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광 좋은 오름과 자연휴양림, 골프장 등이 있는 제주도 중산간 지역에 특별한 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제주4·3평화공원(제주시 봉개동 237-2)은 1948년 4·3사건 당시 희생자들을 기리며 다시는 같은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지 말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로 조성한 공원이다.
서쪽의 푸른 하늘 아래로 한라산 봉우리가 아련하게 보이고, 공원 뒤로는 해발 600m의 봉개거친오름이 공원을 감싸고 있다. 공원 안 산책로를 따라 제주 4·3평화기념관, 위령제단, 위령탑, 봉안관 등이 있다.
1948년 4월 3일, 남쪽만의 단독선거(5월 10일)를 반대하는 남로당 제주도지부 당원 350여 명이 무장을 하고 제주도내 경찰지서 12개를 습격하고 14명이 사망하게 된다. 이후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민간인들이 희생당한 사건이 제주4·3이다. -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산책로를 걷다보면 '비설'이라는 제목의 조형물이 눈길을 머물게 한다. 한 엄마가 아기를 품에 앉은 채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다. 달팽이 형태로 나 있는 돌담길을 따라 내려가면 조형물 가까이 갈 수 있다.
이 작품은 1949년 1월 6일, 이곳 봉개동에 토벌대가 투입되어 작전을 펼치자 그들의 총구를 피해 젖먹이 딸을 등에 업고 달아나다 총에 맞아 죽은 마을사람 '변병생 모녀'의 사연으로 만든 조각품이다. 모녀의 시신은 훗날 행인에 의해 눈 더미 속에서 발견되었다.
제주4·3평화공원이 중산간 지역에 조성된 이유는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1948년 10월 미군정하의 정부는 해안선에서 5km 이상 떨어진 지역을 '적성구역'으로 간주, 그 지역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을 '무조건 사살하라'는 포고령을 냈다.
<제주4·3특별법>에 의한 조사결과 확인된 사망자만 14,032명(진압군에 의한 희생자 10,955명, 무장대에 의한 희생 1,764명 외)에 달한다. 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에는 시신을 찾을 수 없는 희생자의 표석 3896기가 세워져 있다.
평화기념관내 특별 전시관은 발길이 오래 머문다. 해방 후인 1947년 처음 맞은 3.1절 기념행사에서 기마 경찰대가 쏜 총에 맞아 사망한 민간인 6명의 이야기(이 사건은 1년 후 발발한 제주4·3사건의 계기가 된다), 무장봉기와 분단 거부라는 주제로 1948년 4월 3일에 일어난 무장봉기에 대한 이야기, 주민들이 피신해서 살았다는 다랑쉬 오름 동굴 등 천연동굴 속을 재현해 놓았다.
동굴 속엔 깨진 허벅(물을 길어 나르는 동이)과 항아리들이 놓여 있다. 어두운 동굴 안 천장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소리가 들려온다. '뚝 뚝 뚝' 작은 울림으로 들려오는 물방울 소리는 붉은 동백꽃이 통째로 떨어지듯 처연한 느낌을 준다.
* 평화기념관 운영시간 : 오후 6시까지 (첫째·셋째 월요일 휴무)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sunnyk21.blog.me)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