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건너 미국으로 가려던 이민자 아버지와 어린 딸이 함께 익사한 사진이 충격을 주고 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5일(현지 시각)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역 마타모로스의 리오그란데강에서 엘살바도르 출신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25)와 그의 23개월 된 딸 발레리아가 숨진 채 발견됐다.
외신이 공개한 사진에는 부녀가 강가에 나란히 엎드려 숨져있다. 딸이 아빠의 티셔츠에 몸을 넣고 함께 강을 건너려다가 익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진을 찍은 멕시코 일간 <라호르나다>의 사진 기자 훌리아 레두크에 따르면 마르티네스의 가족은 지난 4월 3일 엘살바도르를 떠나 멕시코에 도착해 이민자 보호소에서 2개월 정도 지냈다.
전날 미국으로 가기 위해 리오그란데강을 건너기로 한 마르티네스는 먼저 딸을 안고 강을 건너는 데 성공했고, 딸을 강둑에 앉혀놓고 건너편에 있는 아내를 데려오기 위해 다시 헤엄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혼자 남겨진 딸이 아빠를 따라 강에 뛰어들었고, 마르티네스가 다시 돌아와 딸을 붙잡았지만 급류에 휩쓸리면서 함께 변을 당했다. 이를 본 마르티네스의 아내가 경찰에 신고했으나 부녀는 하루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초강경 반이민 정책' 미국, 사진에 대한 즉각적 논평 없어
AP는 "마르티네스 부녀의 사진은 지난 2015년 지중해에서 익사해 터키 해변에서 발견돼 국제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시리아의 세 살배기 난민 꼬마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을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마르티네스 부녀의 사진이 아일란의 사진처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큰 영향을 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이번 사진에 대한 즉각적인 논평을 하지 않았다.
멕시코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 사진은) 매우 유감"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이민 거부가 늘어날수록 국경 지역의 사막이나 강에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지적해왔다"라고 밝혔다.
멕시코,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중미 국가에서 미국으로 이주하려는 이민 행렬이 넘쳐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국경 장벽을 세우고 이민 허용 조건을 강화하는 등 초강경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면서 갈 곳을 잃었다.
마르티네스 부녀가 숨진 리오그란데 강에서 지난 4월에도 어른 1명과 어린이 3명이 익사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이 강에서만 미국으로 가려다 사망한 이민자가 수십 명에 달한다.
이민자 인권운동가 모린 메이어는 AP와의 인터뷰에서 "마르티네스 부녀의 사진은 이민 신청자들을 멕시코로 돌려보내고 미국 입국자 규모를 제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보여준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