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조국 펀드 의혹' 청문회로 변질됐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앞서 불거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모펀드 관련 질의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공직자 중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 투자한 사람은 조국 (후보자) 1명 뿐"이라며 "왜 1명밖에 없다고 생각하나, 공직자 윤리에 맞는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은 후보자는 "공직자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주식투자를 못하기 때문에 (자산을) 예금에 둘 수도, ELS(주가연계증권)에 둘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은 "조국 후보자와 가족들이 출자한 사모펀드와 관련한 여러 의혹이 있는데, 불법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질의했다. 은 후보자는 "확인이 된다면 불법인 부분도 있지만 이는 확인해봐야 한다"며 "예를 들어 이면계약이 있었다면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의원은 "금융전문가인데 보도를 보면 불법인지 아닌지 알 수 있지 않는가, 왜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섰는가"라고 재차 물었다. 은 후보자는 "(검찰 수사는) 제가 답할 성격이 아니다"라며 "예를 들어 가족이 펀드 운용에 개입했다면 그것은 불법인데, 개입여부를 알 수 없어 미리 예단해 (불법요소가) 있는지 없는지 말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야당 "사모펀드 투자, 공직자 윤리에 맞나"
또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도 "사모펀드든 공모펀드든 기본적으로 투자자는 펀드매니저의 (자금) 관리에 관여할 수 없다"며 "이번에 문제가 된 펀드의 내용을 보면 투자자와 펀드매니저 사이가 가족관계다, 펀드매니저가 (조 후보자의) 5촌 조카"라고 말했다.
이에 은 후보자는 "펀드매니저와 투자자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어선 안 된다는 법 규정은 없다"며 "법에서 말하는 건 투자자가 (자금) 운용에 관여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 상황만 봐서는 투자자가 운용에 간섭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객관적으로 봐도 불법은 아니지만 탈법 소지가 많은 상황"이라며 "법적으로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은 후보자는 "저는 (공직) 밖에 있으면서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평소 제 소신"이라고 답변했다.
투자자와 펀드매니저가 친인척 관계여선 안 된다는 법 규정을 새로 만드는 것은 규제를 강화하는 쪽인데, 은 후보자는 오히려 규제를 지금보다 느슨하게 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힌 것.
은성수 "사모펀드 규제 완화가 내 소신"
야당 쪽에선 조 후보자 의혹과 관련한 질의가 연이어 나왔다.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은 "조국 후보자 아들과 딸이 (펀드에) 5000만원을 투자했다"며 "이 투자가 실제 투자금액인지 (투자) 약정금액인지, 3억 원이라는 법적 기준을 위반한 것인지가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자본시장법에서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경우 최소 투자금액을 3억 원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투자액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질의하면서 조 후보자 자녀의 행위가 불법인지 물은 것. 은 후보자는 "만약 약정을 1억 원으로 했다면 이를 모두 투자하는 것이 아니고, 1000만 원을 선수금으로 낼 수도 있다"며 "이 때문에 (조 후보자 자녀들이) 5000만원을 낼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유 의원은 "(법적 기준인) 3억 원이 약정금액을 말하는가, 투자액을 말하는가"라고 다시 한번 물었다. 은 후보자는 "약정금액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유 의원은 "그렇다면 3억 원이라는 투자금액을 (법에서) 명시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약정액은 꼭 지키지 않아도 되는 금액 아닌가"라고 강한 어조로 질의했다. 은 후보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약정을 지키지 않으면) 바로 (자본시장에서) 아웃되기 때문에 약정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유 의원이) 안 지켜도 되는 것이라 하니 당황스럽다"고 답변했다.
민주 "조국 의혹은 검찰서 밝혀져야"
이와 같은 야당 쪽 공세가 계속되자 여당이 진화에 나섰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아래 민주당) 의원은 "사모펀드를 공직자가 소유하고 취득하는 것에 문제가 있나"라고 물었고, 은 후보자는 "그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의원이 "이 부분과 사모펀드 운용과정은 별개의 문제"라며 "취득 자체를 문제 삼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고 하자, 은 후보자도 "동의한다"고 짧게 답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펀드 투자의 순기능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사모펀드 관련 논란이 많은데, 기업이 잘돼야 국가경제가 잘 된다"며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제때 조달할 수 있는 금융환경을 만드는 것이 금융위원회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잘 나가는 기업은 은행에서 대출 받기가 수월하지만 문제는 창업기업의 자금 조달"이라며 "이런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만든 사모펀드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국 후보 관련 펀드 운용에 문제가 있다면 검찰에서 밝혀져야 하는데, (이번 청문회에서) 사모펀드를 지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도 "조국 후보자 가족들이 투자했다는 펀드가 굉장한 이익을 냈는가"라고 물었고, 은 후보자는 "자료를 받지 않아 이익, 손실 부분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불법 여부는) 의혹일 뿐인데, 이런 의혹제기로 앞으로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가진 않을까 우려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