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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단체 대표연설 나선 나경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 나선 나경원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기사보강: 8일 오후 7시 35분]

지난 4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민들에게는 마음껏 일할 자유를, 우리 산업에는 유연한 노동 시장을 보장해야 한다. 신규 일자리 창출, 바로 계약자유화에서 시작된다"고 발언했다.

지난 5월 충청남도 서산시 한화토탈 대산공장 유증기 유출사고와 강성노조를 연결 지었던 김학용 의원, 얼마 전 '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별 지급' 발언을 한 황교안 대표에 이어 자유한국당의 노동을 대하는 관점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분명해졌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 내용에 주목해보자.

일할 자유와 유연한 노동 시장

'국민이 마음껏 일할 자유'. 마음껏 일하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은 정부의 최대 관심 사안이기도 하다. 예산도 엄청나게 투입했다. 그러나 현재 취업난이 심각하다. 물론, 5월 말 현재 만 15세 이상 고용률은 61.5%로, 2017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이지만, 여전히 실업자 수는 114만명이 넘는다.

이런 상황에 나 원내대표는 '노동자유계약법'을 운운한다. 새롭게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식을 제안하고,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을 요구해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고용 불안을 자극하는 시도를 하려고 한다.

불안한 고용으로 직장에서 이탈한 자리를 구직 희망자로 대체하겠다는 발상인가. 이 무슨 황당무계한 상상력인가. 전체 일자리 수를 늘리지 않고, 고용안정성을 높이지 않은 이상 마음껏 일할 자유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기업 할 자유'를 착각한 건 아닌지 의심된다.

'유연한 노동 시장'. 높은 노동 유연성은 재계에서 주장하는 단골메뉴다. 그러나 이로 인한 문제와 대책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노동 유연성이 높아지면 일자리가 있는 노동자들의 삶이 불안정해진다. 비정규직이 OECD 평균의 두 배인 나라에서 노동 유연화는 노동 시장의 파국은 물론 국민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취업 문제부터 하청기업 노동자들의 저임금 문제, 소득의 양극화 등으로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유연한 노동 시장을 만들겠다는 발상이 얼마나 편협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것인가.

4차 산업혁명과 고용·노동

나 원내대표는 "4차 산업혁명에 맞는 노동시장 수요에 부응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노동시장이 어떨 것 같은가. 아직 완전히 오지 않은 미래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많은 미래학자들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드론, 자율주행, 스마트공장 등으로 인해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직관적으로도 암울한 고용시장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시대의 노동시장은 현재 우리 사회에 나타난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한 승차공유서비스 카풀과 타다는 기존 택시운전사들의 생계를 위협하여 갈등의 중심에 섰다.

배달대행앱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정의되지 않아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자율주행자동차가 등장하면 운전과 배달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노동의 디지털화가 가져올 미래의 충격은 상상하기 어렵다. 기업 경영자에게는 혁신의 기회이지만, 대부분 노동자에게는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고 보니, 나 원내대표의 연설은 매우 친기업적이다. 그의 발언과 제안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많은 기업은 환영할 것이다. 틈만 나면 재계가 요구했던 사안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매우 반노동적이다. 노조에 대한 비판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노동 시장을 이해하지 못했고, 고용의 축소와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주장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민 대부분이 노동자라는 데 있다. 취업을 해야 생계를 이어갈 수 있고, 일자리가 안정돼야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가능한 평범한 노동자가 곧 국민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들의 표로 국회의원이란 직업을 얻었고, 이들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있다. 나 원내대표가 이들의 생각과 전혀 다른 인식의 틀에 갇혀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나 원내대표의 연설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으로 시작해 "민생을 회복하겠습니다"로 마친다. '국민'과 '민생'이란 용어가 왜 이렇게 부자연스럽고, 초라한지 모르겠다. 정치인의 입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두 단어일 텐데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무게감과 진정성이 확연히 달라진다. 부디 국민이 만드는 노동의 가치, 민생의 현장이 어떤지 제대로 알고, 말하기를 부탁한다.

다음은 나 원내대표 교섭단체 연설문 중 해당 부분 전문

근로기준의 시대에서 계약자유의 시대로 가야 합니다. 낡은 노동 법규의 개혁도 필요합니다. 신산업 등장과 시장 다변화에 따라 노동 패러다임도 급격히 변합니다. 휴식과 노동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노동법규는 4차 산업혁명에 맞는 노동시장 수요에도 부응해야 합니다.

고용 인프라로서의 노동법규가 요구됩니다. 그동안 근로기준법의 틀 안에서 근로 제도 및 노동관계를 규정해 왔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주휴수당 개편, 주52시간 적용 등은 기존의 근로기준법 틀에서의 논쟁입니다.

하지만 점차 근로기준법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단일 기준으로 모든 근로 형태를 관리·조정할 수 없는 경제 시스템입니다. 새로운 산업 환경과 근로 형태에 맞는 '노동자유계약법'도 근로기준법과 동시에 필요합니다. 국민들에게는 마음껏 일할 자유를, 우리 산업에는 유연한 노동 시장을 보장해야 합니다. 신규 일자리 창출, 바로 계약자유화에서 시작됩니다.

'일할권리보장법'으로 주52시간 피해를 최소화하고, '쪼개기알바방지법'으로 주휴수당 부작용을 막겠습니다. 모든 국민의 일할 자유를 위한 법개정입니다. 이제 국가가 일방적으로 정해주는 '기준'의 시대에서 경제주체가 자율적으로 맺는 '계약'의 시대로 가야합니다. 그 자유 경제의 길을 자유한국당이 열겠습니다.

#일할 자유#노동유연성#4차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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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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