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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12일 1박 2일간 <오마이뉴스> 영남권 시민기자 모임을 창원시에서 진행했습니다. 이 글은 김용만 시민기자가 쓰고, 최은경 편집기자가 당시 일화를 중심으로 보강했습니다. 이날 귀한 시간을 내주신 시민기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편집자말]

"기자님, 잘 지내시나요? 상의드릴 일이 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약간 긴장됐습니다.

"네, 잘 지냅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요즘 영남권에 좋은 기사를 쓰는 기자분들이 많이 계셔서요. 시민기자들과 만나는 자리를 가지려고 해요. 기자님은 시간 괜찮으신지 여쭤보려 전화드렸어요."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번개'인가 싶었습니다. 그것도 서울이 아닌 창원·마산 지역에서라니요.

"7월 11일 저녁쯤으로 하려는데 괜찮으실까요?"

날짜를 확인했습니다. 윽... 하필 아킬레스건이 파열돼 치료 중이라 저는 참석이 좀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날 저녁은 제가 이동이 불편해 참석하지 못하겠습니다. 대신 다음 날 점심에 뵙는 건 어떨까요? 참! 영남권에 기자분들이 많이 계시다면 중간 지역인 마산에서 뵈었으면 하는데요. 식당은 제가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와, 고마워요. 우리의 점조직, 김 기자님.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름 설렜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그것도 두 명의 편집기자가 직접 내려온다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저도 재활에 힘썼습니다. 드디어 모임 전날이 되었습니다.

"저 내일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내일 뵈어요."

사실 몸이 좀 불편하긴 했지만 같은 지역 시민기자들과 만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리고 시민기자들의 여러 의견과 생각을 듣고 싶어하시는 편집기자들과도 다시 만나고 싶었습니다. 

서울, 포항, 통영...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
 
 마산 창동에서 만난 영남권 시민기자들과 오마이뉴스 기자들.
마산 창동에서 만난 영남권 시민기자들과 오마이뉴스 기자들. ⓒ 이주영
 
드디어 11일 저녁. 약속 장소에 조금 일찍 도착했습니다. 이미 한두 분 와 계셨습니다. 모두 초면이어서 어색했지만, 반가운 마음이 더 컸습니다. 약속한 시각이 되자 한 분씩 도착했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포항에서 온 이창희입니다."
"저는 통영에서 온 최정선입니다."
"혹시 여행 기사 쓰시는 분 아닌가요? 오늘 기사 포털 사이트 메인에 떴던데요?"
"아, 그래요? 몰랐어요. 그래서 그렇게 전화가 왔나..."


최은경, 이주영 편집기자와 여행기사를 전문적으로 쓰는 최정선 시민기자, 유별난 축구사랑 때문에 해외 응원도 마다하지 않으신다는 이창희 시민기자, 산을 다니며 기사를 쓰는 김연옥 시민기자, 여행을 가고 싶을 때면 훌쩍 떠나는 김숙귀 시민기자, 마산의 '아구할매'로 잘 알려졌으나 기사는 딱 1개 쓰고 저의 추천으로 모임에 나온 김혜란 시민기자, 그리고 윤성효 <오마이뉴스> 경남 지역 주재기자까지. 처음 만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쾌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최정선 기자님에게는 여행기사 쓰는 팁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여행지를 취재하러 가면 무조건 사진을 많이 찍는다고 하시네요. 특히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랍니다. 몸이 고된 일이라고요. 여행 후 집으로 돌아와 많은 사진들을 고르고 보면서 그때 감성을 살려 기사를 쓰신다는 기자님의 도움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다들 저녁 식사로 마산의 명물인 아귀찜을 먹으며 서로에 대해 자연스레 알아갔습니다. '하루에 기사는 얼마나 들어오나요?' '기사 검토는 몇 명이서 하나요?', '제목은 누가 어떻게 뽑나요?' 등 기사와 관련해 평소 궁금했던 점들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눴습니다.

사실 일반 시민들이 직업 기자를 만나는 게 흔한 일은 아닙니다. 게다가 우리들의 글을 모두 읽는 편집기자가 기사에 대해 직접 피드백 해주는 내용은 시민기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충분했습니다.

