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정의당의 이름으로 당선될 겁니다."
11일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진행된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퇴임 기자회견, '민주당과의 단일화 계획'을 묻자 이 대표가 한 문장으로 내놓은 답변이다. 그는 이날 미리 준비한 퇴임 인사말에서 "정의당에 더 이상의 선거 패배주의는 없다"며 독자성을 강조했고, 등 뒤 배경으로도 '2020년, 제1야당 진보정치 미래를 위해 더욱 전진하겠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내년 총선에서 여당과의 후보 단일화 없이, 정의당이 제1야당이 되겠다는 포부를 강조한 것이다.
이를 보여주듯 이 대표는 질의응답을 통해 "저는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라는 말을 인정하지 않는다"라며 "(제 임기는) 그 프레임을 떨쳐내기 위한 2년이었다. 그걸 증명하는 게 '정의당의 데스노트(Death note)'다. 국민 입장에서 꼼꼼히 살펴 판단해왔다"고 말했다.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전 중소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 과거 정부·여당이 찬성해도 정의당이 반대한 인사는 모두 낙마해 '데스노트'라 회자됐는데, 이를 거론한 것이다.
그러나 '2020년 제1야당은 정의당'이라는 이 대표의 바람이 현실화되려면, 당장 여야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안건처리)에 올린 선거제 개혁안 통과가 시급한 과제다. 이 대표가 전날(10일)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개혁할 마지막 기회"라며 "8월 안에 정개특위가 선거법에 대한 심의 의결을 마쳐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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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날도 "시간이 없다"며 "민주당의 현명한 판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여당의 결단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과거 민주평화당과 연대해 만들었던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도 더는 어렵다고 봤다. 이 대표는 "민주평화당 내부 얘기, 바른미래당의 앞날 등 여러 변수가 있다. 지금 조건에서는 민주평화당과의 공동교섭단체는 추진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며 "다음 총선에는 공동교섭단체를 안 만들어도 되는, 독자적인 교섭단체로 우리 몫을 제대로 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2017년 7월11일 당대표로 선출된 이 대표는 소회를 말하며 '금배지 안의 유리천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2년 전 당시 추미애(더불어민주당)·이혜훈(바른정당)·이정미(정의당) 등 여성 정치인들이 모두 원내 3개 정당의 대표가 돼, 여풍(女風)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던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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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날 '50대, 초선비례, 여성'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번쩍번쩍한 금배지 안에서도 또 다른 유리천장은 늘 존재했다. (제가) 어정쩡한 50대 초반의 나이, 초선에 비례대표면서 당 대표라는 것에 못내 불편해 하는 시선도 있었다"며 "그러나 저는 우리 정치 안의 편견에 정면대결을 선택했다. 이후 정치를 도전하는 수많은 후배들에게, 난관을 겪을 수 있지만 깰 수 없는 일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연수을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그는 '당선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당선 가능성은 100%"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이 선거는 제가 절대 져서는 안 되고 질 수도 없는 선거"라며 "꼭 승리의 기쁨을 안겨드리겠다"고 공언했다.
한편 정의당은 오는 13일 당대표 선출을 앞두고 있다. 대표 후보로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양경규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이 나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