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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앉아 있으면, 가만히 있으면 빼앗기는 거잖아요. 우리는 요구할 수 있고 또 주장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절대 주저앉지 않을 것이다. 동포 사회의 아이들을 위해서 그렇다."

일본 조선학교(고등부)에 대한 '고교 무상화 제도'의 포함을 위해 싸우고 있는 한 동포가 했던 말이다. 아이 셋을 낳아 키우고 있다고 한 이 동포는 "아이들이 하지 말아야 할 고생을 하고 있다"며 "아이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했다.

지난 5월 말 "일제 강제징용 유적지 답사"를 벌인 '통일촌'(창원)‧'통일엔평화'(진주) 회원들은 '동포회' 주선으로 일본에서 '조선학교의 고교무상화제도 배제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교포들과 간담회를 갖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일본은 2010년 4월 '고교무상화제도'를 실시했다. 일본 정부가 교육의 평등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립학교 수업료를 무상으로 하고, 사립학교에는 취학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그런데 논란을 빚다가 일본정부는 2013년 2월 '조선(고등)학교'에 대한 지원을 제외했던 것이다.

일본 조선학교는 재일동포 1세대들이 조국에 돌아갈 것에 대비해 국어를 가르치게 되면서부터 시작되었고, 제일 많았을 때는 156개교 정도였으나 지금은 64개가 남아 있다. 조선학교는 유치원부터 초‧중‧고 과정으로 되어 있다.

이에 재일동포들은 법적 소송에 나섰다. 오사카, 아이치, 히로시마, 규슈, 도쿄의 조선고급학교 학생과 법인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2017년부터 올해 3월 사이 7개 1‧2심 판결이 나왔는데, 2017년 7월 오사카 1심에서만 승소(2018년 9월, 2심 패소)하고 나머지는 모두 패소했다. 일본 법원은 3심제로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다.

오사카 1심 법원은 "납치문제 등 정치‧외교적 의견에 기초해 조선학교를 고교무상화에서 배제한 것은 교육기회 균등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 취지에 위배된 부당한 조치라고 인정"했던 것이다.

지난 3월 코쿠라지방재판소가 원고 패소 판결했을 때, '후쿠오카 조선학원'은 성명을 통해 "재판소는 조선고급학교 학생들과 졸업생들의 절실한 호소를 무시하고 차별과 다름없는 부당판결을 내렸다"며 "행정부는 물론 사법부까지도 불순한 정치‧외교적 동기로 자신들이 만든 법의 취지를 왜곡하면서까지 조선고급학교 학생들을 배제하고 상처를 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태도에 놀라움과 분노를 느낀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이들은 "배움의 의지를 가진 모든 고교생들이 안심하고 면학에 힘쓸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고교무상화법 본래의 취지에 비춰보면 누가 봐도 자명한 일본정부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조선학교 학생 따돌림은 당연히 비판받고 개선돼야 한다고 우리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또 이들은 "모든 아이들이 평등한 학습권을 향유하고 마음껏 배우고 성장하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또한 다민족‧다문화를 상호이해하고 공존‧공영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앞으로도 민족교육활동에 전력을 쏟아갈 것"이라고 했다.
  
 일본 기타큐슈시 오카마쓰의 '오다야마 묘지' 구석에 있는 '조선인조난자위령비'에 있는 솟대.
일본 기타큐슈시 오카마쓰의 '오다야마 묘지' 구석에 있는 '조선인조난자위령비'에 있는 솟대. ⓒ 윤성효
 
차별 저항 투쟁은 계속 ... "역경 견뎌내는 아이들이 고맙다"

차별에 저항하는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일본에서 '고교무상화제도로부터 조선학교 배제에 반대하는 연락회'라든지 '조선고등학교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이 결성되었고, 도쿄와 오사카에서는 일본인‧단체들이 참여해 '화요행동' 내지 '금요행동'이 만들어졌다.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는 2013년 5월 "일본정부의 조선학교에 대한 고교무상화 배제 조치는 차별이고, 조선학교 아이들도 고교무상화 보장해야 한다"고,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2월 "조선학교도 고교무상화 대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했다.

고교무상화 혜택을 받지 못하고 조선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 동포는 "교사뿐만 아니라 양심있는 일본인들은 고교무상화 혜택을 받지 못하고 졸업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의 배울 권리를 박탈한다"고 한 그는 "우리들은 투쟁하지 않고 얻어지는 권리는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반드시 승리해서 아이들의 권리를 쟁취하고 싶다"고 했다.

아이 하나를 두고 있다고 한 동포는 "법원에서 패소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이들이 눈물을 많이 흘렸다. 아이들의 그 눈물을 보면서 이 싸움은 절대 질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포는 "아이들은 간혹 일본인으로부터 협박을 당하는 등 역경 속에서도 똑똑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더 고맙다"고 했다.

#일본#고교무상화교육#조선학교#통일촌#통일엔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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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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