'에 누군가 나무에 새겨놓은 글자인 '전남'. ⓒ 윤성효
 
석탄박물관 뒤편 언덕의 '한국인징용희생자위령비'

일본 타가와 석탄박물관 뒤편 언덕에는 '한국인징용희생자위령비'가 있다. 이곳에서 멀리 보이는 곳에 2개의 산봉우리가 있고 그 옆에 봉우리가 잘려나간 산이 보였다.

봉우리가 잘려나간 산이 탄광이었고, 석탄을 하도 많이 캐내다 보니 봉우리가 낮아진 것이다. 거기서 강제노역을 당했던 조선인들을 기리며 이곳에 위령비가 세워졌다.

이성근씨는 "석탄박물관보다 높은 언덕에 위령비를 세운 이유는, 이곳에서 탄광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타가와 지역은 후쿠오카 최대 석탄 생산지로, 일본은 석탄 생산과 산업근대화를 자랑하기 위해 석탄박물관을 세웠다.

일본 아소 다로 전 총리 집안은 탄광으로 유명하고, 아소 집안은 일제강점기 때 후쿠오카에서 아소탄광을 운영했는데 조선인을 강제 징용하였던 것이다. 일본이 자랑하는 석탄 생산의 역사에는 조선인의 한이 서려 있다.

석탄박물관 뒤편에는 높은 2개의 굴뚝이 있고, 위령비는 그 뒤편 언덕에 있다.

통일촌, 통일엔평화 회원들은 위령비에 묵념한 뒤 한반도기를 꽂아 놓았다.

또 회원들은 '고궁선사'를 찾았다. 이곳은 하야시 에이다이 선생의 아버지가 신사 관리인으로 있었고, 그는 일본인임에도 탄광에서 피해 온 조선인을 숨겨주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타가와 석탄박물관 뒤편에 있는 '한국인징용희생자위령비'.
일본 타가와 석탄박물관 뒤편에 있는 '한국인징용희생자위령비'. ⓒ 윤성효
  
 일본 타가와 석탄박물관 뒤편에 있는 '한국인징용희생자위령비'.
일본 타가와 석탄박물관 뒤편에 있는 '한국인징용희생자위령비'. ⓒ 윤성효
  
 일본 타가와 석탄박물관 뒤편에 있는 '한국인징용희생자위령비'를 찾은 통일촌 회원들이 한반도기를 꽂고 있다.
일본 타가와 석탄박물관 뒤편에 있는 '한국인징용희생자위령비'를 찾은 통일촌 회원들이 한반도기를 꽂고 있다. ⓒ 윤성효
  
 일본 타가와 탄광으로, 원래는 산 봉오리 3개가 나란히 있었으나 석탄을 캐내면서 봉우리 1개가 낮아져 있다. 사진은 석탄박물관 뒤편에 있는 '한국인징용희생자위령비'에서 바라본 모습.
일본 타가와 탄광으로, 원래는 산 봉오리 3개가 나란히 있었으나 석탄을 캐내면서 봉우리 1개가 낮아져 있다. 사진은 석탄박물관 뒤편에 있는 '한국인징용희생자위령비'에서 바라본 모습. ⓒ 윤성효
  
 재일교포 이성근(66) 씨가 하시다 에이다이 선생의 유적인 '고궁선사'를 찾아 설명하고 있다.
재일교포 이성근(66) 씨가 하시다 에이다이 선생의 유적인 '고궁선사'를 찾아 설명하고 있다. ⓒ 윤성효
  
 하시다 에이다이 선생의 선친은 고궁신사 관리를 맡고 있다가 탄압에 피해온 조선인 노동자들을 신사 아래에 숨겨 보호를 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시다 에이다이 선생의 선친은 고궁신사 관리를 맡고 있다가 탄압에 피해온 조선인 노동자들을 신사 아래에 숨겨 보호를 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윤성효

#일본#강제징용#한반도기#통일촌#통일엔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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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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