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인 영양사·전문상담사와 정규직인 영양교사·전문상담교사의 임금 격차가 근무 연수가 늘수록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1년 차 영양사의 경우 영양교사 연봉의 절반에 가까운 53.8% 수준에 그쳤다.
"정규직 교원과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임금 격차 줄여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 아래 인권위)는 2일 교육부 장관과 17개 시·도교육감에게 "학교 현장에서 급식업무를 수행하는 영양사와 위클래스에서 학생상담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상담사의 임금과 관련하여 영양교사, 전문상담교사와의 임금 격차를 줄여가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아울러 교육청별 위클래스 전문상담사 간의 임금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공통적인 임금 기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아래 학교비정규직노조)과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교육공무직본부)는 지난 2017년과 2018년 5월 각각 교육부 장관과 전국 시·도교육감을 상대로 "영양사와 전문상담사의 임금을 영양교사와 전문상담교사의 임금과 비교해 현저히 낮게 지급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영양교사와 전문상담교사는 공무원 신분으로 교육공무원법 적용을 받고 수업과 보직을 맡지만, 영양사와 위클래스 전문상담사는 교육공무직원(근로자) 신분에 따라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다며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도 "비교 대상이 되기 어려워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아니하거나 개별사건에 대한 조사를 통해 접근하기보다 정책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으로 우리 위원회가 조사하는 것이 적절치 아니하다"며 진정을 모두 각하했다.
다만 인권위는 "공립학교에 근무하는 교육공무직 영양사의 경우 영양교사가 하는 식품안전과 영양·식생활 교육을 진행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나 학교급식 업무라는 공통적인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영양사의 급여총액이 영양교사에 비해 53.8~78.7%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근무연수가 증가할수록 임금 격차가 더 커지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인권위는 "공립학교 위클래스 전문상담사의 경우 전문상담교사가 실시하는 창의적 체험활동 등 교육을 진행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나 학교 내 부적응 학생 등에 대한 상담 업무라는 공통적인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급여총액이 전문상담교사 임금의 약 59~85% 수준으로 격차가 발생하는 것과 교육청별로 위클래스 전문상담사의 업무가 동일함에도 기본급에 대한 공통적인 기준이 없어 교육청별로 전문상담사의 기본급을 상이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의견 표명을 결정했다.
인권위는 교육부 장관과 시·도 교육감에게 "▲ 영양교사와 영양사, 전문상담교사와 위클래스 전문상담사의 업무 분석을 통해 각 비교집단이 동일․유사한 업무에 종사하지 않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거나 ▲ 비교집단 간에 현저한 임금 격차를 줄여가는 방안을 마련할 것 ▲ 교육청별 위클래스 전문상담사 간의 상당한 임금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상담사의 기본급 및 수당에 대한 일반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1년차 78%, 11년차 63%, 21년차 53%... 갈수록 임금 격차 커져
인권위는 "지난 2013년 교육공무직 직원의 차별적 저임금구조를 개선하라고 권고한 뒤 피진정인들은 근속기간에 따른 수당을 신설하고 각종 수당을 인상해 임금이 상당히 인상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교육공무직인 영양사와 위클래스 전문상담사는 급식업무와 상담업무와 관련해서는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영양교사와 전문상담교사에 비해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지급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인권위에서 영양교사와 영양사 연봉 수준(2018년 기준)을 비교했더니, 1년 차에서는 영양교사 3131만 원, 영양사 2779만 원(영양교사 대비 78.7%)으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11년 차 63.9%(영양교사 4915만 원대 영양사 3139만 원), 21년 차 53.8%(6496만 원대 3499만 원)로 연차가 높을수록 임금 격차가 커졌다. 영양교사가 받는 교직 수당, 가산수당 등을 제외해도 1년 차 90.6%, 11년 차 70.5%, 21년 차 58.0%로 임금 격차는 여전했다.
전문상담사도 경력 1년 차는 전문상담교사 임금의 85%를 받았지만, 10년 차는 59%에 불과해 오래 근무할수록 임금 격차가 커지는 구조였다.
전국 급식 시설을 갖춘 학교 1만455개교(2018년 2월 28일 기준)에는 영양교사 4929명(전체 48.4%), 영양사 5240명(51.5%)이 각각 나눠 배치돼 있고, 공립학교 위클래스(2017년 12월 말 기준)에 근무하는 전문상담교사는 2324명(전체 46.6%, 2017년 12월 말 기준), 전문상담사는 2665명(53.4%)이었다.
노조 "인권위 각하 결정에 실망... 이의제기 검토"
하지만 진정을 제기했던 노조 측에서는 이번 인권위 결정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배동산 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임금 격차 축소 등 일부 긍정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기존 비정규직 문제 관련 인권위 입장에서 후퇴한 실망스러운 결정"이라면서 "인권위에 이의제기하고 행정심판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배 국장은 "영양사와 전문상담사가 정규직 교원과 80~90% 정도 유사한 업무를 하고 있는데도 입직 경로가 다르고 일부 추가 업무를 한다고 해서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본 건 큰 문제"라면서 "우리도 정규직과 100% 동일한 임금을 달라는 게 아니라 절반에 가까운 임금 격차를 80% 수준으로 개선하자고 요구해 왔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배 국장은 '비교집단이 동일․유사한 업무에 종사하지 않도록 하라'는 인권위 의견에 대해 "영양사가 있는 학교와 영양교사가 있는 학교가 서로 다른데 업무 분리를 하라는 것 무리한 의견 표명"이라고 꼬집었다.
박정호 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실장도 "대상 인원수도 많고 다른 학교 비정규직으로 파급 효과도 커서 인권위에서 차별이라고 결정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예상했다"면서도 "무기계약직 임금 격차는 합리적인 차별로 볼 수 없어 지난 수년간 민사 소송, 인권위 진정, 집단교섭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