김연옥 기자님 말에 따르면, 이런 비슷한 시민기자 모임이 2007년 김해에서 한 번 있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12년 만에 처음 이런 자리가 마련돼 반가웠다고요. 그러니 1차에서 끝낼 수 있나요? 2차로 식당 근처 카페에 갔습니다. 

화장실 '비번'은 왜 논란이 됐나
 
 카페로 이동 중인 시민기자들
카페로 이동 중인 시민기자들 ⓒ 김용만

뒤늦게 일을 마치고 임종금 시민기자도 오셨습니다. 대화가 오고 가는 중에 돌연 카페 영수증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이거 기삿감 아니냐는 말도 돌았습니다. 영수증에 찍힌 화장실 비밀번호 때문이었습니다.

외부인의 화장실 사용을 막기 위해 번호키를 설치하고, 카페 이용자만 이용할 수 있게 영수증에 비밀번호를 적어놓은 것이었는데요. 이를 두고 '불법촬영 때문 아니겠냐'는 추측부터 '카페는 공용건물이 아니니 화장실을 개방할 의무는 없다'는 의견까지 두루 두루 나왔습니다. 누가 시민기자 아니랄까 봐,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순간이었죠.

또 '이런 것도 기사가 되는지', '이렇게 써 보면 어떨지' 등의 대화가 삼삼오오 오가며 수다가 계속됐습니다. 막간에 최은경 기자가 '서울에서부터 이고지고 왔다'는 취재수첩 증정식도 열었습니다. 시간은 금방 흘러 벌써 오후 10시가 되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이제는 정말, 헤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것도 기사가 되는지, 이렇게 써 보면 어떨지 등등 삼삼오오 전쟁같은 수다는 계속 되었고 최은경 기자가 '서울에서부터 이고지고 왔다'는 취재수첩 증정식도 가졌습니다.
이런 것도 기사가 되는지, 이렇게 써 보면 어떨지 등등 삼삼오오 전쟁같은 수다는 계속 되었고 최은경 기자가 '서울에서부터 이고지고 왔다'는 취재수첩 증정식도 가졌습니다. ⓒ 최은경
 
"오늘 이 자리, 정말 좋았어요. 우리끼리라도 한 번씩 만나면 좋겠어요."

오신 분들이 모두 흡족해 하시는 것 같아 저도 나름 뿌듯했습니다.

다음 날. 개인 사정상 전날 저녁 모임에 참석 못했던 박효정 시민기자를 편집기자 두 분과 같이 만났습니다. 사실 박효정 기자님은 제가 소개해서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분입니다.

편집기자님들 말에 따르면, 그것도 "아주 잘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글을 써본 적이 없다는데, 어쩜 그렇게 글을 잘 쓰냐?"는 말에 제 어깨도 으쓱해졌습니다. 제가 활동하는 실천교육교사모임 이야기부터 게임을 주제로 쓸 새 연재 고민까지 나누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점심으로 전혀 '마산스럽지' 않은 뉴질랜드 가정식을 모두 맛있게 먹었습니다. 특히 이주영 기자님은 완전 마산스러운 아귀찜부터 이국적인 음식까지 모두 만족스러워하셨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제가 추천한 곳이니까요.

우리는 시민기자입니다
 
 둘째 날 만난 시민기자분
둘째 날 만난 시민기자분 ⓒ 김용만

가는 골목마다 사진을 찍으시던 이주영 기자님, 마치 마산 현지인 같으셨던 최은경 기자님, 모두 모두 유쾌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헤어져 집으로 오는 길에 새삼 든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 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야. 이처럼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라니 참 좋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와 영남권 시민기자와의 만남은 짧지만 강렬했습니다. 이 글을 그날 오신 분 중 몇 분이 읽으실지 모르겠지만, 수도권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시민기자 번개 모임이 열리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마지막에 했던 약속, 잊지 않길 바랍니다. 다음 모임은 이창희 시민기자님 추천으로 '포항 물회'를 먹기로 했습니다. 그 시간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시민기자#오마이뉴스 시민기자#영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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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는 협력, 나보다는 우리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책과 사람을 좋아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일의 걱정이 아닌 행복한 지금을 삽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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